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저해'… 미 법무부, 애플에 반독점 소송 제기

동영상 설명, 미 법무부는 애플사가 아이폰을 보호하고자 '장벽을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 기자, 번드 데부스먼 주니어, 나탈리 셔먼
    • 기자, BBC News, 워싱턴

미국 법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거대 테크 기업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고 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념비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아이폰 내 앱 스토어에 대한 통제권을 남용해 고객과 앱 개발자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걸어 잠그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아울러 애플사가 위협이 될 수 있는 앱은 차단하고, 경쟁업체 앱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부인하는 한편 소송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가 16개 주의 법무장관과 함께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제기한 이번 소송은 지금껏 애플이 직면한 가장 큰 법적 도전이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은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불만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피하고 막아내고 있었다.

법무부는 애플이 “이리저리 규칙을 바꾸고”, 자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제한하면서 애플의 이익은 커지는 한편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은 커졌으며, 혁신은 억제됐다고 주장했다.

제소 소식을 전하는 기자 회견에서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애플은 계속 제품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방법 대신 연방 독점규제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힘을 유지해왔다”고 비난했다.

“기업들의 위법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됩니다.”

88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소장에선 애플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5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법무부는 애플이 고객들이 아이폰을 계속 고집할 요인이 사라질까 우려해 자사의 앱 검토 프로세스를 이용해 소위 ‘슈퍼 앱’과 스트리밍 앱의 개발을 방해했다고 봤다.

또한 애플이 아이폰을 타사의 스마트 워치와 연결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은행 및 기타 금융 기업들이 자사의 탭투페이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애플페이 수수료로 수십억달러를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소장에선 애플이 타사 휴대전화로 보낸 메시지인 경우 파란색이 아닌 녹색 대화창으로 표시되게 하고, 아이폰 사용자 간 대화가 아니면 영상 및 몇몇 기능은 온전히 사용할 수 없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애플의 정책이 “사회적 낙인”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애플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애플 측은 소비자들이 자사에 충성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제품에 만족하기 때문이며, 미국 법상 기업은 사업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맞섰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대한 우려 사안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했다.

앞서 애플은 법원에 해당 소송의 기각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 이미 예측된 바였다.

애플은 “우리는 이 소송이 사실관계 및 법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이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반독점 담당 부서에 있었으며, 현재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빌 베어는 이번 소송에 대해 결국 동기의 문제라고 봤다.

베어 연구원은 “반독점법 조항과 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됐을 때 경쟁을 저해하고, 자신들의 독점적인 힘을 강화하는 목적 외엔 정당화될 수 없는 비즈니스적 행위를 할 경우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애플이 2009년 들어 미국 정부로부터 당한 3번째 법적 조치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에선 처음으로 휘말리게 된 반독점 소송이다.

만약 법원이 이번 소송에서 정부 편을 들 경우, 애플은 현재의 계약 및 관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회사가 해체될 수도 있다.

한편 시장이 이번 법적 분쟁의 잠재적 영향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애플의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

소송이 법적 절차대로 흘러가는 과정에 따라 실제 변화가 일어나기까진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밴더빌트대학의 레베카 앨런스워스 교수는 법무부가 다른 대형 테크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이어 이번 소송은 “블록버스터”라고 묘사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모두 비슷한 소송에 직면해있다.

앨런스워스 교수는 스마트폰 간 기능을 개선하고, 이러한 기술에 대한 소비자와 다른 기업들의 접근성 향상이야말로 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애플을 여러 단위로 쪼개거나, 사업부 분할을 추진하라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애플은 이번 소송 외에도 iOS 생태계 운영 및 비즈니스 정책에 대한 여러 법적 소송에 직면한 상태다. 우선 온라인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와는 오랜 법적 분쟁 중이다.

지난달엔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18억 유로(약 2조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에 자사 결제 자사 결제 시스템 외의 방법은 사용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애플이 지난 10년간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이러한 모든 제한 조치를 폐지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아낫 알론-백 경영법 교수는 범부부의 이번 소송은 과거 EU가 제기한 법적 문제보다 “훨씬 더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을 통해 부과하는 30%의 수수료만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니라 애플의 불공정한 핵심 관행을 문제 삼고 있다”는 알론-백 교수는 법무부가 행동에 나설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알론-백 교수는 “애플은 자사 생태계에서 체계적으로 경쟁업체들을 배제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수많은 스타트업, 이해 관계자, 소비자 및 개인적으로는 주주들에게도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법무부에 따르면 애플의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돌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은 65%를 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