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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 '김정은에 서신 전달 요청'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해외 주재 북한 공관으로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동생의 시신 확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씨는 BBC 코리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8일 저녁 홍콩과 몽골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며 "왜 죽였는지, 어떤 방법으로 사살했는지 등에 대해 동생을 죽인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정확한 경위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도중 영국 주재 북한 공관의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 등을 묻기도 했다.
이 씨는 "자세히 살펴보니 동생은 바다에서 화형 당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한 북측 입장과 의견을 자세히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해당 서한을 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최근 서한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통일부와 외교부, 해양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이 동생의 희생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24일 북한이 실종된 공무원 A씨를 사살하고 불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사건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예민한 시기에 한국 정부가 주민을 제대로 관리 및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에 이어 북한군에 의한 두 번째 한국 민간인 사살이다.
인권위 '해경, 유가족 인권 침해' 결정
해양경찰청은 당시 사건 직후 'A씨가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가 월북 전, 수억 원 대의 도박을 했으며 채무로 인해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었다고 밝혔다.
중간수사보고에서도 A씨를 '정신공황'으로 지칭하며, 도박 송금 기간과 횟수, 금액 등을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다.
이래진 씨는 이와 관련해 "동생이 월북한 것이 아닌데 왜 월북으로 몰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유가족이 바란 것은 오직 공정한 수사임에도 불구하고 해경이 종북 프레임을 씌우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 부채는 기밀사항인데 수사보호 규칙까지 무시하면서 해경이 내용을 부풀리고 거짓을 더해 발표를 했다. 결국 언론의 반응이 사그라 들었고 결국 해경이 이것을 노린 것"이라고 이 씨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결정문을 통해 "해경이 사살된 공무원 A씨의 채무 상황 등 사생활 정보를 공개한 것은 유족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해경청장 등 관련자들을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사건 발생 후 10개월 만의 발표였다.
이래진 씨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으로 해경이 헌법 제10조 불가침의 인권 보장을 위반했고 제17조 사생활침해를 저질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해경청장과 수사국장, 형사과장 등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조카에게 공정한 수사를 약속한 만큼 지금이라도 나서서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피해자 A씨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8일 기자회견에 함께 한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은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해경이 악의적인 월북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없는 일까지 지어내 고인을 명예살인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눈치 보느라 시간 끈 인권위'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BBC 코리아에 "사건 직후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중간 수사 발표 당시 해경이 월북, 도박 빚 얘기를 했을 때 그때라도 긴급 구제, 직권 조사, 직권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잘 짚었지만 권고 수준 등에서 정치적 셈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는 "결국 인권위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1년 가까이 시간을 끈 것"이라며 "뒤늦게 너무나 약한 '권고'를 내놓고 이 사건에서 빠져나가려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