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성: 코로나로 장마당 붕괴…'여성 지위 약화' 불러와

팬데믹 이후 북한의 '국경폐쇄' 조치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인애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25일 열린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온라인 국제학술회의 '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에서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장마당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이는 결국 시장 경제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올라갔던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이 다시 내려가고 있다는 것.

현 교수는 "북한 여성들의 시장 활동은 매우 고달픈 과정이었지만 큰 기회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돈이 여성들에게 집중됐고 그러면서 사적 욕망도 갈수록 커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북한 여성의 미래는 시장의 존재 및 발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정책으로 장마당에서 유통되던 상품의 70~80%가 사라지면서 여성들이 장사를 접고 노력 동원에 직접 참가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여성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현 교수는 진단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코로나를 사회주의 국가 경제 체제의 회생 기회로 삼고 있다"며 "국영 경제가 강화되면 시장 경제에 종사해온 여성의 지위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 이후 현송월 등 신여성의 등장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여성 해방과는 큰 연관이 없다"며 "가부장적 국가 구조의 대표자인 '수령'은 여성을 해방시켜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북한 장마당은 물론 변경무역 종사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며 "국경 폐쇄가 여러 측면에서 여성의 활동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취약계층을 보통 노인, 영유아, 여성이라고 볼 때 코로나는 노인과 영유아의 부담까지 여성에게 전가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여성의 시장 활동, 사회적 인정 안 돼

여성들의 시장 경제 활동으로 가족 내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부부관계,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에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절대적 순종이라는 규범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성의 경제적 역할을 인정하고 남성들도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 변화된 성 역할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조 부원장은 이를 '칼자루가 여자한테 쥐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장마당 확대 이후 북한 여성들이 가구 소득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원장은 다만 "이러한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비공식부문(시장경제)에서 수행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사회적 노동영역 내에서 불평등한 성별분업구조가 존재하고 이는 북한 여성들이 공식노동 부문에서의 사회적 성공 대신 시장경제 활동을 통한 경제적 성공을 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부원장은 "최근 젊은 세대 속에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성 가부장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동시에 결혼 기피, 등록 연기, 이혼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류영수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국장은 BBC 코리아에 "과거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경제적 변화를 이끌었고 북한 사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봐야 앞으로의 방향도 전망할 수 있고 대북정책도 계획할 수 있다"며 "외부 세계에서 기술 지원 등 북한 여성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