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드레드에 '문화적 전유' 비판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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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공개된 힙합 뮤지션 박재범의 신곡 ‘DNA Remix’ 뮤직비디오에서 박재범이 ‘드레드 헤어 스타일’을 한 것과 관련해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드레드룩스'라고도 불리는 드레드는 레게 머리의 일종으로 머리를 땋아 내린 헤어 스타일이다.
유명 K팝 그룹 엑소의 카이도 드레드 헤어 스타일을 한 것에 대해 크게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드레드 헤어스타일이 무엇이기에 "문화적 전유"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드레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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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의 형태는 고대 이집트 왕 투탕카멘의 그림, 힌두교 시바신 신화, 고대 아시아 부족 등 역사 속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헤어 스타일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드레드'라는 명칭은 15세기에 와서야 정립됐다.
역사학적 외모의 변천사를 연구해온 작가 빅토리아 셰로우(Victoria Sherrow)는 몇 달을 노예선에 묶여 지낸 흑인들의 엉클어진 머리를 보고 백인들이 ‘끔찍하다’(dreadful)고 말한 데서 드레드라는 명칭이 유래됐다고 밝혔다.
노예선에 실려 온 흑인들의 드레드 스타일은 과거 무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일어난 흑인 인권 운동의 일부로 ‘흑인의 머리는 아름답다'는 민족주의적 인식과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0년대 레게 음악의 세계적인 붐은 아프리칸 문화를 확산시켜 음악과 헤어 스타일 모두를 패션으로 만들었다.
숙명여자대학교 장미숙 교수는 이후 드레드 헤어 스타일이 이후 흑인의 자존심을 반영한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프리칸-아메리칸 헤어 스타일에 나타난 이데올로기’ 논문을 통해 드레드가 ‘고대 아프리칸 문화와 힌두이즘(Hinduism)에서 발생해 자메이카 문화인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에 전파되었고, 다시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로 유입되어 오늘날 청소년 하위문화와 현대 주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전유
드레드 스타일은 이렇듯 흑인 공동체의 억압과 학대에서의 해방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상징보다는 대중적인 헤어 스타일로 널리 알려진 탓에 자주 ‘문화적 전유'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문화적 전유란 일반적으로 '주류 문화'가 '비주류 문화'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드레드 스타일이 문화적 전유 비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드레드' 머리를 한 백인 남성과 이를 비판한 흑인 여성은 유튜브에서 30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했다.
2017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S/S 컬렉션에서 백인 모델들을 데리고 색색가지 드레드락 헤어 스타일을 선보였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2018년 2월 가수 제시 넬슨 역시 본인 인스타그램에 '드레드' 머리를 한 사진을 올렸다가 '문화적 전유'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외 저스틴 비버, 아델, 카이 등 국내외 유명 스타들도 드레드 머리를 했다가 문화적 전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왜 문제가 되는가?
이세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현대패션에 제기된 문화적 전유' 논문을 통해 문화적 전유가 줄곧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된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20세기 역사학자 브로델, 폴 리쾨르, 버크, 사이드 등을 인용해 전유 및 차용이 긍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이드는 '모든 문화의 역사가 문화 차용의 역사'라고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역시 고대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된 핼러윈과 같이 문화적 전유가 전통이 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적 전유는 표절, 모방, 절도, 약탈 등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담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서구 세계가 제3세계의 문화나 지식을 차용하고 저작권을 나누지 않는 행위가 이어지면서 더 강력해졌다.
이 교수는 한 인도의 한 사례를 들었다. 인도에서 '마을의 약방'으로 불리던 님(neem)나무는 불교경전에도 등장하며 구충제, 살충제, 피부염순화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1995년 미국 화학기업 그레이스(Grace & Company)가 님나무 추출 기름으로 생물농약을 만들어 특허를 취득했다. 제3세계 토착지식을 약탈하는 서구 선진국 기업의 만행을 세계에 고발한 인도의 사상가다 시바는 이를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사건은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특허는 취소되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인류학자 펠드 등이 '서구인들이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족과 같이 알려지지 않은 문화로부터 음악을 차용한 뒤에 결과물의 저작권은 자신이 갖고 본토 음악가들과 저작료를 공유하지 않는 사실을 비판했다'고도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제34차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환경경제사회정책위원회 위원장 아로하 미드가 2017년 문화적 전유 논쟁 사례들을 여럿 발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미드는 특히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타 문화의 전통 표현에 대한 존중이 없는 폐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문화의 전통 표현에 대하여 최소한의 변형만을 취했을 뿐이면서도 '…의 영감을 받은' 이라는 개념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치파오, 히잡, 인디언 복장, 원주민 복장….

사진 출처, @daumkeziah/Twitter
드레드뿐만이 아니다.
아랍권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베일인 히잡, 인디언으로 통칭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복장, 일본 전통 스모 선수의 복장, 중국 전통 드레스 치파오 등도 문화적 전유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한 예로 미국의 백인 여배우 미쉘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는 인디언 여성의 헤어와 메이크업, 액세서리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어나더(AnOther) 2013년 봄여름호 커버에 등장했다.
비평가들은 곧 '인디언 여성을 흉내 낸 패션의 사진'을 비판했다. 고정관념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오한 영적 의미를 침해하며, 흑인의 얼굴을 흉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량 학살과 식민주의의 폭력적인 역사를 연장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이들 사례 대부분은 비서구 문화에 대한 존중의 부재와 관계가 깊다.
사이드는 탈식민주의적 문화비평의 입장에서 제국에 대한 향수, 제국의 상상력으로 길러낸 문화를 주의 깊게 검증하고 살펴보아야만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당한 비판일까?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드레드 헤어 스타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박재범은 장문의 댓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재범은 “우린 소수 집단을 괴롭히는 다수 집단이 아니고 문화를 훔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동료이고 문화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얕은 지식으로 힙합과 흑인 문화를 재단하는 사람들을 바로잡을 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서로 음식 문화나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너무 지루하다. 나를 지지할 필요까진 없지만, 최소한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삶을 살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국내 커뮤니티의 사용자는 ‘문화적 전유 논란이 전혀 공감이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문화적 전유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화를 차용할 수 있는 ‘자격’을 논함에 있어 인종, 국가, 이해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는데, 그 기준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시로 ‘국가가 기준이면 미국 흑인들은 아프리카나 카리브해 문화를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댓글로 ‘문화라는 게 원래 주고받으면서 섞이고 풍부해지고 하는 거 아닌가’라며 동조하기도 했다.
2018년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중국 전통 드레스 치파오를 입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비판의 대상이 된 미국 유타에 사는 케지아 역시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시는 분들에게: 저는 중국 문화를 비하할 뜻이 전혀 없다"며 "단지 제가 중국 문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저는 해당 사진을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전형화나 희화화에 대한 의도를 담지 않은 모방에도 ‘문화 전유' 비판이 정당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판 측에서는 문화를 순수하게 감상하고 즐기는 것뿐인데, 그것을 검열하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패션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시대에 따른 가치 변화를 인정하고 비판적 쟁점을 들춰 그 핵심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