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체: 십대 뿐 아니라 일부 어른들까지...왜 급식체를 쓸까

tvN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는 '급식체'를 강의형태로 가르쳐주는 상황을 패러디한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tvN

사진 설명, tvN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는 '급식체'를 강의형태로 가르쳐주는 상황을 패러디한 '급식체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오지고지리고렛잇고아미고알파고"(좋다)" 청소년들에게 유행인 '급식체'의 한 예시다.

급식을 먹는 연령대인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란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독특한 표현 때문에 한글파괴를 가져온다는 우려에도, 이런 급식체는 십대들을 넘어 다른 세대와 방송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만연하게 됐다.

급식체, 어디서 시작됐나

급식체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2015년부터 온라인 상에서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개인방송, SNS,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자를 매개로 빠르게 소통이 이뤄지다보니 급식체에서는 각종 축약이나 탈락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oㅈ(인정)'?이나 'ㅇㅇㅇㅈ(응응 인정)'처럼 초성만 이용하거나 '문상(문화상품권)',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등 첫 글짜만 이용해 언어를 줄이는 것이다.

모양 자체가 비슷한 모음과 자음을 섞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띵곡(명곡)', '커엽다(귀엽다)' 등이다.

'동의?(동의해?)' '어, 보감(동의한다)'등 말장난처럼 단어를 이어 말하기도 한다.

기존과는 다른 의미로 단어를 사용하는 부분도 있는데, 급식체에서는 예상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하는 각'이라고 표현하고, 감탄하거나 멋질 때 '오지다', '지리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십대들이 이런 언어로 소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강옥미 교수는 최근 발표한 '야민정음과 급식체의 해체주의 표현연구' 논문을 통해 "청소년들은 급식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스스로 기성세대와 차별화하고 그들만의 동질성을 나타낸다"고 평했다.

즉, 이런 언어 형태는 십대들이 공유하는 문화이자 놀이이고, 자신들만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점점 퍼지는 급식체, 이유는

이제 2,30대도 온라인에서 소통하기 위해 급식체를 쓰기도 하고, 부모세대가 자녀 세대들과 소통하고자 급식체를 배우기도 한다.

최근에는 급식체 사전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기업들도 자사 마케팅에 급식체를 활용하고 있다. SNS상에는 젊은 세대 이용자가 많다보니, 이들을 고려해서 친근감을 극대화하고자 급식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LG는 공식 SNS계정에 급식체에서 '인정'으로 활용되는 초성 'ㅇㅈ'을 활용해 '엘지 인정하는 각'이라며 마케팅에 활용했다.

삼성 멤버스 커뮤니티에는 고객과의 소통에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거문고 아리랑 고개를 넘는 제안사항에 대단히 감사하다"는 답변이 달려있다.

CCM 가수 CPR은 급식체를 사용한 '오진 예수'라는 곡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멜론

사진 설명, CCM 가수 CPR은 급식체를 사용한 '오진 예수'라는 곡을 발표했다

심지어 종교계에서도 급식체를 이용한 사용한 찬송이 나와 화두가 됐다.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른 개신교 찬송 곡, '오진 예수'는 가사에 '예수는 오지구요', '그의 능력친 만랩', '나의 최애 예수'라는 등의 표현이 들어간다.

이 앨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던 이화익 씨는 예배시간을 지루해하고 딱딱해하는 십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런 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오지다'는 표현은 원래 '오달지다'라는 우리말로, '알차다', '참 좋다'는 의미"라며 "그 표현 하나만으로 애들이 굉장히 재밌어 하면서 그간 예배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친구가 예배 끝나고 저한테 와서 엄지손가락을 보여 주면서 '인정'이라고 했다"고 크리스천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급식체가 등장했다.

'띵곡', '웬열'(SBS 런닝맨) , '뙇', '뮈안해' (JTBC아는 형님), '행사러'(KBS 해피투게더)등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 예능에는 급식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런 실정이다보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일 방심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지상파와 종편 예능프로그램에서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며 "아무리 예능이어도 어린이, 청소년의 정서발달과 언어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가지 시선

이처럼 급식체 돌풍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대부분 초성이나 줄임말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파괴를 가져온다는 비판이 있다.

또, 이른바 은어이기 때문에 제대로 한글을 배워야 할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60대 김병원 씨는 "학생들끼리 친하게 쓰는 말은 우리 때에도 있었지만, 기성 세대들이 완전히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급식체를 두고 '한글파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급식체를 두고 '한글파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욕설과 비방이 아니라면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시대흐름에 따라 탄생하는 언어가 있고, 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30대 이아람 씨는 "우리세대 때도 '귀여니'체라고 인기작가 귀여니가 이모티콘을 섞어서 쓰는 말투가 유행했다"며 "더 이상 사용하진 않지만, 이런 언어를 통해 어른들과 다른 소속감을 느낀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유행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한다.

과거 유행했던 '하이루(안녕)', '캡짱(아주 멋진)', '담탱(담임교사)' 등의 은어들은 더 이상 활발하게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강옥미 교수는 "급식체가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소통의 윤활유 측면에서 본다면 수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