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토론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양자 TV 토론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이번 토론에서 두 대선 후보는 외교 정책에 관해 긴장감 넘치는 공방을 벌였다.

중국부터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이번 대선 토론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는지 BBC 특파원들이 소개한다.

중간선

토론 중 푸틴에 대한 언급 주목한 크렘린궁

  • 스티브 로젠버그(러시아 에디터), 모스크바

이날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신을 점심으로 먹어 치울 독재자”라고 말했다.

러시아어에는 ‘누군가를 능가하다, 압도한다’는 뜻의 ‘누군가를 점심(혹은 아침 식사) 등으로 먹어 치우다’라는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러시아에서는 마치 맛있는 음식을 탐하듯 자국에 유리한 미국 대선 결과를 탐하는 욕구가 느껴진다.

크렘린궁은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는 점을 (기쁜 마음으로) 주목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나는 전쟁이 멈추길 원한다”고 답했다.

반면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의 “(도덕적으로) 의로운 방어”라고 표현하며 푸틴 대통령이 이제는 “나머지 유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토론 이후, 크렘린궁 측은 이번 토론에서 포착된 모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 짜증이 났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내게 “푸틴 대통령의 이름이 미국 내부 갈등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것이 탐탁지 않으며, 저들이 우리 대통령의 이름을 빼주길 바랍니다.”

지난주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며 해리스의 “전염성 있는 웃음”을 칭찬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 국영 TV 앵커는 푸틴의 발언이 “약간은 아이러니”하다며 분명히 했다.

TV 진행자는 해리스의 정치적 역량을 깎아내리는 한편 차라리 TV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더 나았을 뻔했다고 비꼬았다.

이런 발언을 들으니 궁금해진다.

이 요리 쇼에는 “독재자들”이 미국 대선 후보들을 “점심으로” 먹어 치우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일까…?

중간선

트럼프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우크라이나

  • 닉 비크(유럽 특파원), 키이우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길 바라냐는 이번 토론에서의 질문에 대해 트럼프가 답을 회피했을 때 이곳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놀라지는 않았어도, 만약 트럼프 집권 2기가 들어선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더욱더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끝날 수 있다고 줄곧 자랑해왔다. 이에 대해 다수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등의 무척 불리한 조건의 협상을 강요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해리스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안심했을 것이다. 미국이 확고히 지지한다는 현 행정부의 입장을 바꿀 조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자신이 이번 전면전 시작 며칠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중요한 첩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하며, 이미 이번 전쟁에서 자신이 수행한 역할에 대한 공로를 주장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계속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는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푸틴이 키이우에 앉아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 공개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현 장관 및 군 고위층은 이번 토론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국 영토에서 실제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데 미국의 비유적인 선거 ‘전투’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다소 완곡하게나마 지금까지 트럼프의 재집권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은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이다.

지난 7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힘든(hard) 일이지만, 우리는 hard(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중간선

트럼프의 탈레반 발언 이후 퍼지는 ‘압둘 밈’

  • 리스 두셋(수석 국제 특파원)

2021년 8월, 미군이 재빨리 마지막으로 남겨둔 병력을 철수하고, 민간인 수천 명을 대피시키며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은 끝이 났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대실패 문제는 이번 토론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놀랍지 않게도 회피되고, 무시되고, 왜곡됐다.

우선 해리스는 “철수 과정에서 당신은 어떤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길 회피했다.

혼란스러운 철수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특파원으로서 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그 운명적인 마지막 몇 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자리에 있었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해리스는 자신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철수 결정에 동의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편 트럼프는 “탈레반의 수장”이며 “여전히 탈레반의 수장”인 “압둘”과 강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을 자랑했다.

아마도 트럼프가 말한 ‘압둘’은 미군 철수 협상에 서명한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라다르는 탈레반의 수장이었던 적이 없으며,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에는 일선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언급에 순식간에 인터넷에는 ‘압둘’과 관련된 밈과 이 이름을 지닌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압둘이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다.

두 후보 모두 탈레반과의 결함 있는 협상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진실은 트럼프 팀이 이 철수 계획을 협상했으며, 바이든 팀이 이를 서둘러 집행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빠져나오고 있었기에” 좋은 협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빠져나오기 좋은 길이란 없다. 그러나 철수 과정은 재앙으로 변했고,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

중간선

중국에게 해리스는 ‘불확실성’

  • 로라 비커(중국 특파원), 베이징

해리스는 이곳 중국 지도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번 토론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그렇다.

중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실적이나 기록이 없는 해리스는 이번 토론 무대에서 21세기 경쟁에서의 승자는 중국이 아닌 미국일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기에 해리스는 중국이 싫어하는 것, 바로 ‘불확실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최근 미국 관료들이 자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초강대국 간 “안정”을 촉구한다고 말한 것도, 아마도 해리스 현 부통령을 향한 메시지일 것이다.

우선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해리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느리고 꾸준한 외교적 접근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서 해리스는 트럼프가 “중국군의 개선과 현대화를 돕고자 미국의 반도체를 중국에 팔았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 60%를 부과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관세에 중국은 보복에 나섰고,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자국 경제를 구하고자 제조업 및 수출에 집중하려는 중국으로선 가장 원치 않는 일이다.

중국 지도부에게 이번 토론은 트럼프 또한 자신들이 싫어하는 또 다른 요소, 즉 ‘예측 불가능성’을 대표한다는 믿음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든,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크게 바뀌리라는 희망은 없다.

중간선

중동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미국 대선

  • 폴 아담스(국제 특파원), 예루살렘

어젯밤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지금까지 밝힌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는 특유의 과장법을 섞어 만약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스라엘은 앞으로 2년 안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덧붙였다.

이곳 중동에서도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이 심화하고, 휴전 협상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는 일부 사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해리스보다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더 호의적이길 바라며,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고 의심한다.

역사가 되풀이될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는 이란에 레이건 후보가 지미 카터 현직 대통령을 이기기 전까지 테헤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이 진행 중인 것일까.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하는 이들은 총리가 휴전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라 본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히 나갈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점을 활용해 어젯밤 해리스가 “이스라엘을 미워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자 지구 전쟁을 멈추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도 실망감을 느끼는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래도 그나마 해리스를 덜 나쁜 선택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신뢰할 만한 중재자가 되리라는 기대를 오래전에 버린 이들이지만, 트럼프와 달리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전념한다는 해리스의 발언에 주목했을 것이다.

중간선

헝가리에서 파장을 일으킨 오르반 총리에 대한 찬사

  • 닉 소프(중부 유럽 특파원), 부다페스트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오르반 총리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로, 사람들은 그를 ‘강한 남자’라고 부릅니다. 그는 터프한 사람이죠. 똑똑하고...”

헝가리 내 친정부 언론사인 ‘마그야르 넴젯’은 “엄청난 인지도!”라는 헤드라인을 붙이며 이 같은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정부에 비판적인 ‘444’ 뉴스는 “그(트럼프)는 전 세계 지도자 이름 하나만 대보라는 질문에 오르반 총리의 이름을 말했다. 세상에. 이게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라는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발언을 인용했다.

과거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한 오르반 총리는 오는 11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강하게 지지한다.

트럼프와 오르반 총리는 올해 2차례 직접 만난 사이다. 오르반 총리가 키이우, 모스크바, 베이징을 연이어 방문한 뒤 지난 7월 12일 플로리다 소재 트럼프의 자택을 찾은 것이다.

오르반 행정부는 트럼프의 승리 및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끝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오르반 행정부의 발라즈 오르반 정책 보좌관은 지난 7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트럼프가 돌아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유럽인 없이 그가 평화를 이룩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