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섹슈얼: 무성애 아닌 '반(半)성애'는 과연 '진짜'일까?

사진 출처, Sounds fake but okay podcast
- 기자, 제시카 클레인
- 기자, BBC 워크라이프
올 초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 주지사의 딸인 미카엘라 케네디-쿠오모가 자신이 '반성애자(demisexual)' 라고 밝혔을 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반(半)성애, 즉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한 상대에게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건 대체 뭐냐며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성애를 '진짜'라고 인정해주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렇듯 반성애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개념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섹슈얼리티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일부 사람들을 설명하는 섹슈얼리티의 한 종류다.
무(無)성애의 스펙트럼에 속하는 이 반성애를 단순히 '누군가와 성관계를 갖기 전에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길 기다리는 것'이라고는 표현할 수 없다. 오히려 '바로 그 상대에게 성적인 끌림이 느껴질 때까지, 그런 종류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때까지 무성애로 있는 경험'이라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이다.
무성애 스펙트럼에 해당하지 않는 유(有)성애자들에게는 깊은 정신적 유대감을 형성한 후 육체적인 성관계를 갖는 것은 선호나 취향에 가깝다. 성욕을 느끼는 것과 꼭 상관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팟캐스트 '거짓같이 들리지만 괜찮아(Sounds Fake But Okay)'의 공동 제작자인 카일라 카지카(24)는 케네디-쿠오모의 고백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 팟캐스트에서 무성애자로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라 코스텔로와 카지카는 무성애자 스펙트럼에서의 사랑, 관계, 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케네디-쿠오모의 고백은 반성애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였으며, "반성애에 대한 더 많은 담론"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카지카의 설명이다.

사진 출처, Elle Rose
그러나 반면에 이렇게 대중적으로 담론이 확대되면서 비방과 거짓 정보 또한 확산된 게 사실이다. 카지카는 "분명히 ('반성애'라는) 단어가 이제 더 자주 쓰이고 더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개념은 아직 생소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전히 반성애를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느끼기 전까지 상대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 건 반성애가 아니라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반성애자라는 사람에게 '모두가 다 그렇지 않아?'라고 되묻는다.
이에 대해 카지카는 "잘못된 인식을 타파"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지카처럼 자신을 반성애자로 정의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주제를 함께 공유하고 의논하는 사람들은 현재 반성애를 명확히 정의 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이 붙여진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이 여전히 헛갈리는 정의를 지닌 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는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의 연구는 분명 변화를 끌어냈다. 지난 몇 년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디스코드(인스턴트 메신저 앱) 등 여러 SNS 플랫폼에서는 반성애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무성애 스펙트럼에 있는 단체들에서도 반성애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추세다.
'오랫동안 '반성애'라는 용어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어요'
종종 2006년 '무성애자 가시성과 교육 네트워크(AVEN)'에 올라온 게시물을 무성애 용어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무성애에 대한 각종 논문을 저술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록 대학의 앤서니 보가트 인간-섹슈얼리티학 교수는 "AVEN 사이트와 무성애 지지자들이 가장 먼저 '반성애'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학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AVEN 사이트에서는 무성애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이전까지 자신을 무성애자로 지칭한 사람들이 성적 끌림을 느끼기 위해선 독특한 상황과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가트 교수는 "AVEN 사이트에는 각기 다른 정체성과 변화를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는 문화가 전통적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무성애 스펙트럼의 각기 다른 양상을 구분하고 찾아내면서 무성애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그러나 반성애보다는 무성애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더 활발하다. 부분적으로 이는 비(非) 무성애자들에게는 무성애가 반성애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지카는 무성애자들은 "성적인 끌림을 거의 경험하지 않거나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면서 "비교적 간단명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성애에 대한 개념에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할 때는 제외하고"라는 추가 설명이 붙으면 유성애자들은 머리를 긁적거리게 될 수 있다.
한편 미국 인디애나주에 사는 엘 로즈(28)는 몇 년 전 친구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설명한 이후부터 자신을 반성애자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친구가 제 설명을 듣더니 '로즈, 지금 네가 설명하는 건 반성애에 해당하는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오랫동안 그 용어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로즈는 공개적으로 반성애자임을 밝히면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종종 반성애자가 아닌 '범(汎)성애자'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범성애자란 상대방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성애를 느끼는 사람을 뜻한다.
'드디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대변할 수 있게 된 것'
로즈는 반성애를 무시하는 미국 내 문화의 원인을 '순결 문화'로 본다고 했다. '순결 문화'란 여성들이 미디어에서 성적 대상으로 묘사됨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이유 등으로 결혼 상대자를 위해 순결을 지킬 것을 기대하는 문화를 뜻한다.
개념적으로만 본다면 이러한 순결 문화는 파트너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때까지 성관계를 자제한다는 측면에서 반성애와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궁극적으로 선호의 영역일 뿐이다. 반성애자와는 다르다.
이러한 사회적 이해 부족은 종종 외로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에 사는 카이로 케네디(33)는 "또래들과 같은 식으로 타인에게 성적 끌림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망가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저만의 말 못할 큰 비밀이 된 거죠.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케네디는 불과 몇 년 전 자신의 섹슈얼리티에도 이름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이때 "알게 돼 좋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던 케네디는 실제 반성애자인 사람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한다.
AVEN 사이트에는 "이건 난데?"라고 느낄만한 글은 많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구나"라고 충분히 느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케네디는 이 틈을 메우기로 결심해 '데미섹슈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다른 여러 반성애자들이 케네디에게 연락해왔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미국과 유럽인이 많았다고 한다.
"정말 많은 사람이 제게 공감했습니다. 놀라웠어요."
한편 하와이에서 섹슈얼리티를 연구하는 자넷 브리토 치료사는 "이러한 용어가 SNS로 더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브리토 박사는 "반성애라는 용어가 사람들이 오랫동안 느끼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처음 이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브리토 박사는 반성애는 나이와 상관없지만, 반성애를 고백한 고객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초반 고객들은 SNS에 더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SNS에선 섹슈얼리티의 스펙트럼에 대한 토론이 더 용인되는 분위기이죠."
이러한 SNS에 대한 노출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받고 입증할 수 있게 됐다. 브리토 박사는 "SNS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과거 전혀 몰랐던 수많은 목소리를 듣게 됐다"며 "드디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대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헬싱키 외곽에 사는 클라우스 로버츠(30) 또한 인터넷 덕에 5년 전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핀란드는 이러한 논의에 대해 조금 뒤처진 부분이 있습니다. 작은 나라거든요."
로버츠는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의해왔으나, 여러 LGBTQ+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반성애자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용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용어를 통해서 저를 더 잘 이해할 겁니다."

사진 출처, Cairo Kennedy
'섹슈얼리티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는 것'
주류 미디어가 다양한 성적 지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때면 온라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카지카와 코스텔로는 미국 미시간 대학 학부생 시절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엔 오직 가까운 친구들만이 이 둘을 응원하기 위해 청취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다양한 영어권 국가 및 유럽의 청취자들이 이들을 찾는다. 카지카는 그 규모를 매주 7000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무성애자들만이 이 팟캐스트를 청취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성애자들의 부모, 파트너, 친구들 또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최다 청취율을 기록한 에피소드는 '무성애 개론(Asexuality 101)'인데요, 사람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밝힌 후 친구나 가족들에게 해당 에피소드의 링크를 보낸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에게 무성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하며, 그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하려고 말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반성애자들이 데이트와 같은 부분에서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지카는 데이트앱이 만들어지면서 반성애자들의 데이트가 더 쉬워졌다고 한다. 자신의 프로필에 섹슈얼리티를 기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칫 첫 데이트에 무거운 대화가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데이트는 좀 가벼워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않을래? 반성애에 대해서 내가 좀 알려줘야 할 수도 있어. 워낙 다들 잘 몰라서 말이야'라고 말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거죠."
보가트 교수는 전반적으로 "넓은 측면의 무성애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여러 변화와 다양성"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배워나가야 성소수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에 더해 담론과 교육은 전체적으로 "섹슈얼리티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