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간호사의 카메라'에 담긴 코로나19 응급실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응급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비롯해 여러 환자가 가장 먼저 거쳐 가는 입구 같은 곳이다. 매일 삶과 죽음이 나뉘는 장소이기도 하다.

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응급실의 상황 역시 숨 가쁘게 돌아간 지 오래다. 장기화된 과노동으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끝나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 기록자가 있다.

바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강용 씨다. 코로나 시대, 그의 렌즈에 포착된 응급실 광경은 어떠했을까.

"4차 대유행 이후에는 손 사진을 많이 찍게 되더라고요."

지난달 2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코로나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응급실 의료진들의 손이 쉴 틈이 없다고 했다

기관삽관을 하는 손, 인공호흡기나 약을 주고 있는 손, 심전도 확인이나 채혈을 하는 손 등 요즘은 손 사진이 부쩍 늘었다.

이 간호사는 의료진들의 장갑을 벗겨보면 땀이 흥건하다고 했다. 손은 땀에 불어 주름투성이다.

"젖은 손 때문에 장갑을 갈이끼우는 일도 쉽지 않아요. 재빠르게 장갑을 갈아끼워야 하는데 땀 때문에 자꾸 찢어져서 그 위에 장갑을 덧대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기록자'가 되기로 한 이유

이 간호사는 코로나가 한국에서 첫 확산하던 지난해 3월부터 일터인 응급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렌즈에 담고 있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만 1000장이 넘는다.

그는 사진 일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사진 찍는 간호사'에 올리고 있다.

밖에 있으면 알지 못하는 응급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대구발 감염으로 난리가 났을 때 저는 문경 생활 치료센터로 파견을 나갔어요. 봄날이라 밖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는데, 센터에서는 땀이 가득한 현장이었어요. 너무 대조적이란 생각에 이걸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게 됐어요."

확진자가 두 달 가까이 네자릿수를 기록하는 요즘 응급실은 대기 환자로 넘쳐난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동시간대 재원 환자 수가 많을 때는 80~90명 선이다. 이미 병동이 가득 찬 상황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응급실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오는 이들도 많다. 심각한 환자들도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도 꽤 된다. 사람은 많은데 공간은 한정돼 있으니 응급실은 늘 붐빈다.

이 간호사는 "환자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데, 환자들은 계속 늘어나니까 업무 강도는 계속 세지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환자들의 민원을 상대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정말 뚜렷한 현상이 있지 않은 이상, 지금 상황에서는 침대를 배정해드리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급한데 계속 기다려야 하고, 침대도 배정 안 해주니까 화가 나시는 거죠. 환자도 봐야 하는데 이걸 다 응대해야 하니까 저희 간호사들은 더 지치는 거예요."

'피, 땀, 눈물'이 얼룩진 코로나19 응급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간호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누군가의 죽음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 상황이다.

음압실이 부족하다보니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급히 자리를 빼고 다른 환자를 받는 '턴오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보호자들이 펑펑 울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신 환자 몸에서) 장치를 빨리 빼내고 유가족들에게 장례 절차 이야기를 서둘러 꺼내요. 이 환자를 얼른 보내고 다른 환자를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야 남은 분들을 살리니까요. 그게 제 일이 됐다는 게 저에겐 너무 딜레마예요."

응급실 한 쪽에서는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 하나 더 생겼다. 세상을 떠났어도 응급실에 남겨진 고인들의 침대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경우,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장례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 코로나 반응에 따라 장례 절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체를 1차로 수습하는 것도 간호사들의 몫이다.

"증상이 있으셨던 분들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서 받아주지를 않아요. 응급실 저 구석에 아무도 쓰지 않는 창고 같은 방이 있어요. 거기에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분들이 계시는겁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또 몰려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현실'

이 간호사는 코로나 시국에서 간호사들이 '소모품'으로 여겨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올해 1월 1일부로 식당에서 밥을 먹은 횟수가 단 한번도 없다. 사정은 다른 응급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8~10시간 근무하는 동안 물과 커피만 마시는 정도다. 바삐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동료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6년째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 간호사는 "4차 대유행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의료진이 감염 상황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부분도 우려했다. 방역 등이 갖춰진 병동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수백 명의 불특정 다수를 보는 것은 위험도에 있어 차이가 크다는 것.

자신이 봤던 환자가 나중에 확진자라는 판명이 나면 가족들과 다른 환자들 생각이 자주 난다. 하지만 응급실 의료진에게는 일반인과 동일한 방역 수칙 적용이 안 된다.

"일반인들은 확진자와 일정이나 동선이 겹치면 자가격리에 들어가요. 저희는 구체적인 조치 없이 알아서 조심해야 돼요.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은 저희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동선 파악이나 후속 조치가 좀 더 잘 짜였으면 해요. 다른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저희도 위험해지니까요."

이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지만, 응급실에 추가로 주어진 위험수당은 없었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받는 지원도 없었다.

"코로나에 노출돼 일하지만 이렇게 일한지 1년이 지나다보니까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해요. 우리 간호사들을 너무 소모품처럼 여긴다고 느껴져요"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3월 보건의료인력 4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결과, '육체적으로 지쳤다'고 답한 경우가 69.6%였다.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응답도 65%에 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건노조는 9월 2일 총 파업을 예고했다. 1년 반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의료직 종사자들이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정부는 노조와 협의를 지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루었으나 양측이 생각한 합의의 구체적인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는 게 정부가 밝힌 이유다.

모두가 지치는 상황이지만, 그는 '응급실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가장 좋아한다는 사진이 그 이유를 잘 알려준다.

그는 땀에 흠뻑 젖은 의료진들이 한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진을 내밀었다.

"응급실은 절대 혼자 일을 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다 다른 타이틀과 위치, 전문 영역을 지닌 의료진들이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다 달려들어 각자의 일을 하는 모습. 그걸 보면 희열이 느껴져요."

이 간호사는 자신의 사진이 의료진의 진심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간호사로서, 그리고 사진작가로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저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응급실에 오셔서 기다리는 일이 있으시더라도 조금만 이해해 주시겠어요? 제 사진을 통해 저희가 노력하고 있다는 게 전달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