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중국 '금기' 건드린 미국 장관

1989년 6월 2일 중국 북경 천안문 앞에 잔뜩 모인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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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989년 천안문 시위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사건으로 꼽힌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6월 4일 보도입니다.

[앵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중국에선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100만 명 넘는 시민이 시위를 벌였는데요.

텐안문, 즉 천안문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현재 중국에선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향해 "당시 사망자 숫자를 정확하게 공개하라"고 나섰습니다.

이미 무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

양국 갈등은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비키 정 기자입니다.

동영상 설명, 2018년 6월 4일 BBC 코리아 방송 - 중국 '금기' 건드린 미국 장관

[기자] 북경 천안문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향한 중국 군 당국의 무차별 사격이 시작된 건, 1989년 6월 3일 밤이었습니다.

높은 건물 위에서 촬영된 사건 당시 영상엔, 시위 참가자들이 총탄을 피해 도망치다 하나 둘 씩 쓰러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사실상 금지해 왔습니다.

또 사태 이후로도 많은 관련자가 탄압을 받았습니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인근에서 불에 타고 있는 군 병력 수송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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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인근에서 불에 타고 있는 군 병력 수송차

당시 학생 시위대를 이끌었던 우얼 카이시는 BBC 방송에 출연해 "같은 상황이 와도 그때와 같이 행동하겠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자랑스럽지만, 현재라면 매우 주저할 것 같습니다. 시위의 결과가 저희가 기대하던 게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I'm very proud to be a part of that historical event. But the answer will be very hesitant. Because the outcome, the result is nothing we've anticipated.")

이런 가운데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천안문 사태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사건이 "무고한 생명들의 비극적 희생(the tragic loss of innocent lives)"이었다며 "중국 정부에 사망자과 구금자, 실종자 숫자를 정확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We join others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urging the Chinese government to make a full public accounting of those killed, detained or missing.")

1989년 5월 4일 천안문 앞에서 학생들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1989년 5월 4일 천안문 앞에서 학생들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이 말합니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은 전혀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The only thing I want to emphasise is that the U.S. Secretary of State has absolutely no qualifications to demand the Chinese government do anything.")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까닭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두 나라 사이에 오가는 물건에 물리는 세금, 즉 관세를 두고 이미 여러 차례 '무역 전쟁'으로 불릴만큼 거센 설전을 벌여온 데다, 오는 12일 대만에 문을 여는 미국 재대만협회 사무실을 두고도 양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사무실이 사실상 대만 내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할 거란 추측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듯 "그 어떤 단일 국가도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배할 수 없다(No one nation can or should dominate the Indo-Pacific)"고 못박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