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 파견: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낀 문재인의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김수빈
    • 기자, BBC 코리아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9월 5일 평양에 특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남북관계 및 한반도 비핵화 등의 사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31일 오전 특사 파견을 북측에 제안했고 북도 오후에 이를 수락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 대북 특사의 인원이나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찾는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분석: 북한과 미국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

'지금 시점에서 우리쪽에서 먼저 대북 특사를 보내야겠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특사 파견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했나?'

특사 파견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이 청와대 대변인에게 던진 이 질문들은 문재인 정부가 현재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본질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인 북핵 문제를 중재하면서 동시에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의 특성 때문에 단순히 중재자로서만 협상에 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뿐만 아니라 미국까지도 함께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만든다. 어느 쪽으로 치우쳐도 금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실마리가 비치는 듯했다.

남북 정상은 5월 26일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 출처, 청와대

사진 설명, 남북 정상은 5월 26일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문제는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를 비롯한 북미관계 주요 사안들의 해결이 더딘 것을 두고 서로를 탓하는 동안,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됐다.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폐기의 진척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취소하면서 북미관계는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 상황에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되자 보수 측에서는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집착해 미국과의 비핵화 공조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편 진보 측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의 이슈에 함몰돼 북한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으며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재자' 역할 다시 발휘할 수 있을까

한국은 동북아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핵 문제를 미국과 함께 풀어야 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만 할 수도 없고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 공조를 저버리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할 수도 없다.

상황이 무작정 암담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한번 어그러진 판을 복원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당초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문 대통령은 26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다시 만나 북미 정상의 관계 개선을 꾀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내의 북한에 대한 회의주의는 더욱 높아진 상태고 북한도 얼마나 미국과의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