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영국, 물가 폭탄에 옷도 안 산다…생활비, 왜 계속 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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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덮친 영국에선 시민들이 빠르게 소비를 줄이고 있다. 석유와 디젤 등 연료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전달 대비 4.3% 줄었고, 옷 판매량은 4.7% 떨어졌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영국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 물가 상승 속도, 지난 40년 새 가장 빨라
현재 영국에선 기름부터 우유, 치즈, 달걀까지 '거의 모든 것'의 값이 오르는 수준이다.
현지시간 지난 21일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물가는 1년 만에 9.4% 올랐다. 지난 40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저지방 우유는 26.3%, 버터는 21.5%, 생수는 19.5%의 가격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밀가루 가격도 19.3% 올랐다.
식재료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타격을 크게 받았다. 곡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는 다른 식품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
기름값 상승도 전쟁 탓이 크다.
ONS 통계 기준 지난달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4파운드(2882원)였는데,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숫자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리터당 1.29파운드(2021원)가량에 지나지 않았다. 디젤 연료 가격은 리터당 1.92파운드(3008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영국 시민들은 일상 생활의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추세다.
음식 소비 늘어났지만…'통계의 허점'
다만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난 부분도 있다. 음식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공휴일이 겹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경제 연구 기관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수석연구원은 최근 음식 소비량 증가에 대해 "지난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70주년 기념식을 맞아 시민들이 파티용 소시지롤과 케이크, 술 등을 쟁여놓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시민들이 대신 다른 분야에서의 소비는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며 의류나 생활 필수품 소비 감소를 지목했다.

많은 영국 시민들은 실제로 불안감을 호소한다.
잉글랜드 북부 더비에 사는 크리스틴과 멜 심슨 부부는 겨울이 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멜은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국 시민 레이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수준이 됐다. 저축을 할 수가 없다"며 "전기나 수도세 등 공과금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것들에 특히 주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상승도 도움 안 돼
ONS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임금은 지난 3~5월 새 4.3% 올랐다. 그러나 오른 월급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봉급은 2.8% 줄어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살아가던 평범한 주택 소유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크게 늘어나서다.
전통적으로 영란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마다 금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이번 같은 상황에선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 등 국제 정세와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단순히 영국 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잡힐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생산자 물가도 '사상 최대'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오르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는 생산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때의 물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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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물 중에선 양파값이 84% 올랐고, 갈치 등 한국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생선들도 20% 가까이 상승했다. 닭고기도 2.5% 올라 더 이상 값싼 고기가 아니게 됐다.
기름값도 경유와 휘발유가 각각 10% 안팎으로 올랐다.
생산자 물가는 보통 두 달에서 석 달 뒤,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 물가 역시 지난달 6%대 상승률을 보이며 2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