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2차례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 “무허가 방문 감당할 것”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구호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설명,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구호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1995년부터 북한을 약 52차례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는 미국 정부의 자국민 북한 여행 금지조치가 한 달 전 정식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11월 초 또 다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일 부터 미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방북이 국익과 관련 있거나 취재 또는 인도적 지원 목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국무부에서 예외 사례로 인정받아야 한다. 신청자는 우편이나 이메일로 신분증, 연락처 등과 함께 자신의 여행이 국익 목적임을 명시하는 설명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 후 국무부가 이를 검토하고, 이를 통과한 신청자는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특별 단수여권을 취득하게 된다.

국무부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한을 방문할 경우 여권이 취소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제도'라는 한국 이름으로 사목활동을 해 온 해먼드 신부는 지난달 국무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월내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함 신부는 "국무부에서 답변을 듣지 못하면, 가도 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BBC 코리아에 밝혔다. "만약 국무부에서 내가 북한에 가지 않기를 원한다면, 가지 말라고 통보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듣지 못하면 그냥 갈 것이다."

미국 시민이 9월 1일 여행 금지조치 이후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미 정부가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

북한을 방문하려는 외국인은 중국 북경에 위치한 북한 영사관을 통과해야 하고, 이 중 미국 시민은 여권에 도장을 받지 않고, 대신 여행 기간과 신분증 정보가 적힌 종이 쪽지를 여권 안에 발급받는다. 그리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돌아올때, 북측 관계자가 그 쪽지를 다시 수거해 간다.

함 신부는 "내가 중국을 출국한다는 사실은 여권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도착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설명,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함 신부는 1995년부터 한반도 관련 사목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5년 뒤인 2000년 6월 미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같은 해 8월 고향인 필라델피아를 떠나 한국에 왔다. 함 신부는 현재 메리놀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이다.

북한 관계자들과 환자들은 함 신부를 처음에는 '함 동무'라고 불렀으나, 몇 십년을 같이 한 지금은 그를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환자의 집을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설명,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환자의 집을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함 신부는 매년 5월과 11월에 북한을 방문한다. 올해 84세인 그는 이제 남은 인생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자면 나는 천주교 신부이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북한이 나에게 비자를 줄 필요는 없는데, 인도적 지원이 얼마나 절실하면 그렇겠냐"며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함 신부는 대북지원 비정부기구인 유진벨재단과 함께 북한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돕고 있다. 유진 벨은 매년 두 번 2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팀을 파견해 6개월치 결핵 약품과 식료품을 전달한다.

북한 정권이 처음으로 메리놀 외방선교회에 연락 했을 때는 북한이 전국적인 대기근을 겪고 있을 시기였다. 메리놀은 처음에는 일반 결핵 환자를 돕다가 나중에는 치료가 더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치료만 부탁 받았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메리놀과 유진벨 재단을 통해 치료받은 북한의 결핵 환자는 25만명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의 신부들 및 유진벨 창립자의 외증손인 스티브 린튼 부부와 여러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들의 건강 검진에 몰두한다. 함 신부는 본인은 "가래 담당"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유진벨재단과 함께 북한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돕는 모든 신부는 자비로 북한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북한 환자를 돕는 데 영향을 미친다.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위한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설명, 북한을 방문한 제리 해먼드 신부가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위한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북한을 방문함으로서 얻을 것이 없고 오히려 여권을 취소 당할 수도 있는데, 함 신부가 굳이 북한에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 신부는 "한마디로 말이 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라며 "도로에서 다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종교가 무엇이고 국적이 어디인지 물어보지 않지 않냐. 누구라도 남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는 우선 도와주려고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