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본 북한 변화의 가능성

폴 베이어 전 대사

사진 출처, 방위사업청

    • 기자, 김수빈
    • 기자, BBC 코리아

전직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벌써부터 성공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북한의 개혁·개방이 김정은 위원장 혼자만으로 추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나오는 논평들 상당수가 회담으로 인해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논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는 상당히 무의미합니다." 베이어 전 대사는 BBC코리아에 말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계획의 진정한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할 겁니다. 이는 그 자체로 중요한 계획입니다."

폴 베이어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스웨덴 대사로 평양에서 근무했다. 본래 군축이 전문 분야인 그는 외교관직을 은퇴한 후 지금은 군축 관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BBC 코리아는 방위사업청에서 주최한 제5회 방산기술보호 국제 컨퍼런스에서 수출통제에 대한 세계 정책동향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베이어 전 대사를 만나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김정은도 홀로 개혁 못해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미국의 지도자들을 연달아 만나고 경제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길을 걸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본의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개혁·개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큰 의심을 갖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베이어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의 의지만 가지고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을 걷기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폴 베이어 전 대사와 김수빈 기자

사진 출처, 방위사업청

베이어 전 대사는 북한 체제에 대해 통념과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 체제가 김정은 위원장 1인 중심으로 운영되기 보다는 집단지도체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 스스로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고 싶어하더라도 지도부의 보수적 엘리트의 반발이 크면 그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베이어 전 대사의 의견.

최근 한국 집권 여당의 중진 의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두고 '저 사람 밑에 급하고는 얘기가 잘돼서 뭘 추진하려고 하면, 저 사람(김영철)만 들어오면 잘 안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우 의원이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주었다고 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를 두고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 차이'가 더 큰 요인될 것

베이어 대사는 북한 체제 내부에서는 조직간의 갈등보다는 세대간의 갈등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더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이나 군, 행정 엘리트와 외교 엘리트 등의 조직끼리의 갈등보다는 변화를 바라는 신세대와 보수적인 구세대 사이의 갈등이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설명.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용의는 체제의 어떤 부분에 속해있느냐 보다는 어떤 세대에 속하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어 전 대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