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장애인 인플루언서' 영향력… 비즈니스 생태계 흔들까

사진 출처, Tess Daly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홍보하는 브랜드를 진심으로 믿어야 하죠."
2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지닌 32세의 장애인 인플루언서 테스 달리의 조언이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달리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여러 뷰티 브랜드를 위한 SNS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했다.
테스는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게 여전히 어색하지만, 자라면서 지금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장애인이 저를 통해 장애를 포용할 뿐만 아니라 메이크업에 대한 사랑을 추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사진 출처, Tess Daly
테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영국이 봉쇄된 지난해 초부터 에이전트 마틴 시블리와 함께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퍼플 고트(Purple Goat)'를 통해 인플루언서 활동을 이어왔다.
마찬가지로 척수성 근위축증을 가지고 태어난 마틴은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에이전시를 시작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장애인 인플루언서를 통해 장애인 소비자를 끌어들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진정한 포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며 "이 모델은 양 측이 모두 승리하는 '윈-윈(win-win)'"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퍼플 고트가 지금껏 75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들과 일했지만, 전속 계약을 맺고 모델을 제공하는 식이 아닌 캠페인마다 고객과 소통하며 적합한 인플루언서를 찾아주는 에이전시라고 말했다.
뛰어들다
영국 내 장애인 수는 약 141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소비력 또한 그 숫자만큼 엄청나다.
장애인 자선 단체 '스코프(Scope)'에 따르면 소위 "보라색 파운드" 시장은 매년 2730억파운드(약 428조3500억원)의 가치가 있다.
장애인은 영국 인구의 22%를 차지하지만, 지금껏 광고에선 잘 볼 수 없었다.
최신 수치는 구하기 어렵지만, 2016년 로이드 뱅킹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출연하는 광고는 전체 광고에 0.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Martyn Sibley
마틴이 퍼플 고트를 창립한 동기도 이것이었다. 그는 광고와 마케팅의 세계가 점점 더 사회적인 측면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분적으로 향상됐다고 믿는다"며 "브랜드는 과거 장애 요소를 잘못 활용할까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당할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테스는 이제 SNS 인플루언서가 본업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업이었지만, 2020년 말에 본격적으로 전업 인플루언서의 길로 뛰어들었고, 에이전트와 함께 일을 한다.
테스는 다만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인플루언서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 노력
런던에 본사를 둔 럭셔리 신발 브랜드 '커트 가이거(Kurt Geiger)'는 북아일랜드의 유명 장애인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베르나데트 하간스를 모델로 선정했다.
커트 가이거의 CEO 닐 클리포드는 결국 대중의 인식 변화가 장애인 모델을 늘리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SNS 열풍은 이전에는 대중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줬다. 이들은 정당하게 그들의 모습을 비치고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대중들은 기업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활용하기를 원하고, 실제 많은 브랜드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요크에 사는 26세 피파 스테이시는 자선 단체에서 일하며 자신의 만성 질환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한다.
피파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도 알려진 근육류마티즘뇌척수염(ME)을 앓고 있다.
피파 역시 퍼플 고트와 함께 테스코,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브랜드의 SNS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단순히 많이 판매하기 위한 일이 아니다. 기업이 가진 브랜드와 가치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에는 포용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파는 또 대형 브랜드의 포용성을 위한 노력이 비판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장애인 인플루언서와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시간을 투자해 플랫폼과 대중을 이해한다면 의식 있고 가장 효과적인 캠페인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듣고 찾아내다
크랜필드 경영대학원 디지털 마케팅을 가르치는 앤마리 한론 박사는 진정성이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성 없는 브랜드는 "실체가 없는 껍데기일 뿐"이라며 "온라인 세계에서 소비자는 확인, 검증, 확정이 불과 몇 분 만에 모두 이뤄진다. 자신의 브랜드에 있어 진실하고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Pippa Stacey
한론 박사는 "장애인 인플루언서의 브랜드 홍보가 의미가 있으려면 브랜드와 연관성이 필요하다"며 "기업 내에 장애인의 삶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더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케이시는 이사회 수준에서 장애인의 요구를 추진하도록 장려하는 세계적인 이니셔티브 '밸류블 500(Valuable 500)'의 창립자다.
캐롤라인은 시대가 변하고 있으며,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객의 말을 경청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는 것이 상업적인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장애인의 소비력을 언급하며 "브랜드는 이제 8조달러(약 8863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혁신, 성장, 그리고 인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은 또 이러한 방향이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넘어 시장을 확장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모델과 인플루언서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지비디 매니지먼트의 로라 존슨 공동 설립자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지비디 매니지먼트는 커트 가이거와 함께 일한 베르나데트 하간스와 명품 브랜드 구찌의 뷰티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의 주인공이자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모델 앨리 골드스타인을 관리한다.
로라는 새로운 시장을 노리고 장애인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려는 브랜드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로라는 "한때 브랜드는 마케팅의 일부로 장애인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는 것이 명목상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단순히 상업적으로 보더라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