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국은 지는 해가 되고 중국은 뜨는 해 될까?

이번 사태로 미 중 양국의 관계 악화는 더 심화 될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이번 사태로 미 중 양국의 관계 악화는 더 심화 될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기자, 조나단 마커스
    • 기자, BBC 외교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미·중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매파 성향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둘은 중국이 사태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완강히 거부했다.

한편, 중국에선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미군의 세균전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이미 증명됐다.

양국의 신경전은 설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행동과 국제 외교무대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이 EU 국가에서 온 여행자에게 국경을 닫는다고 할 때, 중국은 오히려 이탈리아에 의료팀과 물자를 보낼 계획을 밝혔다. 이란과 세르비아에도 지원했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국제 무대에서 큰 함의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국제 외교무대에서새로운 위상을 차지하고자 하는 것.

중국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국가에 의료진과 의료 용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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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국가에 의료진과 의료 용품을 지원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치체제는 전례 없는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 받고 있다. 지도자에겐 리더십을 검증 받는 시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 지도자들이 어떻게 코로나를 통제했는지, 얼마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는지, 효율적으로 방역 자원을 투입했는지 평가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미·중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 터졌다. 앞서 두 나라는 부분적인 무역협정엔 동의했지만 외교 관계를 완벽히 회복하진 못했다. 현재 양국 모두 아시아태평양에서 발생 가능한 충돌에 공개적으로 대비하면서 재장전 하고 있다. 중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선 이미 초강대 군사 대국이다. 그리고 국제 지위를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코로나 사태로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종식되면 중국의 경제 회생은 초토화된 세계 경제를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지원이 바이러스 퇴치에 필수다. 또한 중국의 의료 데이터와 경험도 필요하다. 중국은 의료 장비와 마스크나 보호복과 같은 일회용품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감염 관련 물품의 수요를 감당 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산을 확장할 수 있는 전 세계 생산기지인 셈이다. 중국 또한 이런 수요에 부응하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코로나 사태를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울 기회로만 봤지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리더쉽은 위기에 처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전문가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전 차관보 커트 캠벨과 러시 도시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지난 70년간 미국이 지탱해온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은 부와 권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바른 국내 통치를 통해 얻게되는 정권의 정당성과 국제 사회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 그리고 위기 때마다 필요한 리더로서의 조정력 등에서도 나온다."

그러면서 미국 지도부의 이 세 가지가 "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검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 검증에서 낙방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춤한 틈에 생긴 리더쉽 공백을 채우기 위해 신속하고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다.

혹자는 이런 분석에 냉소적일 수 있다. 어떻게 이 시국이 중국에 유리한지 의문이 갈 것이다. 캠벨 전 차관보와 도시는 당돌함과 저돌성을 뜻하는 이른바 '후츠파' 정신이 답이 된다고 봤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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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길 원한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던 초기 비밀스럽게 대응했다. 그 뒤론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인상 깊은 방역 활동을 했다.

미국 언론자유 기구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최고경영자(CEO)인 수잔 노셀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렇게 전했다.

"중국 정부는 사태 초기 미흡하게 대응하고 책임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민심이 성나게 되는걸 두려워했다. 현재는 자국의 방역 성과를 국내외에 알리는 선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감염증의 원천이 중국이었다는 사실엔 의미를 축소하면서 말이다. 또한 서방권 특히 미국 정부와 자국을 대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려 한다."

불황까지 초래한 이번 사태로 중국의 권위주의와 비 민족주의적 성향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서방에선 지적한다. 미국 동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대놓고 비판하진 않겠지만 중국이나 중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 이란 문제나 다른 지역 정세를 대할 때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른 나라에 손을 뻗치며 미래 국제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이웃인 일본과 한국과 연대를 맺었고 EU에는 필수 보건 용품을 지급해 이른바 '에센셜 파워' (essential power)로 나가기 위한 길을 열었다.

캠벨 전 차관보와 도시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이런 상황을 영국의 쇠퇴에 비교했다. 영국이 1956년에 수에즈 운하 점령 작전에 실패하면서 "지도층은 부패의 길을 걸었고 열강으로서의 힘을 잃게 됐다" 며 미국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코로나 사태에 앞장서 대응하지 못하면, 이번 사태가 미국에 '또 다른 수에즈 순간'을 될 수 있다는 걸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