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퇴진 보는 EU와 각국의 반응은?

존슨 총리는 작년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G7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존슨 총리는 작년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G7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집권 3년간 세계는 적지 않은 격동을 겪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주요 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지난 7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세계는 이 소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BBC 특파원들이 각 대륙의 상황을 소개한다.

Analysis box by Katya Adler, Europe editor

분석: 카티야 애들러, BBC 유럽 에디터

유럽연합(EU)은 존슨 총리의 몰락에 기쁜 듯 손을 비비고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또 아니기도 하다.

지난 24시간 동안 EU 외교관들로부터 받은 통화와 문자 메시지엔 질문과 느낌표가 가득했다. 유럽은 현재 영국에서 정치 '오페라'가 펼쳐지고 있다며 경멸과 불신의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그러나 EU는 가끔 존슨 총리가 너무 오래 총리직을 지키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여러 유럽 국가, 특히 중부 및 동유럽 국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존슨 총리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들 국가는 이제 존슨 총리가 물러난 이후에도 영국의 이러한 대러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동영상 설명, 보리스 존슨 총리의 주요 순간

존슨 총리가 물러나도 유럽 본토에선 눈물을 흘리는 이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유럽 정치인들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강행을 비난한다. 존슨 총리가 영국 국민에게 브렉시트가 불러올 진짜 영향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보통 서로 언쟁을 벌이곤 했던 유럽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이사회(EC) 등 EU 기구는 존슨 총리가 내놓은 최근 법안에 일제히 반발하며 결집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겨두기로 한 '북아일랜드 협약' 일부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해당 법안을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

그렇긴 하지만 만나본 EU 관계자 중 그 누구도 차기 영국 총리에 대해 특별히 희망적이지 않았다. 보수당 장관들의 이번 줄사퇴는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행보이지 존슨 장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제1 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당수조차 브렉시트를 전면 뒤집는다거나 눈에 띄는 변화를 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이번 사퇴 소식과 관련해 들었던 EU 정치인들의 희망 사항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들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국내 정치판에서 놀아나고 주의가 산만해지는 인물보단 정치적으로 자신 있게 EU와 대화하고 협상할 인물이 영국 총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Analysis box by Anthony Zurcher, North America reporter

분석: 안토니 저커, BBC 북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존슨 총리의 퇴진에 대해 크게 심란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미국 전역에 대서특필된 이번 소식에 기뻐하며 축하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7일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는 "여전히 강하고 지속된다"면서도 존슨 총리의 이름을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에게 "미래에 행운이 있길 기원한다"는 말조차 건네지 않은 것이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번도 존슨 총리와 긴밀한 사이였던 적은 없다.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도 존슨 총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특히 브렉시트로 인해 아일랜드가 처한 상황에 대해 특별히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다.

물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EU의 결집이 필요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존슨 총리를 굳건한 동맹으로 의존해온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영 두 정상은 태평양에서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협력하기도 했다.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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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

그러나 미국의 많은 민주당 인사에게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똑 닮아있다. 무역이나 이민 등의 이슈에 대한 견해도 비슷했으며, 둘 다 기존 상식과 전통을 깨부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존슨 총리의 불운은 트럼프와 미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도 불길한 징조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안 좋은 건 무엇이든 반대로 민주당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바이든 미 대통령은 판단을 유보하고 싶을 수 있다. 왜냐하면 존슨 총리의 사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오히려 바이든 자신의 정치 상황과 더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요 원인이 된 여러 추문을 제쳐 두고 보면 경제적 불확실성, 치솟는 물가, 사회적 불화 등의 이슈로 인해 존슨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했다.

모두 서방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그 어떤 정부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축적돼 중차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내 좌파 세력은 존슨 총리가 맞이하게 된 이번 결과를 환영할 수도 있으나, 존슨 총리의 사퇴는 현 상황을 지켜보는 공화당원이나 정치적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가 아닌 현재 미국에서 정권을 잡고 있는 바로 이들의 몰락 전조일 수 있다.

Analysis box by Pumza Fihlani, southern Africa reporter

분석: 품자 피라니, BBC 남아프리카 기자

존슨의 보수당 대표직 및 총리직 사임 소식과 관련해 영국 정치계 소식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아프리카인에게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부러움이다. SNS에서 사람들은 지도자가 권력에서 물러나는 일이나, 심지어 여당이 업무 성과 부족으로 지도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이 아프리카 국가에선 얼마나 보기 드문지에 대해 한탄하고 있다.

이들은 존슨 총리의 사임 소식을 통해 자국 정치인들의 부족한 능력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재임 기간 아프리카 대륙과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그의 사임에 대해 아프리카 대륙의 반응이 그리 폭발적이지 않은 것이다.셰이프

Analysis box by Karishma Vaswani, Asia presenter

분석: 카리슈마 바스와니, BBC 아시아 프레젠터

존슨 총리의 사임 소식은 호주, 인도, 말레이시아, 그리고 여기 싱가포르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영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의회 제도 등을 계승한 국가들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의원이 (표면상으로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퇴를 권고하며 전방위로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가 초기엔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틴 상황에서, 영국이 민주주의의 현 상태에 대해 전 세계에 보내는 신호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처럼 과연 민주주의 체제의 느린 종말일까.

또한 이번 총리 사임이 지정학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 이번 이슈로 고물가나 아시아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 등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는 더 시급한 현안에 대한 서방 세계의 주의력이 산만해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