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잠잠한 북한, 추가 핵실험 안 하나? 못 하나?

웃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4일 공개한 사진 속 김정은 위원장이 신형 방사포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해 웃고 있다

올 상반기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북한의 추가 핵실험 예측들이 일순간 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장 핵 버튼을 눌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상반기 북한을 덮친 지독한 가뭄과 홍수, 장마 등 기상 상황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미, 여전히 북핵 고도화 우려

이런 가운데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했다. 취임 후 첫 방미다.

김 원장은 방미 기간 동안 백악관과 국무부,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대북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 방침을 밝혀왔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연달아 감행했고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정보당국인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김 원장은 북한의 준비 상황과 도발 시 대응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이제 더 이상 자체적으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평가되는 만큼 북한 비핵화 달성은 물론 북핵 자체에 대응하기 위한 억지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미국과 논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지난 5월 열린 미 전략사령부의 북핵 대책 토론회에서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 사용을 억지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정도로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교수는 북핵 사용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 관련해 "이제 사람들이 비핵화보다는 핵무기 사용 억제를 정책 목표로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미군 고위 관계자 역시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제로 퍼센트"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전략사령부가 러시아와 중국이 아닌 북한 핵만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잠잠한 이유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20일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정보를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가 핵실험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국제사회의 판단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그는 아울러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중단된 데탕트(긴장 완화) 시기 이후 오히려 미국은 한국과 연군사훈련을 재개했다"며 "북한의 도발은 현재 일종의 대응 조치"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먼저 기술적 측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여섯 차례 핵실험을 통해 일단 핵무기 보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업그레이드를 이뤄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일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등 적국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큰 핵폭탄을 투하하는 개념의 전략핵과 달리 전술핵은 최소한의 플루토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폭탄의 소재가 가벼워야 하고 효율성도 높아야 한다. 북한이 전술핵에 집중하는 이유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BBC 코리아에 "유사시 경우 북한을 위협하는 최신 전략무기는 미 본토가 아닌 괌, 일본의 미군기지에서 날아온다"며 북한 전술핵 필요성의 명분을 제기했다.

또 "기존 6번의 핵실험으로 전술핵은 커버하지 못하는 만큼 반드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이 갱도를 폭파했던 만큼 그 갱도가 핵실험을 할 만큼 다시 충분하게 복구됐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군인이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북한 군인이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북한은 올해 들어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한 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복구했다. 이와 함께 영변 시설의 활동도 지속해서 포착되면서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점쳐졌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계속된 폭우에도 영변 핵시설 단지 내 플루토늄 생산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만큼 당장 기술적으로 급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6번 정도에서 핵실험을 중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 징후를 내비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일 뿐 7차 핵실험이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전체를 복구함으로써 향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주안점이 있다"며 "북한에게는 언제든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요인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주민들의 민심 역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평가된다. 가뭄과 홍수, 장마 등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내부 동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무 박사는 "북한은 과장을 해서라도 핵 능력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래야 외부 위협을 차단해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내적으로 아직 핵실험을 단행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 등 국제정세가 복잡한데 이럴 때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그 비난의 화살이 현재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몰릴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노리는 중국 당국의 만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상 그래왔듯 다음달 시작하는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이 북한 도발의 아주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의 1차 핵실험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하루 전인 2006년 10월 9일에 이뤄졌다.

3차는 2013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을 나흘 앞둔 2월 12일에, 5차(2016년 9월 9일)와 6차(2017년 9월 3일)는 공화국 창건일인 9월 9일 당일 혹은 가까운 시기에 단행됐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북한군이 현재 하계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집중 호우와 코로나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핵실험 준비와 관련해 "긴밀한 공조 하에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시설과 활동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