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걱정해야 할까, 안심해도 될까?

Monkeypox virus particle, TEM: Monkeypox virus particle, coloured transmission electron micrograph (TEM)

사진 출처, Science Photo Library

당신이 아직도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다면, 미안한 소식이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또 다른 바이러스가 있다.

이번에는 원숭이두창인데, 이병이 흔치 않은 영국을 포함한 11개국에서 8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원숭이두창, 걱정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견뎌냈기에 지나친 낙관론으로 이를 대하고 있는 걸까?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원숭이두창은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며칠안에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내려진다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이 흔치 않은 곳에서 발병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현상에 상당히 당황해하면서 동시에 이 바이러스의 행태가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숭이두창은 꽤 예측할 수 있었다.

이 바이러스의 자연 서식지는 야생 동물로, 실제로는 원숭이가 아닌 설치류가 서식지로 여겨진다. 원숭이두창은 서로 다른 종을 뛰어넘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성 병이다.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 사는 누군가가 이 병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고 난 뒤, 그의 피부엔 두드러기가 생기고 이후 피부에 물집과 딱지가 돋는다.

현재 원숭이두창은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력을 높이기 위해 더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긴밀한 접촉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병규모가 작고 스스로 소멸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에도 소수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영국을 포함한 세계 몇몇 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모두 원숭이두창이 흔한 나라에 여행을 갔다 온 누군가가 이 병을 자국으로 유입한 사례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 처음으로 원숭이두창이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와 뚜렷한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 사람들이 누구를 통해 이 병에 걸리는지 명확하지 않다
  • 원숭이두창은 성행위를 통해 퍼지며, 감염자 대부분이 생식기와 그 주변 부위에 발진 증상을 보인다.
  • 원숭이두창 감염자 중 다수는 동성애자와 젊은 양성애자들이다.

옥스포드 대학 팬데믹 과학 연구소의 책임자인 피터 호비 경은 "우리는 매우 새로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놀랍고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호비 경은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이 "제2의 코로나"까진 아니지만, 이 바이러스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원숭이두창 환자들을 치료해 온 애들러 박사도 호비 경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의 원숭이두창 확산 현상은 예전에 본 적이 없는 패턴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아프리카 풍토병이 서구에서 왜?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이 예전대비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포괄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변이한 거 아니면 이 바이러스가 번성하기에 최적의 시간과 공간을 찾았을 가능성이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코로나 혹은 독감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변이하지는 않는다.

매우 이른 단계의 분석이긴 하지만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현재 발병 사례들은 2018년과 2019년의 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로 보인다.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새로운 돌연변이로 변종했다는 증거가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의 예상치 못한 대유행에서 배웠듯이, 바이러스는 번식을 위해 꼭 변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의 아담 쿠차스키 교수는 "우리는 항상 에볼라는 통제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라고 말했다.

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에게서 원숭이 두창이 더 많이 발견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전파력이 성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지 이들이 성 건강에 관심이 많아 자주 검사를 받아서 일뿐 인지?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에 비해 더 쉽게 퍼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 천연두 예방 접종을 받은 나이 많은 세대는 천연두와 밀접한 원숭이두창에 대한 저항력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애들러 박사는 이 바이러스가 스스로 소멸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보다 더 효과적인 전염력을 가진 거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준이 될 거란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습니다"

원숭이두창 발진

사진 출처, UKHSA

사진 설명, 원숭이두창 발진 증상은 여러 단계를 거쳐 수두나 매독처럼 보일 수 있으며, 결국 딱지를 만들고 나중엔 피부에서 떨어진다

다음을 예측하기 위해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 현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살펴보자.

우리는 지금 발견되고 있는 확진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사례들이 어떤 사람대 사람 간의 경로를 거쳐 감염된 건지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 많은 확진자 간에는 서로 연관성이 떨어진 거로 보인다. 유럽 전역과 그 너머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 감염엔 빠진 연결 고리가 있다.

최근 개최됐던 대규모 행사가 현 상황을 설명할 열쇠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축제 같은 행사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원숭이두창에 걸린 뒤 자국으로 돌아갔을 경우라면 이 축제는 슈퍼전파자 역할을 한 셈이다.

왜 원숭이두창과 무관한 수많은 사람이 이 병에 걸리는지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잠복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감염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여러 사람 사이에 병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퍼졌든지 간에, 앞으로 더 많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발견될 것이다.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의 지미 휘트워스 교수는 "현 단계에선 일반 대중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모든 걸 알지 못하고 이것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의 원숭이두창 확산이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원숭이두창은 신형이 아닌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이며, 이에 대한 백신과 치료법을 이미 확보됐다. 비록 어린이, 임산부,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원숭이두창이 더 위험할 순 있어도 이 병은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동반한다.

이 병은 코로나에 비해 느리게 퍼진다. 또 고통스러운 특유의 발진 현상이 있어 기침인 줄 알고 놓쳤던 코로나와는 달리 감염 여부도 금세 알 수 있다. 이 말은 원숭이두창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게 훨씬 용이하고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국장은 "대규모 모임, 축제, 파티 등을 많이 하는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이 병의 전파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