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 '황무지로 변한 도시는 죽음의 냄새로 가득했다'

    • 기자, 안나 포스터
    • 기자, BBC News, 리비아 데르나

리비아 북동부 해안도시 데르나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걸렸다. 벵가지에서 도로를 따라 달리면 보이던 들판은 마치 녹슨 것 같은 붉은색의 호수로 변했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길가의 전신주들은 뽑혀서 어지러이 놓여 있다. 차량은 도로에 파인 구멍을 피해 굴착기로 만든 우회로로 달린다.

지난 10일 태풍으로 데르나에서 가장 가까운 다리 하나가 완전히 떠내려갔다. 현지 주민들은 누더기가 된 아스팔트 절벽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사진을 찍는다.

멀지 않은 곳에선 군인들이 모든 차량의 운전자와 승객을 위해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반대 방향으로 운행하는 차량의 탑승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시의 일부 지역에서 풍기는 악취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콧속을 가득 채운 악취는 하수와 또 분간하기 힘든 냄새들이 뒤섞여 있다.

때론 악취가 너무 강해 속이 울렁거렸다. 구조대가 아직도 시신이 떠내려오는 곳을 보여줬을 때는 더욱 참기 어려웠다.

구조대는 16일 아침 해안가에서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수습된 시신들은 조류에 실려 떠내려온 잔해에 갇혀 있었다.

부서진 나무들과, 자동차 전체가 흩어진 방파제 위에 올려져 있고, 타이어 그리고 냉장고 등이 물속에 뒤섞여 있다. 데르나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은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를 가늠케 했다. 강줄기는 마치 벌어진 상처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그리고 진흙더미들 위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황량한 황무지만 남았다.

홍수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자동차들은 아무렇게나 세운 장난감처럼 주위에 놓여 있거나, 거꾸로 매달려 있다. 차 한 대는 알 사하바 모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테라스를 완전히 뚫고 들어왔다. 또 다른 한 대는 건물 측면에 박혀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벽들이 무너졌다. 튼튼한 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거꾸로 서 있다.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단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떠내려간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 소유물, 그리고 그들의 삶도 이번 홍수와 함께 떠내려갔다.

생존자들의 삶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살아 남은 이들에게선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느껴진다.

파리스 가사르도 이번 홍수로 가족을 잃었다.

그는 "우리는 집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들었다"며 "왜죠? 폭풍이 왔고, 댐은 낡아서 무너지고 있다고 했어야죠"라고 되물었다.

"무너진 건물 중에는 100년이 넘은 것도 있어요. 모두 정치 탓이죠. 서쪽에 정부가 있고, 동쪽에는 다른 정부가 있습니다. 큰 문제입니다."

희생자 가운데는 패리스의 10개월 된 딸도 있다. 그는 휴대폰에서 사진들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살아있었고, 그리고 담요에 둘러싼 시신들, 얼굴은 그들의 겪은 시련을 보여주었다.

그와 대화하는 도중 정부 관료가 탄 차량이 재난지역을 순회하고 있었다. 대치중인 두 정부 중 동쪽 지역 관리들이었다. 이 두 정부의 오랜 대립으로 인해 리비안 기반 시설들은 파괴됐다.

패리스는 이것이 이번 홍수 피해의 치명적인 원인이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홍수 참사 당시 '집에 머물라'는 당국의 지시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주장이 퍼지며 현지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오사마 하마드 동부 총리에게 댐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는 "매운 강한 사이클론 이었다"며 "댐에 비해 너무 강했고. 이것이 자연이고 이것이 알라입니다"라고 말했다.

거리에선 데리나의 완전한 대피령에 관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남겨진 생존자들은 현재 식수와 구급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악천후와도 싸우고 있다. 홍수가 발생한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난 현재 생존자들 앞에 놓인 시련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