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세계 최초 ‘문어 양식장’ 설립 임박… 과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 기자, 클레어 마쉘
    • 기자, BBC 환경 전문기자

세계 최초의 상업적 문어 양식장이 곧 나올 전망이라는 소식에 과학자들과 환경보호론자들이 경악하고 있다. 문어는 고통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지각이 있는" 생물인데, 식용을 목적으로 이를 양식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스테이시 톤킨은 문어 사육가다. 그녀는 "데이비 존스"라는 이름의 문어를 돌보고 있는데, 이 문어는 줄임말로 DJ라 불린다. 그녀가 DJ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수족관을 열면, DJ는 그녀를 보러 올라와 수족관 유리에 촉수를 붙인다.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문어의 수명은 약 4년 정도. 스테이시는 태어난지 1년 정도 된 DJ가 사람으로 치면 10대라고 설명했다.

"DJ는 10대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어떤 날은 정말 심술궂게 굴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요.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장난기가 넘치고 대단히 활동적입니다. 그럴 때는 수족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과시하려 해요."

스테이시가 일하는 브리스톨 아쿠아리움에는 5명의 어류사육가가 있다. DJ는 어류사육가마다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고 한다. 스테이시에게는 주로 얌전하게 굴면서, 촉수로 그녀의 손을 휘감는다.

사육가들은 문어에게 홍합, 새우, 작은 물고기, 게 등을 먹인다. 때로는 먹이를 강아지 장난감 안에 넣어서 주기도 한다. 촉수를 사용해 사냥 기술을 연습하게 하기 위해서다.

스테이시는 또 DJ가 기분에 따라 몸의 색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오랜지빛 갈색일 때는 활동적이거나 장난기가 가득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작은 반점이 나타날 때는 뭔가에 호기심을 느꼈을 때죠. 그래서 수영을 할 때는 오랜지빛 갈색이었다가, 여러분 앞에 와서 쳐다볼 때는 반점이 보일 거에요. 아주 놀랍습니다."

스테이시는 문어가 눈을 통해 자신의 지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러분과 DJ가 서로 눈을 마주치면, (그 눈빛을 통해)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스테이시가 직접 목격해온 문어의 지각 수준은 영국 동물복지법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300건 이상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문어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며 그들이 기쁨과 흥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강력한 과학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의 저자들은 "문어가 행복하게 길러지는 양식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며 정부가 향후 "양식된 문어에 대한 수입금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어는 아시아부터 지중해까지 인기있는 음식이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문어를 음식에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 채로 낙지를 먹기도 한다. 야생 문어의 수는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1년에 잡히는 문어는 약 35만 톤. 1950년에 잡혔던 양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문어를 가둬놓은 상태에서 번식시킬 비결을 찾기 위한 경쟁이 수십 년째 이어져왔다. 사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새끼 문어들은 살아있는 먹이만 먹는 데다, 세심하게 통제된 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경쟁에선 스페인계 다국적 기업인 누에바 페스카노바(NP)가 멕시코와 일본, 호주 기업들을 물리칠 것으로 보인다. NP는 내년 여름부터 마케팅을 펼쳐, 2023년에는 양식 문어 판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스페인 해양학 연구소(에스파뇰 데 오세아노그라피아 연구소)의 연구를 바탕으로 문어과에 속하는 왜문어의 번식 습성을 조사했다. 지중해연안 소식지인 '포트스유럽'에 따르면 NP의 상업용 양식장은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항구와 가까운 내륙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양식장은 연간 3000톤의 문어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너무 많은 야생 문어의 포획을 막는 데 양식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BBC의 수많은 취재요청에도 불구하고, NP는 문어 양식 환경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식 탱크의 크기, 문어가 먹을 음식, 그리고 문어를 어떻게 도축할지 등의 내용은 모두 비공개 상태다.

국제 연구단체들은 문어 양식 계획을 "윤리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해왔다. 동물복지 단체인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은 스페인 정부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문어 양식 금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CIWF 연구 관리자인 엘레나 라라 박사는 "이 동물은 놀라운 동물이고 홀로 활동하면서도 매우 영리하다"며 "이들을 인지적 자극이 일어나지 않는 척박한 양식 탱크에 넣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라라 박사는 2021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계획이 잘못됐다는 이유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어는 크고 복잡한 뇌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지능은 수많은 과학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코코넛과 조개껍질을 이용해 자신을 숨기거나 방어하고, 절차가 정해진 일을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수족관에서 탈출해 낚시꾼의 미끼를 가로채 야생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경향도 가지고 있다.

문어는 자신을 보호해줄 뼈가 없고, 세력권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다른 문어와 함께 갇혀 있으면 쉽게 다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태에선 문어들이 서로를 잡아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스페인에서 문어 양식장이 문을 연다면, 그곳에서 양식된 문어들은 유럽 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문어 및 다른 무척추 두족류는 지각력이 있는 존재로 간주되지만, 양식되는 동물의 복지를 다루는 EU의 법은 등뼈를 가진 생물인 척추동물에게만 적용된다. 또 CIWF에 따르면, 현재 문어를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살하는 것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없다.

바다에서 양식하기

  • 양식업은 수생동물을 식용으로 기르는 것을 말한다.
  • 세계 식량 생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 세계 양식 시장은 매년 5%씩 성장중이며, 2027년까지 약 2450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 세계적으로 580여 종의 수생 어종이 양식되고 있다.
  •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양식업은 필수적인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다.
  • 포획된 물고기는 더 공격적이고 더 많은 질병에 걸리는 경향이 있다.
  • 최근 유럽연합은 "가축 사육의 바람직한 관행이 부족"하고 양식업이 동물과 공중 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 격차가 있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5억6000만 년 전에는 인간과 문어의 공통의 조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브리스톨 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제이콥 빈터 박사는 "우리와 매우 비슷한 식으로 지능을 갖도록 진화해온 유기체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문제해결 능력과 장난기, 호기심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유기체의 잠쟁성을 크게 인정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잠재적으로 이러한 유기체를 만난다는 것은 다른 행성에서 온 지능적인 외계인을 만났을 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NP는 웹사이트를 통해 "양식업을 통해 최선을 다해서 어장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안전·건강·통제된 자원 확보를 통해 어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CIWF의 라라 박사는 NP의 행동이 전적으로 상업적 관점에만 있으며, 환경적 관점에 대한 회사의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양식이) 어부들의 조업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문어를 양식하는 것이 야생 물고기 자원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어는 육식동물이며 자신의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 포획된 물고기의 약 3분의 1은 다른 동물들의 사료로 쓰인다. 또 이중에서 대략 절반이 양식업에 들어간다. 그래서 양식된 문어는 과잉포획되고 있는 어류 제품을 먹고 자란 셈이다.

라라 박사는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야생에서 잡힌 낙지보다 양식 낙지를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그것은 전혀 윤리적인 것이 아니다"며 "양식되는 동물은 평생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대학교의 환경학 부교수인 제니퍼 자케가 이끈 2019년 보고서는 문어 양식을 금지한다고 해서 인간이 먹는 문어의 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부유한 소비자들만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야생 문어에 지불하는 돈이 더 많아진다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든 토론은 문화적 복잡성으로 가득 차 있다.

육지에서 공장처럼 진행되는 양식은 세계 곳곳에서 다른 양상을 띄며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돼지도 똑똑한 동물로 간주되는데, 베이컨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사육되는 돼지와 스페인 요리 '뿔뽀 알 라 가예가(스페인식 낚지볶음)'에 들어가는 양식 문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환경보호론자들은 공장식 사육이 시작되던 당시엔 이러한 환경에서 가축들의 지각력 변화에 대해 무지했으며, 과거의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라라 박사는 돼지는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우리는 돼지의 욕구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그들의 삶을 개선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어는 현재 완전히 야생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문어가 정확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는 우리가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문어의 지능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과 그들이 식량 안보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식용을 목적으로 이 똑똑하고 복잡한 생명체에 대한 대량생산을 개시해야 할까?

빈터 박사는 "그들은 극도로 복잡한 존재"라고 말했다. "저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문어를 양식하거나 먹으려면 그 복잡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