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싱가포르 병역거부자들, '한국처럼 대체복무하고 싶다'

    • 기자, 데렉 차이
    • 기자, BBC News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자란 여정예는 자신이 나중에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무기를 들거나 전쟁을 목적으로 한 조직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종교적 신념이다.

그는 20살 때 군 복무를 거부했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이유로 수감됐다.

싱가포르의 신체 건강한 남성은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할 병역의무가 있다.

그러나 1970년 이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매해 평균 6명꼴로 군교도소에 투옥됐다. 다만 이들의 범죄 기록은 삭제된다.

여씨는 거의 3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싱가포르 의무복무 기간보다 1년 더 긴 시간이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청소하고, 진흙투성이 장화에 더러워지는 200m 길이의 복도를 닦곤 했다.

매일 아침 8시 감방에서 점호가 끝나면 정원 손질, 세탁 등 잔일을 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헌병 장교는 "여호와의 증인들은 다른 수감자들이 매일 해야하는 체력 훈련과 샌드백 훈련에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여씨는 투옥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약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수많은 날을 울면서 보냈습니다. 2년 반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감옥에 가기 전에도 울었습니다."

한 줄기 희망도 있었다. 여씨와 우애가 깊고 생일이 같은 친형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형은 여씨가 투옥되기 1년 전 수감됐다.

여씨는 "최소한 형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

여씨와 그의 형은 어릴 때 여호와의 증인을 믿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군 복무를 마친 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

싱가포르의 군대는 2년간의 의무 복무를 마치면 매년 1회씩 예비군에 복무해야 한다. 한 번 소집될 때마다 훈련 기간은 몇 주간이며, 이는 10년간의 예비군 훈련이 이어진다.

여호와의 증인이 된 여씨의 아버지도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인해 감옥에 가야했다.

여씨는 "어머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아니지만 나와 우리 형이 곧 감옥에 가게 될 것을 알고 계셨다. 아버지가 가끔 생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여러 번 교도소에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고용주들은 매해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는 직원들의 훈련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은 40일 이상 군교도소에 투옥되고, 그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여호와의 증인이자 음악 교사인 조던 치아는 예비군 훈련을 두 번 이상 거부한 죄로 7개월의 형을 받았다.

치아는 BBC에 "교도소 복역 기간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힘들었다"며 "결국 고용주들에게 나를 계속 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고맙게도 회사는 나를 계속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교회와 국가

싱가포르 의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수감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수차례 검토해 왔다.

그러나 각료들은 "싱가포르처럼 작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군 복무가 필수"라며 기존의 엄격한 징병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1998년 당시 싱가포르 국방장관 마티아스 야오 치는 의회에 "군대가 있기 때문에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안보와 평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따라서 싱가포르인은 국방에 기여하는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그 어떤 이유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BBC는 싱가포르 국방부에 입장을 요청했고 "의회는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 면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명시한 바 있으며 이는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이 엄격한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며 한국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급진적인 변화를 개시했다. 여호와의 증인 수감을 중단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3년간 군교도소에서 대체복무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들은 다른 일반 수감자들과 분리된 감옥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몇 주간의 연차도 받는다.

여호와의 증인 아시아태평양협회 대변인은 "싱가포르에 있는 우리 신도들은 사회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하겠다는 바람을 정부 당국에 계속 표현해 왔다"고 말했다.

여씨도 싱가포르의 일부 남성들이 징집돼 있는 소방업무 등 민간 업무에 종사하게 해줄 것을 정부에 거듭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대체복무를 지지한다.

유럽인권협약은 "살상무기의 사용은 양심의 자유, 종교 혹은 신념을 표명할 권리와 심각하게 대립할 수 있다"고 믿는 시민들에게 대체복무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장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종교간 연구를 가르치는 폴 헤지스 교수는 싱가포르는 이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제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헤지스 교수는 "(싱가포르의) 병역은 국가 안보 논리에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어느 한 쪽에서 큰 방향의 변화가 없다면 타협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의 소중함'

여씨는 지난 4월, 싱가포르가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 석방됐다.

그는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 가족과 함께 간 것이었다. 당분간 (봉쇄 때문에) 이렇게 못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월까지 계속된 봉쇄기간 싱가포르 주민들은 식료품 구매, 운동 등 꼭 필요한 활동을 위해서만 외출할 수 있었다.

여씨는 "친구들을 너무 만나고 싶었고, 우리 집은 감옥에 비해 너무 작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봉쇄 전 경험한 반나절 동안의 자유가 엄청나게 대단했다고 말했다.

"교도소 생활은 단순했어요. 출소하자 많은 것이 느껴졌죠. 자동차, 버스, 수갑이랑 통금 없이 자유롭게 걷는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