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잠을 못 잤어요. 잘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봤으니까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 누힐 아흐메드)

누구나 한 번쯤 지났을 법한 골목길에서 156명이 사망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이 사고는 시민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나 유가족처럼 이번 사고를 직접적으로 겪진 않았어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서울 출근 만원 지하철을 탔는데 평소에는 그냥 '사람 많아서 불편하네'로 그쳤던 생각이 오늘은 '불안하네'로 바뀌었다"며 "원래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었을 텐데 자꾸 이태원 일이 생각나서 편치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일 무궁화호 탈선 사고로 인해 이튿날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서 탑승객이 몰리자 관할 경찰서에 '열차가 꽉 차서 숨을 못 쉬겠다', '사고가 날 것 같다' 등 신고 10여 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8년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심리 상담 및 치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라우마와 PTSD란?

트라우마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해 겪게 되는 슬픔, 분노, 불안 등 심리적 외상을 뜻한다.

트라우마가 원인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결과다. 통상 트라우마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한 달이 넘으면 PTSD 진단을 내린다.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에 따르면 PTSD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불쾌한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름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상황이나 사람 등을 회피하려고 함 ▲부정적인 생각이 지속됨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거나 숨이 가쁘고 심장이 빨리 뜀 ▲집중력이 떨어짐 ▲불면증이 생김 등이 포함된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겸 경희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번 사고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도심에서 발생했고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 사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나온 재난"이라며 "현장에서 일을 목격한 사람과 구조 인력, 의료진, 언론 등 (사고에) 노출된 사람이 너무나 많고, 여기에 더해서 영상·사진까지 유포되면서 대리 외상(간접 외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일반적으로 트라우마에 직접 노출된 사람들이 PTSD 진단 대상"이라면서도 "과거에 비슷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적이 있거나 현재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사건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극복할까?

전문가들은 PTSD를 방치할 경우 우울증이 악화하는 등 장기간 심리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조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이태원 사고 유가족과 현장에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트라우마센터 대표번호나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연락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결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심리검사와 보다 심층적인 오프라인 치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의 경우에도 해당 번호로 연락하면 언어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호흡법과 자세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깊은 심호흡과 복식호흡, 발뒤꿈치 들었다가 내려놓기,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해 팔 두드리기 등이 포함된다.

백 교수는 이외에도 사고와 관련된 시각적 정보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되, 사건 자체를 완전히 외면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터놓고 대화할 것을 조언했다.

'슬픔이나 불안, 분노를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트라우마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사고 이후에 슬픔이나 불안, 분노를 느끼는 등 대부분의 경우는 정상 반응에 해당한다"며 "(PTSD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3개월이면 절반, 1~2년이면 80~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결국 회복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언제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라우마가 심리적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를 '외상 후 성장(PTG)'이라고 한다.

'마음 근육 키우기' 저자인 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장은 "PTG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뒤 회복력(resilience)을 통해 이뤄지는 심리적 성장"이라며 "트라우마 경험 초기에는 PTSD와 PTG가 같은 증상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울증과 불안증의 결합인 PTSD와 심리적 성장을 이뤄주는 PTG로 갈린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트라우마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불안을 가라앉히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트라우마 경험을 털어놓고 ▲트라우마 경험을 글로 써보고 ▲생활신조와 실천적 태도 명확히 하기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