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지금까지 78개국에서 원격 근무했죠'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케이티

사진 출처, Katie Macleod

사진 설명, 케이티는 전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 기자, 오린 콕스
    • 기자, BBC 스코틀랜드 뉴스

케이티 매클라우드(28)에게 일한다는 것은 도쿄 캡슐호텔이나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 있을 때도 노트북에 로그인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히말라야에 있을 때도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한다.

케이티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78개 국가를 돌아다녔다.

그는 "30살이 되기 전에 100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디지털 유목민 중 한 명이다. 이들은 회사 사무실 대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한다.

그는 자기 블로그에 여행 기록을 남기고 있다. 2018년부터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행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원격 근무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열기구를 구경하는 케이티

사진 출처, Katie Macleod

사진 설명, 케이티는 디지털 노마드가 된 후 터키에서 열기구를 본 것이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한 연구는 팬데믹 이후 디지털 유목민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계속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의뢰한 MBO 파트너스의 데이브 카사 국제사업부 대표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는 BBC 스코틀랜드에 "이를 주제로 유럽에서 단독 연구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데이터는) 미국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사실 영국 인구 데이터를 보면 유목민처럼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케이티

사진 출처, Katie Macleod

사진 설명, 케이티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것처럼 늘 화려하진 않다면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인버네스에서 자라 에든버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성공적인 인턴 생활 후 런던 소재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일이 단조롭고 지루했으며, 영감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직장에서의 하루하루는 미리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인 목표나 꿈을 좇을 시간은 매우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지 진작 알았더라면 더 빨리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들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 좋게도, 저는 디지털 노마드에 매우 적합한 직업을 골랐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가 간 여행이 더 어려워졌지만, 케이티는 밴을 개조해 영국을 여행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여행 제한이 풀리자마자 케이티는 다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 주거 공간'이 있는 곳에 머무는 것을 선호한다. 차선책으로는 에어비앤비나 호텔에 머무는데, 그는 원격 근무에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근무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외국인이라서 바가지를 쓰기도 했죠. 평범한 사람들보다 식중독에 걸린 적도 많고요."

와인잔을 손에 든 카트리오나

사진 출처, @CoachCatCripps

사진 설명, 프랑스 파리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와인 한 잔을 즐기고 있는 카트리오나

소셜 비즈니스 '플렉서빌리티 웍스'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사무직 중 25%는 회사가 근무 장소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카트리오나 크립스는 팬데믹 이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택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스털링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일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를 의무화했다.

이전부터 스페인에 살고 싶었던 그는 원격 근무가 꿈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 6월 집을 팔고 유럽을 여행하며 현지 호텔과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카트리오나는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60대에 접어들었고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적을뿐더러 나이 든 부모님도 안 계시고, 자녀들은 모두 장성했다"고 말했다.

카트리오나는 지금까지 7개국을 방문하며 이러한 경험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여행이 "일상에 꽤 많은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7개국 15개 도시를 다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좋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위해 자주 이동해야 했고, 이 시간이 하루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 장소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3일마다 이동하는 대신 말이죠."

그가 겪은 또 다른 큰 문제는 일하는 데 지장이 없을만큼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찾는 일이었다.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더라도 결과는 복불복일 수 있어요. 원격으로 근무해야 한다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죠."

데이비드

사진 출처, J David Simons

사진 설명, J 데이비드 시몬스는 디지털 노마드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소설 '사랑의 책임'을 썼다

또 다른 디지털 노마드인 J 데이비드 시몬스(68)는 이러한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소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은행 업무를 보거나 세금 납부, 비자 업무, 임대 계약 등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고정적인 주소를 갖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고정 주소가) 없더라도 말이죠."

데이비드는 글래스고 출신 작가이자 기자다. 그는 2017년에 집을 팔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멕시코와 쿠바로의 멋진 여행이 계획돼 있었고, 이에 맞춰 멕시코 시티와 하바나에 근무를 위한 훌륭한 아파트도 임대해뒀지만 모든 걸 취소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몇 년간은 스코틀랜드와 스페인을 왔다 갔다 했어요. 물론 이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180일 중 90일만 유럽에서 보낼 수 있지만요."

데이비드는 올겨울 스페인으로 가서 신작 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다.

그는 "나는 언제나 노마드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인해 탄탄한 통신망이 마련되고 무료 와이파이가 늘면서 여행하면서도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저 자신을 디지털 노마드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에 대한 짧은 글도 썼죠."

데이비드는 스코틀랜드와 영국 물가 상승으로 인해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시도하려는 원격 근무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얼마나 돈이 많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격 근무에 적합한 직업을 갖고 있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보다 물가가 저렴한 많은 곳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어야 하죠. 또 집처럼 닻을 내릴 곳이 없더라도 늘 모험가 정신으로 변화를 즐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