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심한 폭염∙식량난에도 '자력갱생' 외쳐

자강도 38.4도, 평양 35도 등 북한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19일 고온주의경보를 발령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오는 24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 33도 이상, 대기 습도 70% 이상으로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강도 자성에서 최고 38.4도까지 높게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당장 올해 북한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관영매체들은 "지금이야말로 올해 농사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재해성 기후의 영향을 이겨내는 것이 올해 알곡 고지 점령의 관건"이라고 주민들을 독려했다.

북한 주민 10명 중 4명 영양부족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지난 13일 공동 발간한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수준 2021'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2018~2020)는 총 1천9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2.4%로 집계됐다.

5세 미만 아동 중 발육부진아는 지난해 기준 30만 명으로, 전체의 18.2%였다.

북한보다 심각한 나라는 소말리아(59.5%), 중앙아프리카공화국(48.2%), 아이티(46.8%), 예멘(45.4%) 등이다.

FAO는 별도 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재지정했다.

특히 북한이 올해 8월부터 10월 사이에 식량 부족으로 혹독한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BBC 코리아에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은 86만톤으로 추정된다"며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당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북중 국경이 굳게 닫히면서 주민들의 시장 활동이 감소했고 더불어 식량을 구입할 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국경 폐쇄로 식량 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가뭄, 폭염 등 자연재해까지 더해지면 주민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이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력갱생'만 강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향후 교류와 협력이 늘어나도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근로자'를 통해 "먼 앞날을 내다봐도 민족자존의 방식은 이민위천(백성을 하늘 같이 여김), 일심단결, 자력갱생에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번지르르한 것에 현혹돼 주체적 힘을 키우지 않는 것을 자멸을 청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사상과 문화, 도덕의 순결성, 집단주의 기풍 유지 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BBC 코리아에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외부사상을 배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사상의식, 즉 반사회주의 사상이 들어올 경우 '북한식 사회주의'가 밑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총을 들고 덤벼드는 대적보다 더 위헌한 것은 화려하게 채색된 부르주아 사상 문화적 침투책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청년세대의 사상적 변질이 사회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언어와 노래, 춤, 패션에서도 북한식 문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외부 문물에 노출되기 쉬운 청년세대의 사상 이완을 극도로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전 장관은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도 자력갱생을 외쳤는데 당시엔 제재가 없었던 만큼 중국,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 상황이 달라졌다"며 "인도적 지원까지 마다한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북한이 이처럼 국경을 꼭꼭 닫아 매는 이유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무질서 사태가 퍼지면 권력이 위태롭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인민의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권력의 흔들림을 막아보겠다는 정권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북한 당국이 아예 주민들의 개인주의적 생각을 차단하려는, 그래서 정해놓은 질서화에 인민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