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했던 네팔이 다시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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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수남 마우르야는 그의 아버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구하려 필사적으로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목메인 소리로 호소해왔다.
마우르야의 아버지이자 네팔 남서부 나라이나푸르 출신의 농부 순다르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지난 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의 병세는 이후 며칠 만에 악화됐다.
마우르야는 50대 중반인 아버지를 데리고 뱅케 지구 내 의료시설 3곳에 찾아갔지만, 모두 침대와 산소호흡기 부족을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그가 가까스로 침대가 남아있는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마우르야는 BBC에 "망연자실했다. 아버지는 가족의 주요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나는 가족과 세 남동생을 돌봐야 한다. 어머니는 계속 울기만 하신다"고 덧붙였다.
2차 유행이 시작되며 휘청거리고 있는 네팔에는 마우르야와 같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정부 관할의 긴급보건운영본부 책임자인 사미르 쿠마르 아드히카리 박사는 "만약 이 사태를 당장 관리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트만두 밸리의 중환자실과 인공호흡장치가 거의 다 찼다"며 "침대가 빈 병원에서도 산소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백신도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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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0만 명 인구의 네팔은 히말라야에 있으며 세계에서 개발이 가장 덜된 나라 중 하나다.
네팔은 북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 사이에 껴있는 내륙 국가로 의료 장비와 액체 산소 공급 대부분을 인도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가 현지 상황 악화로 산소 수출을 중단한 가운데 네팔은 대체 물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팔도 여타 아시아 국가와 같이 심각한 피해 없이 1차 유행을 무사히 견뎠다. 하지만 2차 유행은 파괴적이었다.
4월 초만 해도 일일 확진자가 150명에 불과했지만 한 달 만에 9000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도 4000명을 넘어섰다.
네팔 보건 당국은 일일 평균 확진율이 50%에 달한다며 2명 중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약 8만 명의 사람들이 자택에 격리돼 있으며, 보건 당국은 앞으로 몇 주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라 베이솔로우 얀티 네팔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은 BBC와 인터뷰에서 "평균 일일 확진자 증가 수치를 따져봤을 때 네팔은 상위 10개국 중 9위로 꼽혔다"며 "이들 중 네팔의 인구는 가장 적지만 검사 대비 확진율은 가장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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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네팔은 이웃 국가 인도와 마찬가지로 일일 확진자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자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네팔은 특히 폐쇄 기간 받은 경제적 타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서둘렀고, 이 때문에 마스크 착용, 위생,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동시에 네팔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샤르마 올리 총리는 작년 12월 당권을 장악한 다할 전 총리와의 갈등 끝에 불신임 상황에 몰리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2월 해산된 의회를 복원하라고 명령하며 의회가 재개됐다.
올리 총리는 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야당과 시민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카트만두 외 여러 지역에서 올리 총리에 대한 찬반 시위가 일었다.
올리 총리는 지난 10일 의회 신임 투표에서 패배했다.
현재 누가 차기 정부를 구성할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뚜렷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은 없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논쟁과 내분이 대유행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네팔 네팔군지에 있는 베리병원 내과 과장 라잔 판데이 박사는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느라 분주했다. 그들의 관심은 사람들의 건강이 아니라 권력 유지에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네팔군지는 네팔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매일 수백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속에 매일 같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격리가 두려운 일부 노동자는 불법으로 입국해 마을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귀국한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판데이 박사는 이주 노동자가 2차 유행의 유일한 원인으로 지목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정부와 야당은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종교 축제를 기념하고 결혼식을 주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2차 유행에 기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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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코로나19 상황은 네팔 정부가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접종을 중단한 뒤 악화됐다
하지만 이후 인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만 도즈를 기증하고, 글로벌 백신 공유 프로그램인 코백스와 중국이 도즈를 확보해주며 나아지는 듯싶었다.
네팔 정부는 모두 210만 명이 백신을 맞았고, 이 중 4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가 갑작스레 백신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네팔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얀티 네팔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은 "네팔은 백신 접종 수요의 20%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네팔은 백신 공급 최우선 순위로 여겨져야 한다"며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국가에 즉시 네팔로 여분을 보낼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