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 세대, 왜 결혼·출산 꺼릴까?

북한 출산 시설과 간호사들

사진 출처, Linda Davidson/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출생률 감소를 막아야 한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개최한 전국 어머니대회에서 “출생률 감소를 막아야”한다며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저출생 문제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통계청이 추정하는 북한의 올해 합계출산율은 1.79명이다. 한국 출산율의 두 배가 넘지만, 북한이 저소득국가임을 고려하면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과연 북한 주민들, 특히 젊은 세대는 “출생률 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할까? 아니면 한국의 젊은 세대처럼 결혼·출산 등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을까?

BBC 코리아가 결혼과 출산을 주제로 20대 북한이탈주민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변 보호를 위해 기사에는 요청에 따라 일부 가명을 사용했다.

'25살 넘으면 '노처녀' 손가락질당했는데…'

북한 내 출신 지역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시골 농촌일수록 전통적인 결혼관과 가족관이 남아있지만, 큰 도시일수록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온 강미정 씨(26)는 북한에 있을 때 시골에서 살았다며 “북한에 있을 땐 그래도 결혼을 안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의무라기보단, 사람이라면 결혼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었죠.”

강 씨는 마을에서 25살이 넘으면 “노처녀”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결혼하고 나서도 아이를 1~2명 낳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며 “불임이 아닌 부부가 애를 안 낳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고 했다.

2011년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는 김일혁 씨(28)도 “그땐 주변에 결혼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대 초·중반이면 결혼을 다 했다”며 “만약 안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가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북중 접경 도시에 살다가 2017년 탈북한 박수현 씨(24)는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옛날처럼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 이런 인식은 많이 사라졌어요. 특히 여자도 군대를 필수로 가게 되면서 그런 것 같아요. 남자는 군대에 가고 (동원돼)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으니까 여자가 돈도 벌고, 아이도 보고, 청소도 다 하다 보니 ‘나 이제 안 할래’ 이런 생각이 든 거죠.”

북한 남성의 군 복무기간은 10년 또는 그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성의 두 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제대 후에도 공장, 광산 등 ‘공식 직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생계를 위한 벌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극심한 경제난 이후 많은 북한 여성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마당(시장)이나 북중 경계 지역 식당 등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강 씨도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진이나 혜산, 회령 등 큰 도시에 갈수록 결혼 안 한 33살, 34살 여성이 꽤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자식이 내 힘듦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이처럼 북한 부부 대부분이 맞벌이하는 상황에서 아이는 누가 볼까.

강 씨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친정이나 시가에 아이를 맡기거나, 돈을 받고 아이를 봐주는 어르신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아이를 맡길 형편이 안 되는 집들은 빈집에 아이를 혼자 두고 밖에 나가기도 해요. 그래서 실종 사건도 종종 있어요. 우리 동네에서도 아이 두 명이 실종됐고요. 제 사촌 동생은 집에 혼자 있다가 비료를 먹었어요.”

강 씨는 “여자들이 굉장히 힘들다”면서도 “북한 아이들은 생활 환경 때문에 한국에 비해 독립심이 강하고 부모 손을 잘 안 타기 때문에 (육아가) 좀 더 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농촌 지역보단 사정이 낫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박씨는 “북한 부모들이 치맛바람이 세다”며 경제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고 토로했다.

사소한 예로 학교 교복의 경우에도 일부 학부모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질 낮은 교복을 입히지 않고 개인 재봉사를 찾아가 고급 옷감을 사용해 따로 교복을 맞춘다는 것이다.

“자식한테 잘해주는 다른 부모들을 보면서, 내 부모는 나한테 못 해줬으니까 내 자식한테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나도 자식한테 잘해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힘듦을 겪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결혼을 잘 안 하려고 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으려는 거예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북한 어린 학생들

사진 출처, KIM WON JIN/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박 씨는 일부 학부모들은 자식에게 지급된 교복을 입히지 않고 개인 재봉사를 찾아가 고급 옷감으로 옷을 짓는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성역할

북한이 저소득국가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BBC 코리아에 “대부분의 저소득국가는 여성의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데,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공교육이 사회 복지 시스템에 포함돼 최소 12년간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사회주의식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여성이 “실질 소득”을 벌어온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여성이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지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 및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적 가부장제가 다소 느슨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학예술 전문가인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여성은 사회적 노동과 사적 노동, 가족의 생계를 모두 짊어져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정 내 성역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 협동과제 '북한주민의 생활세계: 가정, 직장, 학교'에서 북한 소설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온성군 약품관리소를 배경으로 회계원, 약학사 등 전문직 여성들이 가정에서 겪는 갈등을 표현한 소설이다.

"소탈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한 남편은 아침 출근길이 급하면 아이를 안고 탁아소로 달렸다. 아내가 만류하면 '군당부원도 아버지고 남편이겠지. 별소릴 다하누만. 나만 출근시간이 급하고 당신은 급하지 않단 말이오? 괜치 않소.'라고 말한다. 저녁이면 퇴근이 늦은 남편이었지만 간혹 빨리 들어온 날이면 설레발을 치며 아내를 기다리지 않고 저 먼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들어서곤 했다." (김홍균, 2017년 소설 '행복한 사람들')

이 연구위원은 "문학 작품의 경우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비하면 시간 차가 크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기보단 앞으로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문제가 문학으로 다뤄졌다는 얘기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이에 맞춰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 씨도 일부 가정에선 아내가 남편보다 늦게 퇴근하다보니 "남자들이 일 마치고 들어와서 저녁밥 차리고, 애들 씻기고, 숙제시키는 건 대체로 한다"고 했다.

북한, 저출생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북한 저출생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일 외신브리핑에서 북한 저출생 문제가 “북한이 저출산 시대로 들어가는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출산율 변화는 북한의 군사·경제 부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BBC 코리아가 북한 저출생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묻자 “북한 출산율 감소 원인을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취약한 무상보육제도, 젊은 세대들의 인식 변화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경제와 국방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둔화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따라서 다자녀가구에 주택을 우선 배정하고 영양 식품과 학용품 무상 공급 등의 여러 가지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어머니대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이 곧 다름 아닌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씨는 김 위원장이 어머니대회를 열고 이런 언급을 한 것을 두고 “북한 주민을 기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북한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거기에 대고 애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건 애랑 같이 굶어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거든요.”

박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친구 집이 자녀 다섯 명이 있는 가정이라 ‘모성 영웅’ 칭호를 받기 위해 2012년 어머니대회에 필수 참석해야 했지만, 생활이 너무 어려워 경제 사정이 좀 더 나은 지인을 대신 보냈다고 했다.

“북한은 한국처럼 법망이 촘촘하지 않고 부정부패도 심하기 때문에 아무리 김정은이 (결혼과 출산 관련해서) 얘기를 하고 지침을 내린다고 해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에요.”

북한의 경제 사정상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인책이 제한적인 만큼, 낙태를 금지하는 등 징벌적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정 연구실장은 당장은 김 위원장이 통제책이 아닌 인센티브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할수록 낙태가 음성화하고, 여성의 인권이 더욱 악화하는 상황은 역사적으로도 밝혀진 바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한국과 북한 젊은 세대가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한국이 사회적으로 개인의 선택을 훨씬 더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 씨는 한국에 와서도 결혼하거나 출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비슷하긴 한데, 조금 다른 이유 때문이에요. 북한에서는 국가 경제 자체가 어려우니까 아이를 안 낳았다면, 한국에서는 제가 아직 아이를 책임질 능력이 안 되니까…사회의 경쟁이 너무 심해서 아이가 받을 고통이 걱정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