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안정적인 엘살바도르 법정화폐로 정착할 수 있을까?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인정했다.

8일 의회 표결에 따라 앞으로 90일 후면 엘살바도르 공용통화인 미국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이 '진짜 돈'으로 쓰이게 된다.

엘살바도르 내 모든 기업은 거래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트코인을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번 조처로 ‘살바도리안'이라고 알려진 엘살바도르 이민자의 본국 송금 절차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이민자는 엘살바도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수는 200만 명 이상이며, 매년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이상을 송금하는 등 출생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 암호화폐 공식 화폐 인정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정말 송금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중개인이 필요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송금할 때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 은행이나 다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해외 송금에 이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중개 비용이 비싸진다.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1000달러를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수수료 환율이 ‘제로'인 상황이 있더라도 여전히 양국 은행에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한 가지 장점은 이 중개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수수료를 피하고 싶은 빈국과 개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암호화폐가 다른 중대한 위험을 내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드비어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자 설립자인 나이젤 그린은 "엘살바도르가 간 길을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 국가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통화는 약하고 시장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린은 이러한 특성이 “만연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거래에 있어 미국 달러와 같은 주요 '제1세계' 통화에 의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의 통화에 대한 의존은 또한 종종 또 다른 커다란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국가를 다른 나라의 영향력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자신들만의 통화 정책을 수립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 변동

비트코인이 더욱 정착되고 널리 활용될 경우 달러보다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 화폐에도 단점이 있고, 이는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송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물경제와 직접 연관성이 없는 가상자산 비트코인은 특정 기간 내 가치 변동이 크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관련된 위험들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은행 시스템과 달리 비트코인은 가치 변동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켄 로고프 교수는 성공적인 통화의 두 가지 본질적인 특징을 효과적인 형태의 교환과 안정적인 가치의 저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비트코인이 이 두 가지 특징을 가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사실 합법적인 경제 망에서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부자가 다른 부자에게 팔지만, 그 거래가 최종 거래는 아니죠. 그리고 그 최종 거래 가치 없이는, 장기적인 미래가 없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거의 투기의 수단으로만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실거래 목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일부는 암호화폐를 초인플레이션을 피하는 도구로 여기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주요 강대국들이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돈을 찍어왔다.

전통적인 통화의 경우, 더 많은 돈이 만들어질수록 기존에 유통된 기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

사람들은 돈의 명목적 수치가 같으므로 이러한 점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매주 쇼핑, 외식, 그리고 영화 관람 등에 점점 더 많은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의 공급은 신중하게 통제되고 제한되며, 누구도 마음대로 비트코인을 만들거나 발행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 이상 발행할 수 없으며, 각각의 비트코인은 ‘사토시’로 알려진 1억개의 단위로 분할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의 사태로 알려졌듯 ‘정상적인’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미리 방지한다.

'대담한 조치’

그린은 “아마도 부유한 나라에 기반을 둔 전문가들이 엘살바도르의 과감한 조치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과거 비트코인을 "거래를 수행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디지털 통화 거래를 처리하는 데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암호화폐 사업을 연구하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대안금융센터(CCAF)는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화폐 사업에 대해 연구를 실시했다.

센터는 비트코인의 총 에너지 소비량을 연간 약 40~445테라와트시(TWh)로 추산했고, 중간 추정값은 약 130TWh라고 추정했다.

영국의 한 해 전기 소비량은 300TWh 정도이며, 아르헨티나의 한 해 전기 소비량은 센터가 추정한 비트코인 전기 소비량과 비슷하다.

비트코인은 또 슈퍼 리치의 세금 회피 목적으로 사용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은행 거래는 추적이 쉬운 반면 비트코인은 추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자체 디지털 화폐를 만들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이미 중앙 통제 버전을 출시했다.

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는 정부가 규제하지만, 암호화폐는 중앙 권력에 의해 규제되지 않는다.

부켈레 대통령은 앞서 비트코인 법정화가 은행 계좌가 없는 엘살바도르 국민 70%에게 금융 서비스를 개방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주 표결 직전 올린 트윗에서 비트코인이 "국가를 위한 포용적 금융, 투자, 관광, 혁신, 경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