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미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비판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의 번영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3분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선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무역과 이란,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해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와 관용,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며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깨지지 않는 관계"를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빈 초대를 받은 외국 정상으로, 이전부터 트럼프와의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의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두 사람의 의견이 모든 의제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파리조약 탈퇴가 "우리의 두려움에 대한 임시방편적 해결책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행동이 "세계의 진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극단적 국가주의가 세계가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다문화주의를 개발했고, 21세기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해 이를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을 무시한다면, 유엔(UN)과 나토(Nato)군사 동맹이 그들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안정을 보장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한 방'

BBC 북미 편집장 존 소펠의 분석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의 국가수반 및 리더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의 진수를 보여줬다. 필요할 땐 보듬어주고 칭찬해주지만, 이를 이용해서 큰 '한 방'을 쥐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교묘하게 짜인 연설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의로 연설을 시작했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가 지나치게 다정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력한 '한 방'은 그 이후에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무역과 과학의 중요성, 불평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활용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고 외치며 미국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설은 박수와 갈채로 때때로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의회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쟁적이고 다른 세계관을 뚜렷하게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지도자로 부상했다. 이는 상당한 정치적 위업이다.

마크롱과 트럼프의 견해 차이

마크롱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해 "무역 전쟁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일자리를 파괴하고 물가를 인상할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무역 전쟁은 좋고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에 관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 차이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임기 기간 동안 세계 강대국들이 합의한 이란 핵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끔찍한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모든 중요한 우려에 대한 해결책을 주진 못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갖지 않은 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지금도 안 되고, 5년 안에도, 10년 안에도 안 된다.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환경에 관해서는 "해양을 오염시키지 않고 CO2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생불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은 지구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다른 지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인 '파리기후협정'이 '미국에 도움이 안 되는 거래'라며 탈퇴했다.

거의 200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는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많은 정치 문화적 관련성을 강조했다. 그의 연설엔 미국 혁명을 이끈 라파예트 후작,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랑스 낭만주의의 시조 프랑수아 르네 샤토브리앙, 미국 제32대 대통령 루스벨트가 인용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고 말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크롱의 미국 의회 연설, 어떻게 기록될까?

하원 민주 당원 아담 쉬프는 마크롱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의회에서 공화당이 앉은 쪽에 불편한 순간이 많았다"고 프랑스 AFP 통신에 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이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성적으로 환호하는 현상)과 매우 대조적으로, 미국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과제와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원내 총무 케빈 맥카시는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정확히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에 관해 어떤 비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