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아픈데 업무 주고, 미접종자 차별…직장 내 '백신 갑질' 들어봤나요?

백신 휴가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연차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휴가 불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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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다음 날 후유증이 우려돼 상사에게 휴가를 문의했다. 그러자 "개인 연차를 쓰라"는 말이 돌아왔다. 접종 후유증이 걱정된 A씨는 연차를 내려고 했지만 이조차 쓰지 못했다. 상사가 접종 다음 날까지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아픈 몸으로 출근했다"고 했다.

B씨는 백신을 맞고 연차를 냈지만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쉬고 있었지만, 전화를 걸어 업무를 확인하는 상사 때문이었다. B씨가 전화를 받지 못하자 업무 확인 카톡이 왔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복귀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B씨는 "복귀하자마자 팀원들이 있는 데서 소리를 치고 처리할 수 없는 일을 맡기고 있다"라며 "백신 맞고 아파서 전화를 못 받은 것뿐인데, 너무 괴롭다"라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이처럼 백신과 관련된 괴롭힘 제보가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총 80건 접수됐다. 제보는 대부분 중소기업 직장인이 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접종자가 모두 유급으로 쉴 수 있도록 '백신 휴가제'를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기업에 백신 휴가를 권고해, 이를 회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4명 중에 1명, 연차나 병가 사용하기 어려워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백신 휴가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연차 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접종 다음 날 출근했다가 근육통이 심하고 열이 올라 조퇴를 했다고 호통을 듣고, 연차도 못 쓰게 해 접종을 미룬 사례도 있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C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증상이 나왔는데 원장이 연차를 못 쓰게 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D씨는 "지난달 2차 백신 접종이었는데 회사에서 연차를 허락하지 않아 예약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제60조 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하며,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도 휴가를 주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23.4%가 자유롭게 연차나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30.0%)과 서비스직(30.0%), 5인 미만(35.3%), 저임금노동자(33.1%)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산업단지 중소영세사업장 모든 노동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유급휴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산업단지 중소영세사업장 모든 노동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유급휴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신을 안 맞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직장인 E씨는 "회사에서 백신 접종을 하라는 공지를 올리고 접종 완료를 확인하라고 한다"며 "백신을 맞지 않아서 회사에서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고, 백신 거부 시 징계나 해고, 전보발령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라는데 문제가 없는 건가"라고 했다.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F씨는 "백신 1차만 접종했고, 2차는 맞지 않으려는데 회사에서 2차 미접종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PCR 검사 후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한다"며 "백신 접종은 선택으로 알고 있는데 회사가 강요라 생각되는데 확인서 제출을 거부할 순 없나요"라고 말했다.

백신 미접종 차별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직원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회사 내 지침 등을 통해 지시·감독할 사항이라는 것.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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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김기홍 노무사는 "백신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를 한다면, 이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 고 했다.

김 노무사는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부작용을 경험한 근로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단지 백신 미접종만을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상사 또는 사업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회사 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범에 따라 신고를 하거나,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