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수천 년 된 보물 도난...어떻게 가능했나

사진 출처, AFP
- 기자, 말루 쿠르시노, 젬마 크루
- 기자, BBC News
영국박물관에서 소장품 도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최고의 보물을 훔쳐낼 때 어떤 보안을 뚫어야 하는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 주 초 영국박물관은 소장품 분실을 신고한 뒤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다. 런던의 메트로폴리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도난당한 소장품은 주로 연구 목적으로 보관됐으며, 최근에는 전시된 적이 없었다.
예술품 회수 전문가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보안 장치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도난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도난당한 소장품은 암시장에 판매되거나 용융·가공되는 등 다양한 여정을 거치고 때로는 원래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도난 발생 빈도
도난 예술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리커버리인터내셔널'의 설립자 겸 변호사 크리스토퍼 마리넬로는 소장품 도난이 "전 세계에서 매일같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아트리커버리인터내셔널은 전 세계에서 도난당한 예술품을 찾아 회수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그러나 마리넬로는 영국박물관처럼 대규모 기관까지 허를 찔린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이전에도 소장품을 도난당한 적이 있다. 2002년에는 2500년 된 그리스 조각상을 일반인에 의해 도난당한 뒤 보안 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범인은 12cm 크기의 대리석 조각상 머리를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가져갔다.
당시 박물관 측은 조각상을 도난당한 그리스 고고학 전시관을 일반인에게 개방한 상태였으나 상주 경비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유산 소장품 가운데 75만 파운드(약 12억8000만원) 상당의 카르티에 반지가 사라진 뒤 소장품 보안을 다시 점검하고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반지는 공개적으로 전시된 적이 없다. 2011년 경찰에 분실 신고가 접수됐지만, 자세한 내용은 2017년에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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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소장품 보호 방식
박물관 도난 사건이라고 하면 유리 케이스에서 보물을 빼내는 장면이 떠오를 수 있지만, 박물관 소장품 중 상당수는 굳게 닫힌 문 뒤에 보관된다.
예를 들어 '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은 8000만 점에 달하며,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주요 질문에 답하고 있는데, 박물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전시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박물관이 2019년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영국박물관 소장품은 최소 800만 점이며, 이 중 약 8만 점이 공개 전시된다.
범죄학 교수 에밀린 테일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관된 소장품보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전시품의 보안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영국의 박물관·미술관은 특정 보안 요건을 준수해야만 예술위원회(Arts Council)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예술위원회는 창의·문화를 지원하는 국가 개발 기관으로, 그 설명에 의하면 박물관·미술관은 사용하는 모든 건물 및 부지에 대해 보안 자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직원, 자원봉사자·방문객, 보관·전시 소장품, 건물, 부지가 그 대상이 된다.
앨리스 패런-브래들리는 글로벌 '박물관 보안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약 1500명의 회원들과 함께 보안 및 일반적인 위협·위험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다.
그는 가장 손상되기 쉽고 전시·대여 가능성이 낮은 소장품이 "깊숙한 수장고"에 보관된다고 설명한다. 일부는 일반 수장고에 보관하고, 일부는 학자들의 요청 시 접근 가능한 연구용 수장고에 보관된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소장품에 상세한 설명과 번호,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해 목록을 작성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연대와 크기로 인해 목록이 완전하지 않다.
다른 보호 조치는 잠금장치가 있는 수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해당 구역 입구에 전자 센서, CCTV를 설치하고 시스템에 등록된 전자 카드로 직원 출입을 기록해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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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보안 팀이 이상 상황을 감시·감지하고 필요한 데이터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된다는 것이 패런-브래들리의 설명이다.
또한, "완전한 목록이 없다면 다른 모든 보안 조치는 소장품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박물관이 소장품 도난을 인지하기까지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심지어 인지하지도 못하는 내부 도난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내부자가 소장품을 가져갈 뿐 아니라 기록을 조작해 다른 사람이 시스템을 확인하면 해당 소장품이 대여 중이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상황을 목격했다.
누군가 케이스에서 소장품을 꺼내고 배치를 바꿔 도난 사실을 바로 알 수 없도록 만든 사례도 알고 있다.
박물관의 다른 보안 조치에 대해 질문했더니 일부 박물관은 직원 및 방문객을 대상으로 가방을 검사하고 금속 탐지 장비나 엑스레이 기계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어떤 박물관은 모든 직원이 우려 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내부 고발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답했다.
"박물관은 사람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정책이나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많은 경우 인간이야말로 특정 문제들을 가장 잘 감지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분적 수단이며, 보안이 자금 예산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박물관이 접수된 신고를 조사할 수 있는 자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절도로 돈을 벌기 쉽지 않다
'아트로스레지스터'(Art Loss Register)는 분실·도난·약탈된 미술품·골동품·수집품에 대해 세계 최대 규모의 사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현재 약 70만 점의 품목이 등록돼 있다.
아트로스레지스터는 런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미술품·골동품·수집품을 구입·취급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출처 확인을 돕는다. 또한 법집행기관과 국가에도 무료 지원을 제공한다.
정부 및 법집행기관, 경매장, 아트 페어, 딜러, 은행 및 대출기관, 박물관 및 미술관, 전당포, 개인을 대신해 매년 시장에 나온 약 45만 건의 물품을 검색하는 것이다.
아트리커버리인터내셔널의 마리넬로는 도난당한 소장품 목록이 작성되면 미술관·박물관이 도난 사실을 알려온다고 말했다.
테일러 교수는 희귀한 소장품의 도난이 발생하면, 이를 되팔려는 이들에게 "시간 싸움"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엄청난 가치의 물건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팔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5년에는 300만 파운드(약 51억2500만원) 상당의 헨리 무어 조각품을 도난당했는데, 경찰은 범인들이 이 조각품을 녹여 1500파운드(약 256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버린 것으로 추정한다.
마리넬로는 평판이 좋은 경매회사들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 이를 판매하지 않고 보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부 경매회사는 수수료 수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경매장에서 도난 사실을 신고하면 짜증을 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암시장이 등장한다. 마리넬로는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이 "실제 조사도 않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수집가와 딜러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아치운다"고 말한다.
직원 부정행위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런던시티대학의 테일러 교수는 도둑이 일단 물건을 훔치면 "가능한 한 빨리 그 물건[훔친 물건]을 국외로 빼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전 세계 당국이 이러한 "인기" 품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구매자를 여럿 확보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장품을 훔치는 이유
테일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범행에 크게 3가지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 개인이 절도를 목적으로 취업한 경우
- 근무하면서 "아무도 감시하지 않으니 내가 훔쳐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경우
- 외부에서 절도를 제안받거나 설득당한 경우
테일러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내 부정행위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고 규모도 조금씩 커진다"고 설명했다.
패런-브래들리는 사람들이 항상 금전적 이득을 위해 소장품을 훔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부 직원은 "팔 생각은 없지만 소장품에 애착이 생겨서 미술관·박물관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 나머지" 훔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훔쳐낸 소장품은 가보로 남을 것이고, 이를 보호해야 할 기관에서는 도난 사실을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