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함구하다 결국 사실 밝힌 북한

지난 5일 새벽 하노이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5일 새벽 하노이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됐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더 자주 마주 앉아 훌륭한 결실을 안아올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6일 공개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록영화 내용이다.

합의 결렬 엿새 만에 공개된 기록 영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방문 성과에 치중했을 뿐 미국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과의 합의 결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처럼 제2차 북미회담 합의 결렬을 철저히 함구하던 북한 당국은 이틀 뒤 갑작스레 노동신문을 통해 관련 사실을 밝혔다.

노동신문은 8일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이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언급함으로써 회담 결렬을 처음으로 밝혔고 회담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 수뇌부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숨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이번 회담을 통한 제재 완화에 기대가 컸던 만큼, 합의 실패로 인한 제재 지속을 무작정 감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결렬됐다는 것을 숨길 수 있겠지만 아마 일주일도 안 갈 것이고 어차피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정권이 해석하는 틀 안에서 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이 정권이 통제하지 못하는 정보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강한 대미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가 완전히 중단된 게 아님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잠깐 마찰이 있어서 중단된 것처럼, 예를 들어 부동산 거래에서 거래가 완전히 깨진 것이 아니라 가격이 안 맞아서 서로 생각해볼 여지가 좀 있으니까 감정 상하지 말고 서로 좋은 관계를 가지면서 이 거래에 관해 생각해보자, 이런 거죠."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한 정권이 회담 결렬 공개를 통해 주민에게 협력을 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력한 제재가 지속되는 현실을 단결해서 이겨 내자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책임을 미국에 계속 돌릴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많이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당장 완화되지 않으니 내부 일심단결하자, 이런 메시지가 주민들한테 전해질 것"이라며 "엘리트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최고 지도자의 행위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숙 교수는 또 제재 완화에 대해서 북한 엘리트층의 관심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히 광산을 상당수 보유한 군부 계층에게는 제재로 인해 광물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북한 최서단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로켓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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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북한 최서단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로켓발사장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 미국과 관계 개선에 대해 반대하는 보수 세력도 분명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북한 당국이 노동신문을 통해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보도한 정도로는 주민들이 실제 상황을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엘리트층과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 중국이나 한국과 연계된 사람들만이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거라는 해석이다.

"우리 장군님은 무조건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고 백전백승의 강철의 용장의 뒤를 이은 장군으로 생각하는데 트럼프한테 졌다? 그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미국을 속이려다 들통이 났다? 이것은 그야말로 소위 김정은에 대한 신뢰가 확 깨지는 일이 돼요. 김정은에 대한 우상이 깨지면 체제가 붕괴되는 것과 같죠. 그것을 북한 당국이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북한 사람들은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동신문에서 그 정도 이야기한 것 가지고는 몰라요."

김성민 대표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정말 판을 깰 생각이라면 벌써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구겨서 기분이 상했다는 표시를 할 것이라며 너무 위험하지 않은 수준에서 시간을 가진 뒤,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