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전 치닫는 중’…영국, 자국민 철수 돌입

Troops from C Company 1st Battalion the Princess of Wales' Royal Regiment (1 PWRR) in Afghanistan on Operation Herrick 15

사진 출처, PA Media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며 아프간에서 영국 시민과 군 부대 등을 철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월러스 장관은 1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아프간에서 빈곤과 테러 공격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간에서 영국에 대한 테러 모의 정황이 포착될 경우 영국이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 맺은 철군 협약이 ‘썩어빠진 협상’이었다고 비난했다.

월러스 장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외무부 직원 500여 명과 다른 영국 부처 직원들, 현지 구호단체 등에서 일하는 자국민 3000여 명을 비롯해 아프간 통역관 2000여 명 등을 무사히 송환하기 위해 병력 600여 명을 아프간에 파견했다.

동영상 설명, Defence Secretary Ben Wallace: "I think we are heading towards a civil war"

영국 정부의 이번 철수 결정은 전직 군 관계자들과 토리당 하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월러스 장관은 영국이 아프간에 주둔했던 지난 20년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20여 년 전 탈레반이 축출된 이래 300만 명 넘는 여성과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들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빼앗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아프간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BBC 보도를 언급하며 “우려도 있다”고 했다. 현지에선 수만 명이 졸지에 이재민이 된 데다 탈레반이 점령지들에 대해 벌써부터 강경 보수 정책 시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월러스 장관은 “내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군의 패배가 이어지는 와중 가난과 테러 문제는 한층 격화할 거란 전망이다.

그는 아프간이 2001년 911 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집단의 은신처로 활용됐던 것처럼 또다시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기 시작한다면 영국 정부가 국제법상 권리에 기반해 개입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체결한 협정은 탈레반이 평화 협상에 응할 경우 미국과 나토 동맹군이 14개월에 걸쳐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카에다 등 다른 무장 세력이 아프간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는 내용도 담겼다.

이 협정에 따라 탈레반은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한 전투는 이어나갔다. 탈레반은 최근 며칠 새 아프간 주요 도시 곳곳을 장악했다.

British soldiers in Helmand Province, Afghanistan

사진 출처, PA

월러스 장관은 “당시 협정은 탈레반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웬디 레이너의 남편 피터는 2010년 아프간 헬먼드 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레이너는 미국의 철군이 군인들의 희생을 간과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레어니는 “남편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다 목숨을 잃었다”며 “미국은 남편의 싸움을 헛되게 만들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다들 방관하는 사이 아프간의 젊은이들은 가족들을 잃고 있어요. 우리가 그들을 혼란 속에 내버려뒀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은 또 다른 테러 위협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아프간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하게 될 텐데,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