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연기는 정말로 한미동맹의 약화를 가져올까

사진 출처, ED JONES/AFP/Getty Images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말했을 때 한국의 보수 일각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대한민국 안보를 포기하자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의 논평은 당시의 반응을 극명하게 요약한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 또한 당시 "지금 최우선 과제는 올림픽보다는 국가 안보라고 생각한다"며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보수는 전통적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관련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4일 한미 정상이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보수 정치인들은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미련을 종종 드러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란 무엇인가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크게 매년 두 차례 실시된다. 2월말에서 3월초 사이에 실시되는 키리졸브/독수리훈련(KR/FE)과 8월에 치르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바로 그것.
KR/FE의 연원은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릿 훈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이 다시 남침할 경우를 상정하여 침략군을 격퇴하는 시나리오를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은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침연습'이라며 반발해왔다. 특히 2011년부터 북한 내 급변사태를 상정한 시나리오도 훈련 계획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2013년에는 북한이 KR/FE 훈련에 대한 반발로 3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을 철수시킨 바 있으며 개성공단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은 결국 2016년 개성공단의 전면중단으로 이어졌다.
왜 합동군사훈련이 중요한가
보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연기가 훈련의 축소나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합훈련의 축소, 중단, 취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5일 국회 관련 행사에서 합동군사훈련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기한다면 언제, 어떤 규모로 할지에 대해 한미 양국이 빨리 합의해서 밝혀야한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갈등하는 부분은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를 무엇으로 달성하느냐다.
일단 북한 핵능력이 더 진전되는 것부터 막는 '핵동결'을 협상을 통해 얻어내고 그 다음 차차 비핵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진보의 입장이다. 문정인 대통령특별보좌관은 작년 6월 한 세미나에서 핵동결을 전제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보수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축소되는 식으로 한미 군사동맹이 약화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보수의 견해.

사진 출처, JUNG YEON-JE/AFP/Getty Images
훈련 연기를 둘러싼 갈등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번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의 의미는 더욱 복잡해졌다.
올림픽 개최와 운영에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편이다. 미국의소리는 문 대통령이 군사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힌 이후 전직 주한미군사령관 세 명을 인터뷰했는데 모두 연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VOA(미국의소리)와 인터뷰한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모두 군사훈련 자체가 협상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갈라진다.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불안을 먼저 해소해 주어야 대화는 물론이고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기는 진보는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등으로 북한을 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는 군사훈련 자체가 국가주권의 문제이므로 협상의 수단이 되서는 안된다고 한다.
진보 성향의 국회 국방위원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오히려 신축적으로 훈련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주권의 문제라고 말한다. "진짜 주권은 평화냐 전쟁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이 선택한 것은 평화다."
이번 훈련 연기를 진보와 보수가 각기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올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예년과는 달리 그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까지 포함하면 3월 중순에 끝나는데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8월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약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차례의 훈련을 연속적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
최초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켰던 군부 정권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킨 선례가 군부 정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1991년말 노태우 정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면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자 1992년 봄 실시될 예정이었던 팀스피릿 훈련이 취소된 것이 바로 군사훈련 중단의 최초 사례.
태생이 군부 정권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노태우 정부의 외교 정책은 역대 대한민국 정부 중 가장 진취적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1989년부터 동구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를 맺으면서 시작된 이 외교정책은 90년에 소련과 수교하고 92년에는 중국과 수교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북한과의 핵 협상을 이끌기 위해 선제적으로 그때까지 한반도에 배치돼 있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시킨 것과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시킨 것은 지금 시점에서 볼 때도 매우 대담한 결정이었다.

사진 출처, CHOO YOUN-KONG/AFP/Getty Images
한미동맹과 군사훈련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정의 변경 등이 꼭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악화된 한미동맹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유대가 돈독할 때 오히려 그러한 결정이 가능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미군 전술핵 철수와 팀스피릿 훈련 중단은 모두 당시 부시(아버지) 행정부와의 돈독한 관계에 의해 가능했고 여기에는 당시 주한 미 대사였던 도널드 그렉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종대 의원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정의 변경이 어느 정도 불편을 초래할 수는 있어도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의) 연간 훈련계획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간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편함의 문제이지 한미관계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 성사를) 옹호하고 나섰지 않은가."
2년만에 극적으로 성사된 남북간 회담이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번 회담 성사를 가지고 북핵 문제의 해결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92년의 이례적인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시 남북회담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고 93년 팀스피릿 훈련이 재개되면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의 핵능력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지금,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