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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토론, 트럼프와 해리스 중 승자는?
- 기자, 앤토니 저커
- 기자, BBC 북미 특파원
- Reporting from, 미국 필라델피아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미국 대선 후보가 10일(현지시간) 밤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시작 전 악수를 했을지는 몰라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진 못한 듯하다.
치열했던 90분간의 토론에서 해리스는 개인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며 트럼프가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기대를 모았던 이번 토론회의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해리스는 트럼프 집회에 모인 군중 규모,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당시 트럼프의 행동, 이후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 인사로 변신한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번번이 트럼프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번 토론은 트럼프가 과거 행적과 발언에 대해 장황하게 방어하도록 해리스가 유도하는 패턴으로 진행됐다. 이에 트럼프는 기꺼이 응했고, 가끔 목소리를 높이거나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이민자 문제와 관련한 질문 중 해리스는 “미국인들이 트럼프 집회에 한번 가봐야 한다”고 했다. 집회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사람들이 피곤함과 지루함에 행사장을 일찍 떠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분명 트럼프를 뒤흔들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요 강점 중 하나인 분명한 이민 이슈에 대한 답변 시간을 자신의 집회 군중 규모를 옹호하고 해리스의 집회에 모인 군중은 턱없이 적다고 말하는 데 대부분 할애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지역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이웃의 동물을 훔쳐 먹었다는, 이후 거짓으로 밝혀진 이러한 주장에 대해 더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어느 후보가 강점인 이슈를 잘 활용하고, 약점인 이슈는 피하거나 방어하는 방식으로 토론의 승패가 갈린다고 한다면, 이날 밤은 해리스에게 유리한 모습이었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CNN이 짧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의 토론 성적이 더 높다고 보는 의견이 높았으며, 베팅 플랫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해리스가 트럼프를 방어적인 태세로 몰아넣는 전략은 경제와 낙태 문제를 다룬 이날 초반부터 두드러졌다.
여러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미국인이 해리스 또한 핵심 일원인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대응 방식에 불만이 있다.
그러나 해리스는 이러한 경제 이슈를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 제안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의 판매세’라는 이름을 붙인 그는 논란이 된 보수 제언집 ‘프로젝트 2025’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2025’와 거리를 두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이 재임 시절 부과한 관세 정책 중 다수를 유지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관세 계획을 두둔했다. 이는 타당한 지적이었으나, 대신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물가에 대해 해리스를 더욱더 집중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한편 낙태 이슈의 경우, 트럼프는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미국인들이 ‘로 대 웨이드’ 낙태 보호법 판례가 대법원에서 뒤집히길 원했다는 발언으로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여론 조사 결과와는 다른 주장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자 애썼으며, 때로는 횡설수설 답변하기도 했다.
한편 해리스는 해당 이슈가 거론되자 심각한 임신 합병증에 시달리지만 주법상 낙태가 금지돼 임신을 중지할 수 없는 사례 등을 언급하며 열정적이고 개인적으로 호소했다. 해리스는 이러한 주를 “트럼프의 낙태 금지” 주라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마무리했다.
이는 트럼프에 비해 해리스가 두 자릿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낙태 이슈에서 정말 잘 조율된 메시지였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해리스는 거듭 트럼프가 무시할 수도 있었으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느낄만한 날카로운 말을 던지며 트럼프를 방어적인 태세로 몰아넣었다.
토론 중간, 해리스는 과거 실패로 끝난 2019년 대선 이후 입장을 바꾼 셰일가스 추출 공법인 프래킹(수압파쇄) 금지와 같은 이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해리스는 의도적인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이번에는 자신은 부유한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미끼를 물었다. 분명히 약점이기에 해리스가 프레킹 금지에 대해 의견을 바꾼 것일 테지만, 바로 이 점을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극히 작은” 돈에 관해 이야기하며 답변을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해리스의 또 다른 약점으로 손꼽히는 아프가니스탄 철수의 경우, 해리스는 대화 주제를 트럼프가 탈레반 관료들과 협상하고, 이들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던 일로 전환했다.
이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됐고,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편 공화당 측에서는 이번 토론 주관사인 ABC 방송의 사회자인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가 해리스에게 편파적이었다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이 두 사회자 모두 특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여러 차례 반박을 하거나, 사실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날 토론의 핵심은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물려는 트럼프의 반응과 열의였다.
그리고 이는 두 후보의 얼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가 발언할 때마다 해리스는 세심히 계획한 듯한, 황당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의 경우 노려보는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해리스 측은 해리스가 또 다른 토론에 응할지 여부에 대한 발언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이 끝나자마자 해리스 측에서는 11월 대선 전, 2번째 토론회를 열자고 나섰다.
이것만으로도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이날 토론에서 해리스가 얼마나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