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을 가로질러 흐르는 사랑과 그리움

샨샨과 남자친구의 뒷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 본토 출신의 샨샨과 대만 남자친구는 긴장된 양안 관계에 휘말렸다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BBC 중국 특파원

중국 중부 후난성 창사시 출신의 샨샨(24)은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대만 사람을 만나본 적 없었다.

사실 샨샨은 중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언젠가 통일하겠다고 말하는 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랑에 빠지게 됐다. 온라인에서 비디오게임을 하던 중 대만 출신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몇 시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샨샨은 이 사람이 “친절하고 섬세하다”고 느끼게 됐다.

오는 설에 샨샨의 부모님을 만날 계획을 세우는 등 샨샨과 남자친구 궈동은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지만, 이들의 정부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의 이번 선거를 전쟁 혹은 평화중 하나를 선택하는 갈림길로 묘사한다.

시 주석 집권 아래 중국 당국은 전 세계에 오직 중국만이 언제 어떻게 대만과 통일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대만을 향해 더욱 강경하고 날카로우며 종종 공격적이기까지 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정기적으로 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시 주석은 거듭해서 “평화적인 통일”을 언급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중앙 대만공작판공실’측은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둔 양측은 한 가족”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당국의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될 이들은 사실 해협 건너의 대만인들이 아닌 자국민들이다.

쌍원경으로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남성의 모습

사진 출처, JOYCE LIU/BBC

사진 설명, 중국 푸저우시 핑탄섬과 대만 사이의 거리는 불과 68해리(약 126km)로, 쌍안경으로도 보이는 수준이다

샨샨과 궈둥은 대만의 미래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지닌다.

샨샨은 “궈둥은 현상 유지를 원한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도, 통일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나는 우리 나라의 입장을 지지하며, 언젠가 통일되기 바란다. 우리는 논의할 뿐 논쟁을 벌이진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며, 그렇기에 긍정적으로 진전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샨샨과 궈둥의 관계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을 둘러싼 갈등은 이들 커플에게 매우 실질적인 장애물로 다가왔다.

중국 당국이 2019년 중국 “개인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샨샨은 궈둥의 집이나 궈둥 부모님을 찾아뵐 수 없다. 샨샨은 과연 이 상황이 변하긴 할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궈둥이 샨샨을 만나러 중국 본토에 왔을 때도 상황은 그리 쉽지 않았다.

샨샨은 자신과 궈둥이 같은 언어를 쓰고, 중국 정부가 대만과는 같은 민족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궈둥은 중국 본토에 정착하길 바라는 다른 외국인들과 같은 장애물에 부딪혀야만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우선 이들이 서로 함께 있기 위해서 거쳐야 할 행정 및 서류 작업량이 상당했다. 그리고 그 비용을 지불할 때에도 미리 중국 당국에 등록된 휴대전화에 설치돼 중국 은행 계좌에 연결된 중국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한 QR 코드가 필요했는데, 궈둥에겐 이중 그 무엇도 없었다.

샨샨은 “예를 들어 궈둥이 놀러 와서 티켓을 사거나, 호텔을 예약하거나, 비용을 지불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심지어 관광지에 가거나, 택시를 타거나, 은행에 갈 때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함께 지내다 보니 그저 함께 있기 위해선 여러 제약과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중국-대만 연인이 많으며, 결혼할 때도 지루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기에 이들 커플에겐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양안 관계가 가까워지면 서로가 사는 곳으로 이동하기 더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샨샨 커플에게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정치적 상황은 그야말로 실재하는 현실이다.

한편 대만을 미래 비전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중국 정부의 견해가 그렇다. 중국 국영 언론은 양측의 관계를 빛나는 형제애 및 함께 공유하는 문화유산의 불빛으로 묘사한다.

해안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대만과 가까운 핑탄섬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대만과 통일하겠다는 자국 정부의 다짐을 받아들인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곳은 푸젠성 핑탄섬의 어느 바위 해안이다. 이곳에선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서서 쌍안경을 통해 불과 68해리(약 12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만섬을 바라본다.

많은 관광객들이 수천 km를 거쳐 이곳까지 왔다. 이들은 살을 에는 듯한 1월의 매서운 바람을 견디며 저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안개와 구름에 대만이 잘 보이진 않지만, 이들은 굴하지 않고 줄을 서 돌로 만들어진 아치 기념물 아래서 팔로 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남긴다.

어떤 이들에겐 슬픔을 곱씹게되는 순간이다.

추이 시우원(61)은 대만을 직접 눈으로 살짝 볼 수 있길 바라며 중국 북서부 산시성에서 이곳까지 왔다.

추이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이제 이곳에 왔으니 내 다음 가장 큰 소원은 대만섬이 빨리 모국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오니 그러한 소망과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예전엔 이렇게 강렬히 느끼지 못했죠. 우리 동포들이 해협 너머 서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어요.”

추이는 취재진을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갈등 상황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들려줬다.

“TV에서 대만과 중국에 대한 여러 소식을 보고 접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실제로 보고 싶었죠. 저는 (중국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만을 되찾길 바랍니다. 전쟁을 원치 않아요. 인명피해가 엄청날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어느 젊은 연인은 명품 ‘크리스찬 디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른 채 선글라스를 끼고 안타까운 듯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SNS에 올릴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이곳 핑탄섬에서 실제 일하고 살아가는 주민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들은 배로 불과 몇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대만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전복을 손질하는 어민들의 모습

사진 출처, JOYCE LIU/BBC

사진 설명, 대만과 공유하는 해안을 따라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중국인들은 저 너머 대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지 노동자 수십 명이 작은 항구의 콘크리트 벽에 모여들어 수확을 위해 전복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털실로 된 두건과 작업복 차림의 이들은 바람을 피해 함께 뭉쳐서 일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말을 걸 때조차 이들은 거의 고개를 들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선 계속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만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한 여성 작업자가 칼로 전복을 해체하면서 “나는 (대만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대만에 친구도 친척도 없다”고 말했다.

“대만과 통일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건 나라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우리는 바라는 것도, 희망하는 것도 없어요. 그저 먹고 살기 충분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 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요.”

푸젠성의 주민은 약 4000만 명으로, 현재 대만인들의 다수가 푸젠성 출신 이민자들의 후손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이러한 관계를 대만과의 더 긴밀한 경제 및 사회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거로 사용한다. 푸젠성이 “조국과의 평화적 통일” 모델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의 대만에 대한 “당근과 채찍” 접근법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아니, 최근엔 전함 보여주기와 끌어들이기에 더 가깝다.

대만해협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사진 설명, 대만의 위치

최근 중국 당국은 새로운 항공모함에 푸젠성의 이름을 붙였다. 지난주 중국 당국은 국영 TV를 통해 최초로 중국에서 디자인한 이 군함을 공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을 “세계적인 수준의 군”으로 만들겠다는, 시 주석이 내세운 목표 달성의 일환이다.

이렇듯 현란하게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 외에도 중국이 더 많은 대만인들을 본토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증거도 있다.

이번 주 중국 당국은 더 많은 대만 투자자들을 푸젠성에 유치하며, 대만 주민들이 중국 남동부 지역에서 유학하고, 일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BBC 취재진은 푸젠성 성도 푸저우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대만인이라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임대해준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문 앞엔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으나, 막상 부동산 중개인과 이야기해보니 이러한 임대 계약엔 정부 각 부처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분명한 사실은 양측 모두 경제적으로 서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 무역국이며, 대만의 경제는 대중 수출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식당에서 근무하는 남성의 모습

사진 출처, JOYCE LIU/BBC

사진 설명, 중국은 대만인들이 중국 본토에 와서 생활하고 일하도록 장려하고자 한다

한편 푸저우의 한 골목에서 대만 출신의 리 하오유를 만날 수 있었다. 리는 오토바이를 탄 손님들이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보글보글 끓는 웍에 국수면을 집어넣었다.

리는 장례식장에 일자리를 얻어 7년 전 중국 본토로 오게 됐다. 그러나 이후 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약간 모호하며, 심지어 리 또한 자신이 몇 살인지 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리는 5년간 대만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나, 이제 곧 중국으로의 여행 허가증이 만료되기에 곧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불 위에서 뜨거운 팬을 휘저으며 리는 대만 국수의 맛이 더 담백하다고 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전쟁과 무역 등을 다룬 언론의 헤드라인에도 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리는 오직 이 골목을 다니는 손님들에만 관심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리조차도 자신이 예전에 살던 곳과 지금 사는 곳의 사이가 서로 좋지 않다는 점은 안다.

리는 조심스럽게 그릇에 국수를 담으며 “내 생각에 양쪽 주민들 간 감정은 좋은 것 같다. (다만) 양쪽 정부가 서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리는 “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면서 “양쪽이 두 형제처럼, 마치 가족처럼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선거 이후 양안 관계의 향후 방향은 샨샨의 사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대만의 공식적인 독립을 추진하는 그 어떠한 시도도 갈등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많은 이들은 중국이 지금 당장 눈앞에서 전쟁을 벌이고 싶진 않으리라 본다.

샨샨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관계가 더 좋아지길” 바라는 것뿐이다.

샨샨은 다행히도 남자친구와는 여전히 잘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리가 멀어도 우리는 함께 합니다. 저와 남자친구 모두 함께 미래를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도 감내할 수 있고, 어렵더라도 서로를 지지하고 도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