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손배소: 법원 이번 주 첫 판결...일본의 '국가면제' 논리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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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심 결론이 이번 주 나온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중 국내에서 나오는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오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선고기일을 연다.
소송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에 나오는 이번 선고는 애초 한 달 전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추가 논의와 검토를 이유로 해를 넘겨 8일로 미뤄졌다.
이번 판결은 '국가면제 vs '인권침해'가 쟁점이다. 또 지난 강제 징용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판결과 관련한 진행 과정과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5년 만에 나오는 판결
지난 2013년 피해 할머니들과 유가족들은 일본 정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로 차출한 것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4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피해자들은 마지막으로 한국 법원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들은 소송 절차를 밟기 위해 2015년 10월 사건을 일반 민사합의부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은 2016년 12월 법원에 접수됐지만 일본 정부는 2019년 1월까지 소장 접수 자체를 계속 거부했다.
결국 재판부는 '공시 송달' 절차를 통해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다.
공시 송달이란 주로 당사자 주소 등을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면서 사유를 게시판에 공고해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2019년 5월 9일부로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후에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 할머니 6명이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들의 호소
2019년 11월 13일 가까스로 열린 첫 변론 자리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길원옥·이옥선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옥선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철모르는 어린것들을 일본에서 끌어다 못 쓰게 만들고 다 죽였으니 반성해야 한다"면서 "퍼뜩 배상받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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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변론 기일이었던 지난해 11월 11일에는 이용수 할머니가 원고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언자로 법정에 섰다.
이날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나라 대 나라로서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적극 나서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없어 이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위안소에 머물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군인이 칼로 찌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 군인 방에 들어가라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국가면제' 여부가 관건
일본은 '국가면제'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주권면제론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일본 측은 이를 근거로 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2019년 11월,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 나섰던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현 일본 총리)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특히 지난 2015년 한일 합의에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한일 양국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한국의 재판권에 속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번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면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 등을 포함해 일본이 소송 참여를 거부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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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해자 측은 일본군 위안부를 모집·동원한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가 한국 영토에서 이뤄졌고 '인권 침해 ' 불법성이 지나치게 커 주권 면제 원칙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6차 변론기일 당시 원고측 변호인단은 "일본 법원이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주권 면제 법리가 숭고한 법리로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사정이나 배경 등을 검토해 적용 범위와 방식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통 질서에서는 국가 중심으로 국제법 질서가 편제됐지만, 현재 국제법 질서에서는 인권이라는 개인이 중요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가의 위법 행위로 피해 입은 개인에 대해 적절한 구제가 있어야 한다는 세계적 합의가 있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배상 가능할까?
재판 결과는 쉽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재판부가 원고인 위안부 할머니 손을 들어주더라도 일본 정부는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게 되면 소송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배상 판결을 하고 이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배상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배상액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 일본 자산 압류와 강제매각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등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은 2018년 11월 "피고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다.
미쓰비시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지난해 3월 22일 특허청이 있는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상표권 압류 매각명령 신청을 냈다.
한편,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낸 미쓰비시중공업 국내자산 압류명령 효력은 지난달 29일 오전 0시부터 발생했다. 미쓰비시 측은 압류명령을 내린 대전지법에 즉시 항고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손배소 1심을 앞두고 할머니 측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양성우 변호사는 BBC 코리아에 "국가면제 법리가 부인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했다.
양 변호사는 "다만 우리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구제를 실현할 다른 형태의 분쟁 해결 수단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국가 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이 사건에서만큼은 제한하는 판결을 해 오늘날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국제 인권 규범 형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