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퀸: Z세대의 우울을 유쾌하게 치유하는 신예 뮤지션

사진 출처, Clark Franklyn
- 기자, 마크 새비지
- 기자, BBC 음악전문기자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애라벨라 래섬은 이스트 런던의 한 레코드 가게의 카운터 뒤에서 택배상자에 음반을 넣고 선반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음반이 가게 쇼윈도에 진열될 날을 꿈꾸며.
가끔 교대 근무 시간 중에 가사를 구상해 포스트잇에 끄적거리기도 했다. 래섬의 동료들은 이 메모들을 모아 직원 사무실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래섬은 "동료들은 이것을 '벨라의 벽'이라고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라며 "엄청난 (막)말들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자 가게는 문을 닫았고 래섬은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벨라의 벽은 래섬에게 탈출구를 제공했다.
첫 봉쇄령이 발령된 지 몇 주 안에, 래섬(또는 그의 냉소적인 분신 '베이비 퀸')은 유니버설 뮤직 산하 폴리도르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일 그가 일했던 음반 가게 '러프 트레이드'의 손님들은 래섬이 음반을 쌓아놓던 선반에서 그의 첫 번째 믹스테이프인 '더 이어 북(The Yearbook·졸업앨범)'을 고를 수 있었다.
음반 발매 일주일 전 매장에서 만난 래섬은 전 동료에게 커피를 공짜로 얻어 마시려고 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커피를 받자마자 입고 있던 흰색 원피스에 쏟아버리고 말았다.
래섬은 "끝내주는 시작이네"라며 웃었다.

사진 출처, Polydor Records
사실 이 장면은 '베이비 퀸'을 소개하기에 완벽했다.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래섬의 가사는 그가 태어난, 엉망진창이고 혼란스러운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의 세계를 비춘다.
지난해 발매한 데뷔 싱글 앨범 '인터넷 릴리전(Internet Religion·인터넷 종교)'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천박함을 꼬집는다. "이제 세상을 구워하는 일은 그만뒀어. 그러니 이 멋진 신발을 좀 봐"라면서.
그 다음에 발표한 '메디슨(Medicine·약)'에선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자신의 삶을 아주 솔직히 털어놓는다. 래섬은 "이제 내 마음은 아플 수 없어, 약을 먹어서 섹스(사랑)를 할 수 없거든"이라고 가사에 썼다.
6주마다 신곡을 발표해온 그는 자신의 몸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심리장애인 신체이형증부터 자기 혐오, 마약과의 이중적인 관계 등 모든 것을 다뤘다.
이 곡들은 래섬처럼 소외감과 불만을 느끼면서도 빵빵 울려대는 멋진 팝 코러스에 매혹당하는 젊은 청중을 금방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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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포스트 마침, 1
24세의 래섬은 "대단하지 않는 음악이라면 세상에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사랑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지내는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 불안감과 우울증을 이겨내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사랑 타령을 하며 가수 커리어를 쌓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래섬은 또 자신의 자존감에 대해,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수많은 가사를 썼다.
"저는 저 자신을 싫어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저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더라고요."
그는 "내 음악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연결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며 "내 곡을 들은 아이들 모두 '세상에, 저도 저 자신이 싫어요'라고 말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 일이 정말 즐거워요. 저는 제 일이 의미있게 느껴지길 바라요. 그게 아니라면 숨만 낭비하고 있는 거니까요."
큰 꿈
래섬은 음악으로 성공하자는 꿈을 갖고 6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국 런던으로 왔다. 그는 꿈을 이루는 험난한 여정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몸을 움츠리며 기억을 꺼냈다. "500장의 데모 CD 묶음을 들고 와서 레코드 레이블들의 문을 두드렸어요. '안녕하세요. 남아공에서 왔는데요, 데모 CD를 하나 가져왔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라고. 하지만 그들은 '미안해요. 요청하지 않은 자료는 받지 않습니다'라며 거절했죠".
하지만 래섬은 포기하지 않고 영국 음반 시상식인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그에겐 다시 좌절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끔찍했어요. 그들은 저를 쓰레기 취급했죠. 제가 원한 건 그저 '안녕하세요 리한나, 제 CD 좀 들어볼래요? 라고 말을 건네보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당연히, 그들은 제가 어떤 아티스트에게도 말을 걸지 못하게 했어요."

사진 출처, Getty Images
나뭇잎이 무성한 남아공 더반 교외에 비해 런던은 사방 곳곳에서 모든 감각을 공격해오는 듯한 도시였다. 하지만 래섬은 런던의 빠른 속도와 혼돈에 이끌렸다.
래섬은 곧 풀럼에 있는 이모의 집에서 나와 패션 모델인 여자친구와 함께 선상 가옥으로 이사했다. 그는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 첫 문신을 새겼다. 그리고 런던이 제공하는 매일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도시 문화의 유혹을 맛보기 시작했다.
래섬은 "멋지지만 본질적으론 불쾌했던 이스트 런던에서의 밤"을 보낸 이후, 자리에 앉아 베이비 퀸의 첫 번째 노래를 작곡했다.
고통의 장벽
래섬은 "나는 최대 슬럼프에 빠져있었다"며 "이 곡은 단어를 막 토해낸 것과 비슷했다. 너무 성급하고 솔직한 생각들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은유적 표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로 써츠(Raw Thoughts·거친 생각들)'이라는 제목의 곡은 에너지를 소진한 밤의 희열이, 다음날 아침에 수치심과 후회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이시여, 내가 한 일을 그들이 보지 못하게 하소서." 래섬은 곡 도입부의 드럼 비트가 시작되기 직전에 몸을 살짝 비틀며 아침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이곡은 제가 가장 빨리 쓴 곡들 중 하나였어요. 보통은 고통의 장벽 같은 게 있는데. '아, 이건 안 되겠네.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노래는 정말 형편없어. 나는 형편없는 작곡가야'라는 생각이 들 때 말이죠."
래섬은 "그러던 어느 날, 벼락을 맞은 듯 영감을 얻는다.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이 곡은 그렇게 만든 곡 중 하나다. 작곡 하는데 20분밖에 안 걸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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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섬은 이 곡이 "다소 모방적"이거나 별 특징이 없는 노래라면서도, 곡에서 나타난 의식의 서정적 흐름이 그의 작사능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음을 느꼈다.
"이것이 제가 정말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이에요. 제 성격이 좀 특이한데, 굉장히 부정적이고 풍자하길 즐기는 편이죠. 이러한 성격에 맞는 노래가 몇 곡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제 뭔가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베이비 퀸을 제대로 보여준 첫 노래는 '버즈킬(Buzzkill·분위기를 깨는 사람)'이었다. 이 곡은 파티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가나 다름없는데, 그를 구원하고자 했던 친구들의 노력이 헛수고였을 뿐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래섬은 "베이비 퀸을 한 곡으로 표현한다면 '버즈킬'을 부르겠다. 뭔가에 완전히, 정말 완전히 질려버린 목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솔직하면 솔직해질수록, 나는 사람들이 '베이비 퀸이 그런 말을 했어?'라고 할 만한 가사들을 더 만들어 냈어요. 이게 저를 진짜 흥분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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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불태워 희생하는 듯한 래섬의 가사는 A급 팬들을 불러 모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팬은 싱어송라이터인 코트니 러브다. 러브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래섬을 감싸주며 집에 초대해 "함께 불교 염불수행을 하고 집 아래층 영화관에서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이제 막 유명해지려는 참)"를 봤다.
래섬은 또 배우 조디 코머를 향한 짝사랑에 대해 농담반 진담반인 곡을 만든 후 코머와도 우정을 쌓았다.
래섬은 "가족들은 조디 코머를 보면 제가 생각난다며 코머가 출연한 드라마 '킬링 이브'를 꼭 봐야 한다고 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알았어, 코머에 대해 말해 봐. 어떤 인물을 연기하는데?'라고 물었더니 가족들은 '살인자 사이코패스'라고 대답했어요."
그는 "3회차 에피소드까지 보자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코머에 대한 곡을 쓰고 코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더니 내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래섬은 코머에게 받은 메시지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향후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코머가 출연하길 바라고 있다.
코머는 "그러면 우리는 함께 테킬라 샷을 마시고 결혼할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사진 출처, Clark Franklyn
베이비 퀸의 첫 곡들이 모두 어둡고 불안정한 분위기였던 것과 달리, 그의 새로운 믹스테이프인 '더 이어 북'은 보다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하지만 래섬이 특유의 냉소를 잃은 건 아니다. 그는 '페이크 블리브(Fake Believe·가짜 믿음)'에서 "예수님은 내게 이렇게 말하려고 돌아가셨지/'넌 사람이 아니고 게이야'"라고 썼다. 포용성을 강조했던 예수님과 달리 예수님을 따른다면서도 동성애를 혐오하는 미국의 온라인 보수 세력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친밀한 순간들도 허용하는데, 특히 이별 후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곡 '유 셰이프드 홀(You Shaped Hole·심장에 너처럼 생긴 구멍)'이 대표적이다.
한편 '디즈 드러그스(These Drugs·이 마약)'는 마약 남용 문제에 당당하게 맞서는 내용으로 첫 가사가 매우 강렬하다. "나는 더 이상 마약을 하고 싶지 않아/너가 공중화장실 빈틈 너머로 나를 봤다면/너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겠지."
래섬은 자신이 완전히 마약에 중독된 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가사를 쓰던 당시 "마약과 정말 나쁜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항상 뇌에서 '꺼짐 버튼'을 찾고 싶었다"며 "뇌 활동이 멈춰 멍해지는 특정 시점에 도달하면, 머릿속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저는 근본적으로 뭔가 다른 것을 느끼기 위해 마약을 찾았어요. 하지만 다음날 저의 세로토닌은 모두 고갈되고, 생산적이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죠."
래섬은 그 죄책감의 기억이 어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작은 지역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스몰타운 신드롬 때문이었어요. 남아공에서 마약을 하면 사회 부적응자, 미친 여자로 취급받았죠.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는데, 제 도덕성이 마치 우리 엄마가 절 보는 것처럼 절 지켜보기 때문이에요."
그는 "지난달 열린 보드마스터즈 음악축제에서도 내 무대 이후 약에 취했고, 밴드 고릴라즈를 보는 군중 가운데 서서 끊임없이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넌 잘못하고 있어. 넌 잘못하고 있어. 넌 잘못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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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래섬은 'These Drugs'을 썼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수 커리어에 집중하면서 그는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 더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됐다.
래섬은 "올해 말까지" 레이블에 제출해야 하는 데뷔 앨범 작업 중이지만, 완성을 서두르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거나 유명 팝 프로듀서들을 불러들일 계획은 없다.
"저는 작곡 세션은 하지 않아요. 그러면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서 8시간 안에 곡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8시간 안에는 그 어떤 의미있는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가끔 가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하루에 두 단어만 쓰기도 한다"며 "가사 한 줄이 아무 의미 없이 그저 빈틈만 채우는 것을 싫어하는 완벽주의자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래섬의 첫 싱글이 발매된 이후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사랑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원칙을 수정해야 했던 것이다.
래섬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다음 앨범에는 내가 작곡한 사랑 노래가 너무 많은데 정말 악몽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