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의 안락사가 불러온 논란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10월 23일 보도입니다.

[앵커] 유럽 네덜란드에선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 자살' 또는 '안락사'가 합법입니다.

한 해 수천 명이 이런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 나라에서, 한 20대 여성의 안락사가 유독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VICKY JUNG 기자입니다.

[안락사 기관 관계자] "어서오세요."

[오렐리아 / 안락사 신청자] "안녕하세요."

[안락사 기관 관계자] "여길 둘러보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오렐리아 / 안락사 신청자] "네, 그리고 제가 음악을 좀 가져왔는데... 틀어주실 수 있나요."

[안락사 기관 관계자] "물론이죠. 가실까요."

[오렐리아 / 안락사 신청자] "제 이름은 오렐리아고요. 안락사를 선택했습니다. 정신적 문제가 너무 많아서, 숨 쉴 때마다 고통스럽거든요."

[기자] 오렐리아는 열 두 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습니다.

분노와 불안감을 자주 겪고, 대인관계의 어려움까지 생기는 '경계성 인격 장애' 진단도 받았습니다.

툭하면 자살 충동을 느꼈고, 환청까지 들리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네덜란드의 안락사 기관을 찾았습니다.

[안락사 기관 관계자] "장례 행렬이 도착하면 다들 차를 세울 거예요. 그리곤 장례차를 따라가죠. 관은 차에서 꺼내져 이 건물로 옮겨질 거고요. 가족들용 방이 여기 있거든요."

[오렐리아 / 안락사 신청자] "안락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저는 점점 준비가 되어 갔어요. 아침이 올 때마다 "그래, 또 하루 가까워졌어"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마지막 일주일. 오렐리아는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리고, 수공예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장례식이 치러질 화장장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다가온 '그 날'.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오후 2시.

오렐리아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들이킨 뒤 천천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향년 29세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엔 현지 방송사가 동행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선 안락사가 합법이지만 막상 방송이 나가자 오렐리아의 죽음은 많은 논란을 불러 왔습니다.

현지법상 안락사를 신청하려면 말기암 등 회복이 어려운 질병에 걸려 있거나 극단적인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렐리아의 정신 질환이 과연 이 기준에 해당됐는지를 두고 여론이 갈린 겁니다.

안락사를 허가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결국은 스스로 목숨 끊을 것이기 때문에 '말기 질환'으로 간주해도 된다는 의견과 환자가 희망을 잃은 상태여도 의료진이 그래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선 6500여 건의 안락사가 이뤄졌습니다. 이중 정신 질환을 이유로 안락사를 허가받은 사람은 83명.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안락사 기관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