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루나 개발자 집을 찾아갔고, 체포됐다'

사진 출처, News1
- 기자, 조 타이디
- 기자, 사이버 전문 기자
5월 초, 암호화폐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테라·루나(이하 '루나') 코인과 테라USD(UST, 이하 '테라') 코인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비트코인을 포함해 시장에서 약 4000억달러(약 505조5600억원)가 증발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큰돈을 잃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 남성은 '암호화폐 붕괴'의 중심에 있는 한 사업가의 집을 방문한 후 체포됐다. 그는 BBC에 자신의 인생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특성상 부는 빠르게 축적됐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암호화폐 붕괴는 한국에 사는 이 남성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챈서스'라는 이름의 암호화폐 스트리머는 "죽을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잃었다"며 "암호화폐 240만달러(약 30억원)어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챈서스는 2017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해왔다. 그는 지난 5년 동안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의 가치가 오르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적으로) 한국에서는 상위 1%였다"며 "하지만 이번 (폭락) 사태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챈서스는 최근 루나 코인에 80만달러(약 10억원)를 투자했다. 사실상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거액을 투자하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쯤 루나 코인의 상승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루나 코인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만원을 밑돌았지만 올해 4월에는 14만원을 넘겼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챈서스도 두 코인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코인 가격이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단 48시간 만에 가치의 99%를 잃었다.
이제 루나 코인은 0.2원으로, 1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패닉셀
전문가들은 루나 코인의 하락이 자매 코인 테라가 갑자기 가치를 상실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테라 코인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코인이 미국 달러와 같은 실제 자산과 동등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1코인이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테라 코인이 유지하던 가치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깨지면서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코인을 매도하는 패닉셀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알고리즘에 의해 테라 코인과 연동된 루나 코인도 급락했다.
다른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폭락 사태를 보고 공포에 질려 보유 중이던 코인을 매도하면서 시장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권도형(31) 테라폼랩스 대표다. 루나 코인과 테라 코인의 기반이 되는 테라 시스템을 지은 장본인으로,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젊은 대표로부터 해답과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요구했다.
챈서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권 대표의 소통 부족에 화가 난 그는 인터넷에서 집 주소를 찾아내 그곳에 찾아갔다.

챈서스는 "권 대표에게 루나 코인에 대한 계획을 물어볼 생각이었다"며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그와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챈서스는 권 대표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또 대표와의 대화를 공유하기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아프리카TV를 통해 집에 찾아가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약 100명의 시청자들이 이 영상을 봤다.
경찰에 자수하다
챈서스는 초인종을 누른 뒤 권 대표의 부인이 남편이 집에 없다고 말하자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은 즉시 경찰에 신고해 긴급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챈서스는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서에서 2번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며 "나는 권 대표의 사유재산에 무단 침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국내법상 집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아파트 로비나 현관에 들어가 단지 찾아가서 말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
챈서스는 벌금을 물고 범죄 기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돈도 많이 잃었고 경찰조사까지 받았다"며 "원래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다시 공무원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에서는 문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이 우선인 것 같다"며 "죄인으로서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고 말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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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서스는 권 대표와 직접 대화를 시도한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대표가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프로젝트로 인해 삶에 영향을 받았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내 여론은 양분됐다. 일부는 하루아침에 돈이 휴지 조각이 된 투자자의 행동에 공감하지만, 그가 엄연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테라 투자자는 약 25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챈서스는 권 대표가 코인 폭락 사태에 관해 공개적으로 의사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비난했다.
권 대표는 테라 코인 폭락으로 자신과 회사 모두 어떠한 돈도 벌지 못했다고 말한다.
'암호화폐의 95%는 망할 것'
지난 21일 경찰은 테라폼랩스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증권·금융범죄 합동조사단(합수단)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2020년 실패로 돌아간 또 다른 암호화폐인 베이시스 캐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테라 폭락하기 일주일 전, 암호화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인의) 95%가 망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코인이 무너지기 직전에는 약 1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 계정에 "나는 혼란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인이 폭락하자 여러 개의 트윗을 통해 테라 구조 계획을 밝히며 테라 투자자들에게 "잘 버티"고 "힘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그는 테라 구조 계획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며 "내 발명품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져온 고통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후 권 대표는 테라 코인과 루나 코인을 부활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논란에 부딪혔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저명한 인사들은 그의 계획을 비판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기대 섞인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지코인을 만든 빌리 마커스도 트위터를 통해 "(권 대표에게 전하는) 내 조언은 기존 희생자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업계를 떠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는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BBC 코리아 추가 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