이란 히잡시위: 시위대가 원하는 바는?

20대 여성의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3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위대의 요구는 점차 다양해지며 이란 청년들은 조국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이란계 쿠르드족 여성인 마흐사 아마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위 '도덕 경찰'에 잡혀간 뒤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소식이 퍼지자 주로 여성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아마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쳤다. 이들은 책임자 처벌, 엄격한 히잡 착용법 폐지와 함께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도덕 경찰제 폐지를 요구했다.

'여성, 삶, 자유'

시위대는 주로 '여성, 삶, 자유'를 외치고 있다. 평등을 외치며 종교적 원리주의에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란 아마시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선임 기자는 "이는 (이란 내) 시위에서 들어본 적 없는 구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 남성들 또한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란계 영국인으로 영국에서 여성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네긴 시라그하이는 "아마니의 죽음이 알려지자 여성의 권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는 즉 모두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시위대의 요구 또한 광범위해졌다.

이제 이란 거리에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시위 구호를 들을 수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와 종교 국가 형태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종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라그하이는 "학생들이 주로 이러한 구호를 외친다"면서 "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 정권 타도를 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학생들은 '자유'를 뜻하는 "아자디, 아자디, 아자디"라는 구호를 외치곤 한다.

SNS 게시물 속 시민들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입을 수 있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하다 체포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시라그하이는 "시위대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거리에서 시민들은 자유와 여성의 권리, 정부 타도를 외치고 있다"고 요약했다.

온라인에 퍼지는 항의의 노래

최근 시위를 지지하는 개인적인 이유를 적은 이란인들의 트위터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트위터는 "내 꿈을 위해", "평등을 위해", "평범한 삶을 위해" 등 보통 "무엇을 위해"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란의 청년 가수 셰르빈 하지푸르는 이란인들의 마음을 담은 이러한 트윗을 모아 가사로 쓴 곡을 발표했다.

이 노래는 이란인 수백만 명의 공감을 사며 공개된 지 48시간 만에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400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타라네 스톤 BBC 페르시안어 SNS 기자는 "무명 가수의 노래가 인스타그램에서 이토록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하지푸르를 체포해 계정에서 노래를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푸르는 현재 풀려난 상태다.

청년 세대의 좌절

거리의 시위대는 대부분 청년들로, 몇몇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시라그하이는 "수업이 중단되는 등 전국의 대학교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자유가 보장될 때까진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선 청년세대가 특히 좌절감을 호소한다. 이란 정치인들의 조직적인 부패와 50%를 넘어가는 물가 상승률에 더불어 증가하는 빈곤율, 사회 및 정치적 자유 부족으로 절망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왕조가 폐지되고 현재 우리가 아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지닌 인구 집단이 함께 일으킨 시위다.

수도 테헤란의 부유한 지역에 사는 중산층부터 약 1200km 떨어진 남동부 발루체스탄과 같은 낙후된 지역에 사는 노동자 계층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민족적 구성도 다양하다.

시라그하이는 "정부의 실정이 지난 40년간 이어졌다"면서 "이에 더해 조직적 부패와 [국제 사회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항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위대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치솟는 물가 안정, 높은 실업률 해결, 부패 척결, 정치적 탄압 철폐 등 요구 내용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란 내 과거 시위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엔 부정 선거에 대한, 2017년엔 경제 실정에 대한, 2019년엔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시위가 벌어졌으나 모두 보안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이에 따라 이번 시위를 대하는 당국의 반응 또한 놀랍지 않았다.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게다가 시위 관련 영상이나 사진의 온라인 공유를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인터넷을 끊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의 열기는 아직도 타오르고 있다.

과연 이번 시위로 변화가 찾아올까.

이에 대해 시라그하이는 "분명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그 권리를 가르친다면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