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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내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지난해 11월 발발한 에티오피아 내전이 심화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내전이 장기화되며 이 지역에선 민간인 학살, 인종 청소, 조직적 성폭력 등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로 간주되는 사건들이 빈번히 보고된다.
북부에서만 적어도 40만 명이 기근에 처했고, 필수 의약품의 80%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200만 명 이상이 피난을 떠났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야당 측인 티그라이 주민에 인도적 원조가 도달하지 못하도록 식량 지원 등을 고의로 차단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다.
지구 반대편 에티오피아 갈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시한폭탄과 같은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내 자행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가 끔찍하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가 에티오피아 갈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많다.
80개 종족과 인구 1억1000만 명이 사는 에티오피아의 갈등은 곧 아프리카 지역 전체의 갈등과도 같다.
일각에서는 분쟁이 에티오피아의 붕괴로 이어진다면 이미 불안정한 이웃 국가들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륙국인 에티오피아는 6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중에는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나라들인 남수단, 소말리아, 그리고 수단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에티오피아가 붕괴하고 수백만 명이 사람들이 탈출한다면, 이웃 국가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이미 인접국 에리트레아와 국경 지역에서 분쟁을 겪고 있으며, 장기화할 경우 이웃 국가들까지 참전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에티오피아군은 소말리아에서 아프리카연합군, 유엔군 등과 함께 이슬람 무장 단체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본국의 분쟁으로 철수한다면 남아있는 연합군이 작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에티오피아 분쟁 논의를 위해 케냐에 방문하고 있는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순방 직전 에티오피아 분쟁이 에티오피아 국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프리카 넘어 세계적인 분쟁 될 수도
일각에서는 에티오피아 내 분쟁이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터키가 에티오피아에 군용 무인기를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미 터키와 이집트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집트가 나일강 거대 댐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의 주요 지류인 블루나일에 2011년부터 르네상스 댐을 건설해왔으며, 이집트는 수자원 확보를 이유로 이를 꾸준히 반대해왔다.
에티오피아는 또 중국과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매입하기도 했는데, 국사전문 언론 오릭스는 중국 무기가 아랍에미리트발 항공편을 통해 에티오피아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에티오피아의 관계 또한 경색되고 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에티오피아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여겨왔다.
에티오피아는 미국의 숙원인 소말리아 내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워줬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전쟁 동안에는 자국 영공을 미국에 내주기도 했다.
미국 역시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42억달러(4조6900억원)의 원조를 제공하는 등 에티오피아에 재정적 지원을 이어왔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 몇 되지 않는 미국의 "동맹국"이었고, 안정적인 정권은 이러한 관계는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권이 흔들리고, 식량안보가 악화하며, 반인도적 범죄 등이 보고되자 미국마저 에티오피아에 외교적 압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동아프리카 특사 제프리 펠트먼은 에티오피아 정부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비유하며 그들의 정책이 대량 기아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역시 에티오피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7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의 정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과 관련한 한국기업이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있고, 대규모 재원이 투입된 ODA(국제개발원조) 사업들도 진행 중이어서 에티오피아의 정세 안정은 한국으로서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분쟁은 어떻게 시작됐나?
에티오피아는 80여 개 종족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다.
지금까지는 주별 자치권을 허용해 종족 간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였으나, 권력 배분과 주 경계 등의 사안에서 종족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왔다.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오로모족과 27%를 차지하는 암하라족, 그리고 6%를 차지하는 티그라이족 간의 마찰이 두드려졌다.
특히 27년 가까이 실권을 장악한 티그라이족 정당 TPLF가 지방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하자 다른 종족들의 불만이 커졌다.
그런 와중 아비 아흐메드(Abyi Ahmed) 총리가 2018년 오로모족의 지지에 힘입어 정권을 탈환하자 갈등이 심화했다.
티그라이족은 아비 통치 집권 이후 자신들이 중앙 정치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했으며, 2020년 총선을 재기의 발판으로 생각했으나 선거가 지연되자 불만을 폭력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티그라이족의 분쟁은 대규모 국내 실향민과 난민을 발생시켰다.
이어 교전 및 민간인 학살로 인해 수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해결될 수 있을까?
주변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에티오피아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까?
현재 아프리카연합 등 평화 회담을 주도하는 중재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화와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타예 앗스케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유엔대사의 답변은 이들이 직면할 어려움을 보여준다.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유엔대사는 대화에 대한 요구를 존중한다면서도 TPLF를 "범죄집단"이라고 묘사했다.
최근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자 현 아프리카연합 특사는 "어떤 개입을 시도하기엔 시간이 없다"며 중재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티보르 나기 미국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방법은 미국, 중국, 터키 등 관련국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비 총리가 미국과 중국의 공통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기 차관보는 전쟁을 종식한 후 원조를 전달하고, 점진적으로 정치적 선택지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티그라이에 대한 5가지 사실
1. 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문명 중 하나로 기록된 악숨 왕국이 바로 이곳 티그라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었다.
2. 악숨의 유적지는 현재 유엔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 유적지에는 서기 1세기에서 13세기 사이 지어진 오벨리스크, 성, 왕릉, 그리고 언약궤가 보관됐다고 알려진 교회가 있다.
3. 티그라이 지역 주민은 대부분 에티오피아 정교회 기독교인이다. 이 지역의 기독교 뿌리는 1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 티그라이 지역 주요 언어는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셈계의 언어 티그리냐어(Tigrinya)다.
5. 티그라이 지역 주요 농작물은 참깨다. 미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에 수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