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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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카탈루냐 자치 정부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반면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자치 정부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예비 절차를 밟으며, 협상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
유럽 내에서 분리 독립 운동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BC 월드서비스의 The Inquiry 프로그램은 카탈루냐와 과거의 사례를 통해 국가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절차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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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4요소
록 가수 프랑크 자파는 "맥주와 국적 항공사가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국가라 할 수 없다" 라고 발언한 적 있다.
한편, 국제법 전문가들은 국가의 형성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를 우선으로 꼽는다. 국민, 영토, 정부 그리고 또 한 가지 스스로 다른 국가와 교섭할 수 있는 자주권이다.
국민을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일반적인 주장은 국민은 한 지역에 영구히 거주하며 같은 국적을 가진 인구를 말한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제임스 어빙 교수는 "국민은 유대관계이다. 유대관계는 소속감과 정체성의 공감을 통해 맺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국민은"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했다.
국가를 세우기 위해선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토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러한 영토를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관리할 정부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다른 주변국가와 관계를 맺는 능력도 중요한 요소다. 다시 말해 독립국가는 자유롭게 타 국가와 외교를 수립하거나, 상호국가의 공동문제, 혹은 유럽연합(EU)처럼 다자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독립국은 자주권을 갖고, 어느 곳에도 종속되거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형성되는 데 필요한 절차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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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승인
각각의 개별국가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지만, 더 확실한 방법은 유엔(UN)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이다. 유엔의 정식가입국이 되면 여러가지 수혜도 누릴 수 있다.
국제법의 보호를 받고 필요시 세계은행( 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경을 통제할 권한도 생기며, 세계 경제시장으로 진출도 가능하다.
또한 국제무역법의 보호를 받으면 다른 나라와 더욱 쉽게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엔의 승인이 없어도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영국 킬(Keele) 대학 국제관계학 전공 레베카 리쳐즈 교수는 "본질적으론 오리처럼 걷고, 오리처럼 보이고, 오리처럼 말한다면 그것은 오리임이 틀림없다는 옛말과 같다"라고 한다.
그는 "단지 (유엔) 승인이 없는 것일 뿐 국가와 같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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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소말리란드(Somaliland)가 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옛 영국령 소말리란드는 1960년 이탈리아령 소말리아에 부속되기 전 잠깐 독립공화국이였던 적이 있다.
리쳐즈 교수는 소말리란드에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자치 정부가 있다"며 비록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승인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방식의 선거절차를 통해 안정된 지도체계를 가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도 소말리란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은 여러 가지 제약을 의미한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나 지원을 받는데 제한이 있고, 국제법의 보호 없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소말리란드의 통화는 자국 외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법적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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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가 개념의 중심에는 '민족자결의 원칙'이 있다. 옥스포드 사전은 민족자결주의를 "민족 스스로 자신을 통치할 정부 형태를 결정할 권리"라고 풀이한다.
이러한 민족자결주의는 1945년 발표된 국제연합헌장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에도 포함됐다.
민족자결주의는 강대국의 지배를 받던 식민지의 약소민족이 독립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는데 사상적 근거가 됐다.
어빙 교수는 "자결주의의 필요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문제는 자결주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자결주의는 식민지 상태의 민족들이 독립을 원할 경우 그러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실제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의 국적이 바뀌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전 세계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의 국적이 바뀌었다. 1945년 유엔 승인을 받은 국가는 단 51 개국이었지만 그 수는 현재 193개로 늘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제법 전문가들은 자결주의 원칙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즉 식민지에서 분리독립할 때 국경을 바꾸거나 또 다른 분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자결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런던정경대학 동유럽연구소의 제임스 커린지 상임연구원은 "영토를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과, 국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상반된 두 원칙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자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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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분리 독립을 원하는 지역에 독립 대신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과거 코소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6개의 공화국으로 해체됐다. 코소보는 세르비아 공화국의 일부였으나, 대다수 알바니아계 주민은 세르비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코소보가 독립하게 되면 세르비아의 영토보존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커린지 교수에 따르면 "당시 국제사회 입장은 코소보가 세르비아 영토 내에서 자주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독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코소보 주민들이 분리독립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분리 독립을 주장한 코소보 해방군과 세르비아 보안군 간 무력출동이 벌어졌고, 결국 1999년 북대서양조양기구(NATO)의 개입으로 잠시 중단됐다.
지난 2008년 코소보 자치의회는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선언의 법적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국제사법재판소(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제소했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법은 어느 특정 지역의 독립선언을 제한하지 않는다" 고 해석하며, 코소보의 독립선언이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법률상 지위가 아니라 코소보가 실제 국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다.
리쳐즈 교수는 "유엔회원국 절반이 넘는 국가들이 코소보의 지위를 인정하지만,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아직 유엔차원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소보는 국제통화기구, 세계은행, 국제올림픽위원회(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등 일부 국제기구에 정식회원국으로 등록돼 있다.

강한 우방 국가
미국 클리브랜드 대학 법학과 밀레나 스테리오 교수는 "한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선 다른 국가, 특히 강대국의 지지가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강대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동티모르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동티모르는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인도네시아에 편입됐다.
인도네시아는 냉전 당시 미국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우방국이었다. 그 때문에 동티모르의 분리독립 운동은 한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했다.
하지만 90년대 냉전이 종식되고 동티모르 문제도 다시 드러났다. 공산주의 진영이 무너지면서 서구 강대국들에게 인도네시아와의 동맹도 더는 의미가 없었다.
스테리오 교수는"서구 강대국은 동티모르의 인권 침해상황에 놀랐고, 기존의 입장을 바꿔 '그렇다면 이제 동티모르인들도 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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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티모르 주민들은 분리 독립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고, 마침내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유엔과 유엔평화유지군의 개입으로 해결됐다.
현재 스페인의 상황은 동티모르와 다르다. 국제법에 따르면, 카탈루냐의 주민들은 독립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법률전문가는 분리독립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을 얻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스페인의 영토 보전권의 문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스테리오 교수는"제 예상은 합의를 통해서 카탈루냐가 자치정부가 강화된 자치권을 갖고 스페인 영토 내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이 과거 코소보의 독립을 반대한 유럽국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혹시 선례를 남겨 카탈루냐가 스페인의 영토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