셴쯔: 중국 미투운동의 상징, 3년 만에 패소...'끝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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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자오인 펑, 테사 웡
- 기자, BBC News, 싱가포르, 워싱턴
셴쯔(가명)는 진이 빠진 듯했다. 그는 BBC와 통화에서 "죄송해요. 30분 동안 계속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셴쯔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인을 상대로 제기한 성추행 소송의 판결이 있었다. 2018년 소송을 시작한 직후, 셴쯔는 당시 중국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소송 후 3년, 현재 셴쯔는 막다른 길에 왔다. 중국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그의 소송을 기각했다.
BBC와 인터뷰 전, 셴쯔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과 연락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셴쯔는 웨이보 팔로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셴쯔는 판결 직후 웨이보에서 차단됐다. 공개적으로 셴쯔를 응원했던 지지자도 웨이보에서 차단됐다.
셴쯔는 더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없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의 웨이보 계정이 계속 정지되고 있어요. 제가 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요. 저는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기회를 놓쳤어요.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서로 차단되고 있어요"
거세진 탄압
2018년 중국에서 미투운동이 확산하던 때, 셴쯔(본명: 저우샤오쉬안)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혔다.
셴쯔는 2014년 중국 국영방송 CCTV 진행자인 주쥔을 분장실에서 인터뷰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3000자 분량의 글에 폭로했다. 이는 곧 중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셴쯔는 21살의 인턴이었고, 주쥔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방송인으로, 매년 설 특집 프로그램 '춘제완후이'를 20년 가까이 진행한 방송계 거물이다.
셴쯔는 자신은 주쥔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가 50분 동안 계속 더듬고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분장실에 다른 방송 관계자들이 드나들어 그의 추행이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셴쯔는 공포와 수치심으로 얼어붙어 이들에게 상황을 알릴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셴쯔는 그가 한 관계자와 대화를 하는 사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분장실을 나왔고, 그제서야 "천천히 제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신문방송학과 학생이던 셴쯔는 당시 "주쥔을 불쾌하게 하면 학업에도 영향이 미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감히 맞설 용기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주쥔은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계속 부인해 왔다. 또 자신을 모함하는 것이며 "엄청난 모욕"을 견뎌왔다고 주장했다.
셴쯔는 사건 이튿날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중국 공안으로부터 들은 답볍은 주쥔이 상징적인 인물이며, 사회적 이미지에 흠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이 일을 덮어두라는 것이었다.
결국 셴쯔는 중국 내 본격적인 미투 운동이 시작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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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주쥔이 셴쯔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더 주목을 받았다. 셴쯔는 주쥔을 성추행이 아닌 "인격적 권리 침해" 조항을 근거로 고소했다. 당시에는 성희롱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나 내용을 규정한 법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송을 시작한 후 셴쯔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셴쯔는 18세 때 영화연출을 공부하러 베이징에 왔고, 사건 당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던 중이었다.
사건 이후 셴쯔는 일을 그만뒀고, 지난 3년간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번 돈과 비정기적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셴쯔는 법정 싸움을 이어가며,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활동도 해 왔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3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셴쯔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다. 당국은 그가 웨이보의 토론에 참여하거나 포스팅을 하지 못하게 차단했다. 이와함께 중국에서 미투로 상징되는 쌀(미)과 토끼(투) 단어도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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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셴쯔는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폭로글을 돌려 웨이보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정도 곧 차단됐다.
셴쯔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일부 블로거들은 셴쯔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논란을 일으키기 위해 "외국 세력과 결탁했다"며 그를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서구 세력이 미투 운동을 이용해 "중국 사회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소송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셴쯔에 따르면, 중국 법원은 이 사건을 성폭력 소송으로 분류해 달라는 셴쯔의 요청을 기각했다.
셴쯔는 또한 법원이 재판 중 자신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고, 분장실 외부의 CCTV영상과 주쥔을 만난 사진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4년, 셴쯔는 주쥔을 만난 당일 입은 원피스를 증거로 제출했다. 초기 검사에서 그의 DNA는 발견돼지 않았다. 셴쯔가 추가 조사를 요청하자, 법원 측은 원피스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셴쯔는 법원으로부터 주쥔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예일대 로스쿨의 중국 법률 전문가 다리우스 롱가리노는 BBC에 법원의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법원의 결정 뒤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믿는다.
셴쯔는 또 주쥔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했다. 2018년 8월 주쥔은 셴쯔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65만위안(약 1억19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BC는 주쥔과 그의 변호사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은 셴쯔에게 타격을 가했다. 지난 주 그의 지지자들이 공유한 영상에는 셴쯔가 베이징의 하이뎬 지방인민법원을 떠난 직후 지지자들과 대화하며 절망한 듯한 모습이 담겼다.
"사건 당시 저는 21살이었는데 이젠 28살이에요. 너무 지쳤어요. 앞으로 3년 더 싸울 용기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셴쯔는 요즘 자신이 다시 커리어를 재개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또 미투 활동가 동료들, 가족, 남자 친구는 그에게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뒷받침이 되어 줬다.
셴쯔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유 방법은 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화가 곧 치유"라고 말한다.
셴쯔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들을 정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왜 나를 무너뜨리려 하죠"라고 반문했다.
무거운 중압감
최근 셴쯔의 사건 외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다.
앞서 이달, 중국 검찰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직원이 출장지서 술에 취한 거래처 직원을 성폭행한 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지만,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건이 알려졌고, 결국 남성은 알리바바에서 해고됐다.
그간 중국에서 실제 성폭력 사건이 법정까지 간 사레는 매우 드물다.
또한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법원의 증거 재택 기준이 까다롭고, 피해자에게 동영상이나 사진 등의 증거를 직접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일부 피해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직접 밝힌다. 고용주나 법원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대 로스쿨 아론 할레구아 연구원은 "피해자들은 대중에게 알리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느끼는데, 이는 법 제도가 이들의 고소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며 "피해자가 직접 웨이보에 피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순간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에 처한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 이러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은 상당 수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해 성희롱 행위를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올 1월 시행된 민법 제1010조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고, 기관이나 조직은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난해 입법 당시만 해도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성추행이나 성폭행 피해자들의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롱가리노는 중국의 법 제도가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들이 나서서 싸우는 것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고, 이는 곧 의욕을 상실시킨다"고 말했다.
할레구아는 고용주들이 성폭력 문제를 간과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좀 더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피해자들이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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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버틴다'
활동가들은 셴쯔의 판결이 중국의 미투 운동에 명백한 퇴보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이 법정 소송에서 겪는 쓰디쓴 현실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활동가 리앙샤오원은 BBC에 위챗에 있는 300명 회원의 페미니스트 그룹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회원들은 채팅방에 글을 남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는 볼 수 없었다. 리앙은 "당신은 고립돼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죠"라고 말했다.
일부는 소셜미디어 규제를 피할 방법을 찾고 있다. 셴쯔의 재판 후 지지자들은 '로즈 컬러드 유'라는 곡을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있다. 이 곡의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당신은 지친 것 같지만 멈추지 않네요. 나는 당신이 이 시대에 한 일을 기억할 거예요. 당신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었어요."
셴쯔 사건이 주는 희망은 바로 중국 내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루핀은 "미투가 중요한 이유는 저항하는 힘 때문"이라며 "이는 지금도 중국에서 외치고 있는, 몇 안 되는 의미 있는 목소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것은 중국 여성들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사라질 수 없습니다."
셴쯔는 자신의 소송이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진보"를 이뤘다고 생각하며, 현재 항소를 준비하는 중이다.
셴쯔는 "우리는 함께 버팁니다. 어느 정도는 이미 승리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싸움이 노력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