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35명, 가족은 25개' 하지만 모두가 가짜인 일본인

- 기자,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데 라 푸엔테
- 기자, BBC 뉴스 문도, 도쿄
호리호리한 체격의 유이치 이시이 대표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부드러웠다.
올해 서른여덟 살인 그는, 그가 아는 여느 서른여덟 살보다 많은 자녀를 가지고 있었다.
자녀가 많지만 이시이 대표가 그들과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4시간뿐이다. 이마저도 고객이 원할 때만 가능하다.
이시이 대표는 10년 전 '가족이나 친구'를 빌려주는 회사 '패밀리 로맨스'를 세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가 이끄는 회사는 큰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이 회사에선 2200여 명이 일한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형태가 다른 가족들을 위해 아빠, 엄마, 할아버지나 할머니, 사촌이나 삼촌 같은 친척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짜'이면서 '진짜'
'패밀리 로맨스'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게 된 건 14년 전이었다. 이시이 대표의 친구가 아들을 사립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아빠, 엄마, 아이가 함께 와서 면접을 치르라고 했다.
이시이 대표는 싱글맘인 친구를 위해 아빠로서 면접에 함께 참석했다.
"아이랑 제가 진짜 가족처럼 행동할 수 없어서 효과는 없었어요. 다만 이렇게 가족이 필요한 곳에서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는 '패밀리 로맨스'가 "특정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는 가짜입니다. 그런데 몇 시간 동안만은 진짜 친구나 가족이 되죠."

친구나 가족을 고용하는 사람들
'패밀리 로맨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소개할 파트너를 찾는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진짜 파트너를 부모 앞에 데려갈 수 없어서다. 이때 고객의 키, 머리색깔이나 스타일, 나이 등에 고려해 최대한 잘 맞는 사람을 찾는다.
이시이 대표는 "친구 사귀는 게 어려운 이들이 친구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실제 친구처럼 함께 쇼핑을 가고 산책을 하며 잡담을 나눕니다."
중요한 파티가 있을 때, 참석할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들도 있다.
때로는 노년층에서 딸이나 아들, 손주 역할을 할 사람들을 찾는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한 추억을 되새기거나, 살면서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가족을 고용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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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찾는 역할은 아버지
가장 수요가 많은 역할은 아버지다.
해마다 일본에서는 약 20만 쌍이 이혼하고 한부모 가정이 된다.
이시이 대표는 '패밀리 로맨스'가 사회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유독 불이익을 받는 일본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마다 원하는 가족 모델이 다르다"고 했다.
"어떤 (고객은) 온화한 아버지를 원하는 반면, 엄격한 아버지나 교양있는 아버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가족을 구성하죠. 예를 들어 엄격한 아버지 역할을 위해서는 간사이 지방의 방언(표준 일본어보다 좀 더 거친 느낌을 준다)을 쓰는 거죠."
만약 아이들이 어린 경우에는 '왜 지금까지 아빠를 못 만난 것인지'를 설명해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시이 대표는 이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구실을 둘러대며 어린아이들과 작별할 때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납득하는 게 쉽지 않아요. 헤어질 때 우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슬프죠.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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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이라고 계속 되새겨야
'패밀리 로맨스' 직원들은 한 번에 최대 5개 가족에 속하는 게 원칙이다. 이시이 대표는 이 일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스물다섯 개 가족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보니 총 그는 35명의 아이들 앞에서 진짜 아빠 역할을 했고, 69번 다른 사람의 친구나 친척이 됐다.
그는 "(고객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름과 세부 정보를 적어 놓은 노트를 가지고, 일상적인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말했다.
"물론 가끔 별명 같은 걸 잊어버려요. 그럴 때는 살짝 화장실에 가서 커닝을 합니다."
별명을 까먹을 수는 있지만, 아빠가 된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 것, 방과 후 체육 활동을 참관하는 것,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 등 부모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사실 일이 아주 많고 휴가가 없기는 하다"고 말했다.
"저는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는 개인적인 일을 처리합니다.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제게는 이게 휴가죠. 잠은 하루에 3시간 정도씩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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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감정
이시이 대표는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이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는 "만약 내가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었다면, 스물다섯 가족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실제로 결혼했다면, 고객의 가족은 저를 볼 때 어떻게 느낄까요? 그리고 제게 아이가 있었다면, 제가 실제 가족을 '가짜 가족'처럼 여기지 않았을까 걱정했을지도 몰라요.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시이 대표는 직업 특성상 가족과 친구를 향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이 사업은 고객과 배우가 서로의 관계를 잘 이해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이 '가짜 가족'은 키스나 성관계를 할 수는 없다. 손만 잡을 수 있다. 회사는 30종의 역할을 제공하는데, 각각의 역할마다 지켜야 할 규칙들이 정해져 있다.
고객들은 4시간당 2만엔(약 20만 원)에, 교통비와 식대를 추가로 지불한다. 이시이 대표는 "싱글맘에게는 비싼 금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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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진실
'패밀리 로맨스'의 슬로건은 "현실 그 이상의 행복"이지만, 결국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이시이 대표에게는 여전히 자신을 진짜 아빠로 믿고 있는 스무 살 딸이 있다. 그는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결단을 못 내리겠다"고 했다.
사업가로서 이시이 대표는 다양한 개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으로 일본은 친절하고, 남을 존중하며, 소중하게 여긴다"며 "그런데 이것이 단점으로 나타났을 때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도덕적 제재에 너무 얽매이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자신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참 힘듭니다. 사실 저희 회사의 서비스가 필요없는 게 바람직한 사회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