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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일본은 왜 욱일기 응원을 허용하는 걸까?
- 기자, 안드레아스 일메르
- 기자, BBC 뉴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의 의미로 국기를 흔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국기가 다른 나라 팬들에게 역사적인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면 어떨까?
일본 정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욱일기가 주변 국가들에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인권유린 역사를 다시 쓰고,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세탁하려는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 욱일기 응원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욱일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없으며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깃발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욱일기란?
일본의 공식 국기인 일장기는 흰색 바탕의 가운데에 붉은 원이 있다. 일장기 사용과 관련해 항의하는 나라는 어디도 없다.
욱일기는 기존 붉은 원에 태양 주위에 16갈래로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깃발이다.
19세기 욱일기는 구 일본 제국의 군기였다. 이후 20세기 들어서 일제 군사 침략 피해국인 한국, 중국 등에서 욱일기가 전면에 내걸리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기억됐다.
"욱일기는 증오의 깃발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일제 식민지 피해국 입장에서는 욱일기가 제국주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주변 국가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문양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욱일기 경기장 반입금지 조치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욱일기는 증오의 깃발입니다"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국 애널리스트인 엘렌 스위코드는 "한국인들이 욱일기 사용에 대해 항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감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대중 대부분은 욱일기를 단순 역사적 전통 무늬로 인식하고 있다. 욱일기는 현재 일본 해양 자위대의 군기이며, 일본 내에서 극우세력들이 사용하는 깃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왜 중국에서는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
중국 또한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보았다.
1937년에 중일 전쟁이 발발하며 일본이 중국 난징을 점령했고, 이때 수십만 명의 중국인이 무차별하게 학살당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1947년 난징시 군사 법정 판결문에 따르면, 난징대학살 당시 30만 명 이상이 살해됐고, 20만 명 이상의 여성이 강간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욱일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쓰지 말아 달라고 일본에 요청하지 않았다.
존스 홉킨스 대학 난징 캠퍼스의 교수인 데이비드 아레스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항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일본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올해 봄 일본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레스 교수는 "중국은 욱일기에 관해 큰 문제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중국 안에서도 욱일기에 관련한 반대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욱일기를 하켄크로이츠와 비교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찬반 논쟁이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독일 나치의 상징이었으며, 현재 독일에서는 이 문양을 사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현재 극우 세력 단체들만 이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하켄크로이츠가 독일 나치만을 상징하는 데 쓰인 반면, 욱일기는 수백 년 동안 널리 사용됐던 전통 무늬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욱일기는 일본 광고와 상품에도 자주 등장해왔다.
도쿄 소피아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코이시 나카노는 욱일기가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키기 이전부터 국내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과거 일본군이 저지른 인권유린 역사를 다시 쓰고,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세탁하려는 목적이 아닌 이상 일본 내에서 욱일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나카노 교수는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보다는 미국 '남부 연합기'와 비교했을 때, 더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폐지에 반대한 남군이 사용한 전투 깃발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남부 연합기 사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으며, 남부의 몇 개 주에서 아직도 볼 수 있는 깃발이다.
이 깃발은 인종 차별을 조장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전파한다는 비판받는다.
왜 일본은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했을까?
일본 외무성은 2019년 11월 8일, 한글을 포함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욱일기에 대한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외무성은 욱일기가 "정치적 주장이나 국수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풍어기나 출산, 명절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일본 문화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해당 자료에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이나 태평양전쟁 등에서 욱일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욱일기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
최근 급격히 악화한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지난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더 좋아지느냐 나빠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여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후 일본은 한국에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강경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기 위해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 존재한다.
하와이 대학의 역사학 부교수인 해리슨 김은 "현재 일본 정부는 극단적인 국수주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관하고, 민족주의적 표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역사를 정면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에 있어서 "일본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바로 찾아온 냉전 시대에 일본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피해국에 정당한 배상을 하고, 자국 역사에 대해 충분히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해리슨 김 교수는 이로 인해 "일본이 법적으로나, 교육에 있어서나, 문화적으로나 전쟁 범죄를 기억하고 잘못을 사과하는 영구적인 방법을 실천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