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 거장 지방시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사망했다. 향년 91세.

지방시의 오랜 동거인이자 디자이너인 필리프 브네는 그가 지난 10일 자택에서 잠든 후 편안히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방시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 입고 출연한 드레스다.

그의 꾸준한 명성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영화 블랙팬서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그의 디자인 정장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아함의 상징

헵번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지방시의 검정 드레스를 입고 일약 스타가 됐고, 이후 '리틀 블랙드레스'란 별칭이 붙은 이 드레스는 그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됐다.

헵번은 "지방시의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옷은 제가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편안하게 해줬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후 40년 이상 함께 작업했다.

헵번은 생전에 지방시가 가장 사랑하던 배우로 '퍼니 페이스(1957),' '백만 달러의 사랑(1966)' 등 다수의 영화에 그의 드레스를 입고 출연했다.

지방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본격적으로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그는 당시 무명이었던 패션계 거장 피에르 발망과 크리스챤 디오르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그는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 밑에서 일을 시작했고, 1952년 자신의 이름을 단 패션 하우스를 열었다.

이때 그가 처음 선보인 '세퍼레이츠(separates)'란 디자인은 소재와 무늬가 다른 상의와 하의를 매치한 것으로, 당시 인기를 끌며 지방시 패션의 상징이 됐다.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자란 지방시는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는 매너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졌다. 지방시의 부모는 그가 법률가 되길 원했지만, 그는 2차 대전 직후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모를 설득했다.

1950년대부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헵번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여성이 그의 옷을 입었다.

그가 선보인 '세퍼레이츠' 디자인은 여성들이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줬고, 또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를 발매하기도 했다.

지방시는 1988년 자신의 브랜드를 프랑스 명품 그룹 LVMH에 매각했고, 이를 계기로 몇 년 뒤 패션계에서 은퇴한다.

한편 그는 패션 외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 지방시는 1970년대 가구 디자인과 호텔뿐만 아니라 자동차 실내 장식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1995년 은퇴하기 전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를 지도하기도 했다. 그의 패션 하우스를 거쳐간 이들 중에는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들이 있다.

지방시의 옷은 할리우드 스타로부터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원더 우먼'의 배우 갤 가돗이 2018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입었던 화려한 드레스도 지방시 옷이다.

지방시 패션 하우스는 "위베르 드 지방시는 지난 반 세기 동안 파리 엘레강스 패션의 상징이었다"라고 밝히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방시 브랜드를 소유한 LVMH의 대표 버나드 아널트는 "그는 파리를 1950년대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만든 인물이었다"며 지방시를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