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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효과 있을까?
- 기자, 악셀 파리오
- 기자, BBC 퓨처
전 세계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여전히 식품 포장에 유용한 수단이다. 플라스틱도 환경을 생각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요즘은 많은 국가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내가 있는 영국은 2020년 말 플라스틱 빨대와 커피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선 종이 빨대를 준다.
하지만 종이 빨대는 음료와 함께 컵에 담긴 채 몇 분만 지나도 흐물흐물해진다. 버릴 때는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나는 종이 빨대 사용을 찬성한다. 불필요한 자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잔에 입을 대고 마시기도 하는 만큼,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호주는 2018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는 영국을 따라 2022년 7월부터 빨대와 커트러리(음식 먹을 때 쓰는 칼이나 포크 등), 음식 포장 등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못하게 했다. 내 모국인 프랑스에선 신선 채소와 과일 포장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한다.
폐기물 문제가 있지만, 사실 음식 포장에는 플라스틱이 유용하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고,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것일까?
2018년 전 세계에서 나온 고체 폐기물은 20억톤이었다. 그 중 2억7500만톤이 플라스틱이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두 배로 늘어나고, 이와 함께 폐기물도 70% 증가할 전망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포장재다. 2015년 발생한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은 1억4100만톤이었다. 포장재 다음으로 많은 폐기물이 나온 분야는 섬유로, 약 4200만톤이었다.
일부 국가에선 플라스틱 폐기물 대부분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한국, 웨일스 등에선 많으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 정도까지 재활용이 이뤄진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선 재활용이 여의치 않다. 플라스틱의 15%가 재활용을 시도하지만, 이 중 40%는 오염 등의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재활용되는 것은 9%뿐이다. 반면 금속은 최대 100%까지 재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플라스틱 포장재로 인한 오염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끈적끈적한 랩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금지하면 얼마나 큰 변화가 나타날까? 플라스틱을 정말 생태계의 악당으로 봐야 할까?
플라스틱은 정말로 공공의 적인가?
프랑스 비영리기업 CITEO의 로만 오사드닉은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플라스틱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CITEO는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오사드닉은 기업이 자사 포장재 배출 과정을 점검하고 그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도록 돕고 있다.
오사드닉은 "때론 플라스틱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식품 산업에선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오이에 씌우는 랩처럼) 음식을 봉인하는 플라스틱 랩과 봉지는 적은 무게로 품질을 보존해줍니다."
프랑스는 최근 식품 산업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슈퍼마켓의 과일과 채소 코너에는 포장이 거의 없이 진열된 과일, 스티로폼 망으로 쌓인 해외 수입 과일, 대용량 구입을 위한 비닐봉지 정도만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이 흐름을 따를까? 나는 1년 반 전에 영국에 왔다. 이후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포장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다. 물론 소규모 슈퍼마켓 체인에서는 포장이 적은 채소를 거의 찾기 어렵다.
농산물을 생산지에서 슈퍼마켓이나 시장까지 옮기려면 포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과거엔 투명한 플라스틱 랩으로 포장했던 오이를 대체 재료로 만든 용기에 담아 슈퍼마켓까지 유통한다.
오사드닉은 "골판지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데 골판지로 포장하면 손상이 더 많이 생긴다"며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질 수 있고 무게도 더 무거워서 같은 양의 농산물을 옮기려 해도 더 많은 차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송은 음식 수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식품의 전체 생산 체인을 고려하면, 어떤 경우엔 골판지 포장이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키기도 하죠."
일회용 비닐봉지와 면 가방, 종이 가방을 대상으로 한 수명 주기 평가에서도 화석 연료 사용과 같은 척도에선 면과 종이가 일으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
따라서 어떤 경우엔 플라스틱 사용이 더 합리적인 셈이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우리가 플라스틱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데 익숙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인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을 방출해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 사용되는 방식을 바꾸거나 차단할 수 있다. 때론 여러 질병과 관련된 과불화화합물(PFAS)이 플라스틱에 코팅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안이 될 만한 사례는 없을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도도 플라스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곳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일하는 하르시 말호트라는 "옛날 델리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바나나 잎 용기에 담아서 팔았고 커트러리도 천연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델리에서 자란 말호트라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말호트라는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가던 기억이 나는데, 할아버지는 항상 어깨에 천 가방을 메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모님 세대에선 그런 습관이 사라졌고... 지금 농산물 가게에서는 개별적으로 포장된 제품을 팝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런데 최근 바나나 잎으로 용기를 만드는 시도가 나타났다. 스무 살의 한 젊은 기업가가 수백 년 된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3년간 잎사귀가 썩지 않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향후 UV 처리를 한 잎사귀를 접시와 컵으로 만들어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반복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이 활용되면, 문화유산도 보존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재료의 수명과 그 효과를 평가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유리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잘 보관하면 무기한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환경과학자인 린다 게인즈와 맥스 민츠는 유리의 수명과 이를 활용해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유리를 녹여서 재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은 처음 유리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13% 정도였다. 따라서 유리는 녹여서 다시 만드는 것보다 깨끗하게 씻어서 재사용되었을 때가 더 친환경적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유리 수거 방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더 지속가능한 해법일 수 있다.
소각로의 대안을 모색중인 비정부기구(NGO) '제로 웨이스트 유럽'의 나단 듀포는 "신흥 경제권에선 음료 생산 비용이 선진국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전체 가격에서 포장 비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거죠. 그래서 저개발 국가에선 리필 가능한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게 경제성이 있어요."
듀포는 기업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보면서 환경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면, 소비자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성공시킨 특징들이 이제는 플라스틱을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가볍고 유연하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가볍고 유연한 덕에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쓰인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급한 문제지만, 플라스틱의 특징은 식품 유통 등에 있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포기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플라스틱을 어떻게 더 잘 사용하고 재사용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