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장례식에 북한 초청…런던서 남북 정상 만날 가능성은?

영국 정부가 19일 거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북한을 초청한 가운데, 과연 북한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는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여왕의 국장에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 등 주요 영연방 국가 수반 등 고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영국은 지난 2001년 북한과 수교했다.

'정상국가 과시할 기회'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국 정부의 초청에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BBC에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런던 방문은 상당히 매력적인 기회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자신들은 테러국가나 불량국가가 아니라고 선전하며 세계 여론을 북한에 유리하게 만들고 과거 하노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와 같이 김 위원장 자신이 직접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고 따라서 핵 개발은 체제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정당성을 추구하는 계기도 분명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김 위원장이 백신 접종을 언급한 만큼 직접 런던에 가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백신 지원은 물론 경제적 지원까지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 위원장은 북한의 장례식 참석이 자신의 국제적인 지도자상, 북한의 정상국가화, 유럽과의 관계 정상화 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영국의 초청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상황인 만큼 '대사급'이 간다면 평양 외무성에 있는 인물보다는 현재 유럽에 있는 비중 있는 북한 대사가 대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대사급' 수준에서 북한 대표를 초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진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런던에 가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핵심이지, 다른 인물의 참석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첫 번째 걸림돌: 이동수단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런던 방문을 가로막는 요인은 두 가지로 평가된다. 먼저 런던으로 갈 수 있는 확실한 이동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에게는 '참매 1호'라는 전용기가 있다. 하지만 이 전용기는 1970년대 구 소련이 제작한 것을 북한이 들여와 개조한 것으로, 기체 노후화는 물론 장거리 운항 경험 또한 적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할 당시에도 기차를 이용했고 싱가포르 방문 때는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탔다.

김진무 교수는 "평양에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비행기가 북한에는 없다"며 "김 위원장이 또다시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타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왕의 장례식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다만, "중국이 나서서 김 위원장을 '데리고' 런던에 가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중국이 확실한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 중국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두 번째 걸림돌: 이동 중 안전 문제

이동 중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안전 및 보안 문제 역시 북한 당국에게 최대의 난제다.

김진무 교수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1960년대 비행기를 타고 오다 요격당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생전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사건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서 돌아오던 길에 일어나면서 북한이 테러로 규정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 본인도 안전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기차를 탔듯이 런던에 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것은 북한이 형편없는 나라라는 것을 온 세계에 알리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1년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23박 24일 일정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당시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