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구속영장 발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로 호송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지금 이 시간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예정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검찰이 법원이 발부한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반환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9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예상됐던 수순"?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9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적폐청산'을 약속한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함께 적폐 수사가 시작됐고, 1년여간의 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달 '국정 농단'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고,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여러 비리 의혹을 받아왔다,

결정적으로 지난 7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다스의 실소유주와 정호영 전 특별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횡령, 범죄수익 은닉, 조세회피 혐의가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이었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 칼끝이 이제 이 전 대통령을 향했다고 내다봤다.

등 돌린 측근

수사는 이후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며 급물살을 탔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의 '성골 집사'라고 불릴 정도 15년간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 1부속실장이 결정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를 달러로 바꿔 전달했고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까지 건넸다고 털어놨다.

다스의 전 경리팀장이었던 채동영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고, 다스 전 사장이었던 김성우 씨 역시 검찰에서 다스의 설립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충성도와 비교했다. 사업가 출신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관계를 쌓았기에 측근들의 충성심이 떨어진다는 주장.

이 전 대통령은 이들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맞섰다. 지난 1월 성명에서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밝혔지만, 측근들의 이같은 진술이 잇따르자 그들이 처벌을 피하거나,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반박했다.

남은 건 '프레임' 전쟁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유권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엄정한 사법처벌에 대한 찬성 여론은 79.5%였다.

이처럼 여론이 싸늘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 보복'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지난해 11월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며 "지난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급기야 1월 17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했다.

그는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이정렬(49)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 카메라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끌려가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며 이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지지자 결집 등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