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제작, 작사까지… K팝의 'AI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세븐틴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멤버 우지(오른쪽에서 3번째)는 인스타그램에서 "세븐틴의 모든 음악은 인간 창작자가 작사 및 작곡합니다"라고 밝혔다.
    • 기자, 메간 로튼
    • 기자, BBC 비즈니스 전문기자

현재 K팝 팬들을 분열시키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이미 그룹 '세븐틴'을 비롯한 여러 유명 스타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가사를 쓴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븐틴은 앨범 누적 판매량 약 1600만 장을 달성하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K팝 그룹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세븐틴이 최근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 ‘마에스트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수록곡의 뮤직비디오엔 AI로 생성한 장면이 등장한다.

서울에서 열린 앨범 발매 행사에서 멤버 우지는 취재진 앞에서 작곡 당시 AI를 가지고 “실험해 봤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곡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 기술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저 불만스럽게 보는 대신 활용해야 할 기술의 발전입니다. 저는 AI 활용법을 연습해 그 장단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우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세븐틴의 모든 음악은 인간 창작자가 작사 및 작곡합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K팝 팬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팬들은 AI 기술이 더 퍼지기 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렬한 K팝 팬인 애슐리 페랄타(26) 등 더 열린 태도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페랄타는 “AI를 통해 가수가 창작 시 방해물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랄타는 앨범 전체가 AI 생성 가사로 채워진다면 팬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가수와의 더 이상 연결되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페랄타는 “가수 본인과 그의 감정을 반영한 결과물인 음악을 사랑한다”면서 “K팝 가수들은 직접 안무, 작사, 작곡 등에 참여할 때 더 많은 존경을 받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작업물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AI는 팬과 가수를 연결하는 핵심 요소를 뺏어갈 수도 있습니다.”

현재 페랄타는 친한 친구 첼시 톨레도와 함께 K팝 팬 팟캐스트 ‘스필 더 소주’를 진행하고 있다. 톨레도는 세븐틴이 직접 작곡도 하고, 안무도 구성하는 자체 제작 그룹이라는 점을 높이 사면서도, AI가 이러한 명성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했다.

“직접 멤버들이 작사하지 않은 가사로 가득 찬 앨범이라면, 더 이상 세븐틴 같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팬들은 진정으로 세븐틴다운 음악을 원합니다.”

애슐리 페랄타(왼쪽)와 첼시 톨레도

사진 출처, Ashley Peralta

사진 설명, 친구 사이인 애슐리 페랄타(왼쪽)와 첼시 톨레도는 K팝 관련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다

사실 기존 K팝 제작자들 입장에서 가수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크리스 네이른은 ‘아조디’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제작자, 작곡가로서 지난 12년간 유명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위해 곡을 썼다.

영국 브라이턴에 거주하는 네이른은 K팝 스타들과 함께 작업했기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도 길다. 네이른은 한국의 음악 산업에 대해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머물면서 전 한국인들이 혁신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들은 ‘이다음은 무엇일까?’에 큰 관심을 보이며 ‘우리가 어떻게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지’를 묻습니다. 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K팝 가수들이 작사에 AI를 활용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놀라기보단 이들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으려고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 네이른

사진 출처, Chris Nairn

사진 설명, K팝 제작자, 작사가로 활동하는 크리스 네이른은 한국의 음악 산업은 혁신을 통해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I가 K팝의 미래일까.

네이른은 그리 확신하지 않는 듯했다. AI 생성 가사를 실험해 본 사람으로서, 최고의 가수들이 쓰는 양질의 가사를 뽑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AI가 꽤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내놓긴 하지만, 정말 뛰어난 작곡가라면 혁신을 통해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냅니다. AI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걸 가져와 작업하기에 그 자체로 혁신을 이룰 순 없죠.”

오히려 네이른은 K팝에서 AI가 가수만의 개인적인 곡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라 예측했다.

“팬들은 점점 더 가수의 진심이 담긴 가사를 듣고 싶어 할 것이고, AI가 만든 노래와는 다른 걸 원하게 될 것입니다.”

AI를 실험하는 K팝 그룹은 세븐틴뿐만이 아니다. 사람 멤버뿐만 아니라 AI 멤버들도 활동하는 걸그룹 ‘에스파’ 또한 가장 최근 공개한 뮤직디오에 AI 기술을 접목했다.

곡 ‘수퍼노바’엔 멤버들의 얼굴은 가만히 있고 입만 움직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엔 AI 기술이 이용됐다.

톨레도는 이 부분이 수많은 이들의 “신경을 건들었다”고 말했다. “K팝은 놀라운 연출과 편집으로 유명한데, 뮤직비디오의 전체 장면이 AI로 만들어지면 그 매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톨레도 정당한 권리를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AI를 사용하면 해당 뮤직비디오에 누군가의 원복 작품이 무단으로 사용됐는지 알기도 어려운데, 이는 매우 민감함 주제입니다.”

에스파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걸그룹 ‘에스파’도 AI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음악 저널리스트인 아르피타 아드야는 자칭 열혈 K팝 팬이다. 아드야는 K팝 업계의 AI 사용은 가수들이 새로운 콘텐츠 창작에 대해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시라고 주장했다.

“가수들은 보통 2년에 한 번씩 발매하지만, K팝 스타들은 너무나도 큰 기대를 받기에 발매 주기가 6~8개월입니다.”

또한 아드야는 현재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I 목소리 커버 영상과 함께 K팝 산업 내 AI 사용이 만연해졌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AI를 활용해 가수의 목소리를 노래에 입힌다.

아드야는 이러한 유행이 어서 규제되길 바란다.

이는 일부 서구권 가수들도 요구하는 바다. 지난달 빌리 아일리시, 니키 미나즈 등 유명 스타들은 음악 산업에서 AI의 “약탈적”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 슈퍼스타들은 테크 기업들을 향해 “작곡가와 가수의 인간적 예술성을 훼손하거나, 대체하거나, 이들의 작업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거부하는” AI 음악 생성 툴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아드야는 규제가 없어 현재 팬들은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지 조절할 의무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의 AI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 경계를 정하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고민하며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아드야는 다행히도 K팝 가수들이 여론을 의식하기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K팝 세계에선) 팬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K팝 그룹은 팬들의 의견을 항상 알고 듣고자 합니다. 세븐틴과 에스파 또한 이들이 팬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이를 해결하고자 하겠죠.”